우리는 서귀포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한 녹차밭을 찾아가고 있었다. 바로 서귀다원이다. 서귀다원의 입구는 한적한 산간 도로 옆에 있어서 입간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했다. 입구가 잘 보이지 않는데 내비게이션의 우회전 지시대로 속도를 줄이고 보니 겨우 입구가 보였다.
메타세쿼이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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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다원. 서귀포 중산간에 포근하게 펼쳐진 녹차밭이다. |
ⓒ 노시경 | |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려다보니 서귀다원의 푸른 녹차밭이 능선을 따라 아늑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녹차밭 중간에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우리는 차를 세워 두고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다. 제주도에서는 흔치 않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녹차밭 올라가는 길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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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밭. 언덕 위에 푸른 녹차밭이 줄을 지어 펼쳐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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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많이 낀 하늘 아래 녹차밭의 녹색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숲을 만나는 곳까지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고 산책로는 녹차밭을 따라 한 바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제주도 현지인들의 숨은 명소이고 여행객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여행객도 많지 않아서 한적하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푸른 녹차밭을 둘러보고만 있어도 힐링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향긋한 녹차와 함께 즐기는 귤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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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녹차밭. 푸른 녹차밭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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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 한가운데 언덕, 녹차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직접 수확한 녹차를 즐길 수 있는 다실이 있었다. 다실은 전망 좋고 포근한 가정집 같은 느낌으로 가득했다. 한의원을 연상시키는 약장 옆에서 주인 할머니께서 직접 정성스럽게 녹차를 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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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다원의 다실. 포근한 실내에서 녹차밭을 보면서 녹차를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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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작은 유리 항아리에 넉넉히 담겨 나왔다. 1년 이상 놓아둔 황차와 올해 수확한 우전녹차가 함께 나왔다. 차의 물색이 진한 황색인 황차는 숙성된 맑은 맛이 느껴졌다. 우전녹차는 익숙한 녹차이지만 살짝 떫은 맛과 함께 올해 수확한 싱그러운 향과 맛이 전해졌다. 점점 차 맛을 배워가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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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다원의 녹차. 우전녹차, 황차, 귤정과를 즐기면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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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즐길 수 있도록 함께 나온 것은 서귀다원에서 직접 만든 귤정과였다. 귤 향도 좋고 귤의 달콤한 맛이 아주 강해서 계속 손이 가게 된다. 귤정과를 찍어 먹을 수 있는 나무 꼬챙이도 소박해서 정감이 간다.
다실 창밖으로 보이는 고요한 전망은 이곳에 입장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는 녹색이어서인지 눈이 더 맑아지는 느낌이다. 녹차밭 사이를 경계 짓는 돌담도 너무나 자연스럽기만 하다. 창가에 비치되어 있는 귀여운 다기들도 왠지 모르게 마음을 평안하게 해 준다. 차밭 위 숲 속에서 가끔 들리는 휘파람새의 소리는 고즈넉한 자연 속에 안긴 느낌을 들게 한다.
녹차를 직접 내려 주시는 주인 할머니는 인상이 편안해 보이신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인근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서귀다원은 할머니, 할아버지 사장님 두 분이 인생을 바쳐 가꾸셨다고 한다.
원래 이곳은 감귤 나무들이 있었는데, 일본 여행을 가셨다가 일본의 녹차밭을 보고 녹차밭을 일구자고 결심하셨다고 한다. 당시 수익이 많이 남지 않던 감귤밭을 단번에 녹차밭으로 바꾸었으니 대단한 결단력이다.
노부부가 한평생 가꾼 푸르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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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잎. 최고의 품질을 위해 1년에 한 번만 수확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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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다원의 녹차는 수십명의 일꾼들을 통해 일년에 단 한 번만 수확을 한다. 최상급 유기농 차의 높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손으로만 수확을 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손이 많이 가서 힘들었지만 현재는 녹차의 품질이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녹차는 다른 곳의 녹차에 비해 맛이 훨씬 부드럽다. 인생에 이런 훌륭한 녹차밭을 일구었으면 뿌듯한 마음이 가슴 속에 가득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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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과 녹차밭. 한산하고 아름다운 녹차밭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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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녹차밭 주변을 둘러보면서 산책을 했다. 이 녹차밭에 한산한 느낌을 즐기러 오는 연인들이 가끔 눈에 띄었다. 제주도의 다른 곳에서 접하지 못하는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기에 녹차밭 안에서 사진을 남기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와 딸도 이곳의 산책을 너무나 즐겼다. 언덕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푸른 녹차밭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