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수비는 어떤 것일까...
많은 블록?많은 스틸?
상대를 방해하여 어려운 슛을 던지게 만드는 것?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드는 찰거머리 수비?
다 맞다..
다 좋은 수비다..
하지만,
진정 최고의 수비는,
특히 수비를 특기로 하는 농구선수들에게 최고의 순간은,
한경기에서 자신이 전담마크하는 선수(아마도 상대팀의 주포겠지)를,
'0'점으로 묶는 것일 것이다..
야구로 치면 퍼펙트 게임.
그래. '퍼펙트 디펜스'다.
여태까지 본 농구 경기들 가운데,
상대방 공격수,그것도 당대 최고의 득점기계로 불리던 선수가,
단 한점도 넣지 못한 경기는 딱 한번 보았다..
날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1995년 1월의 어느날.농구대잔치 플레이로프 8강전.
고려대vs중앙대 3차전.
1차전은 고려대가 비교적 쉽게 이겼지만,
2차전은 양경민의 부상투혼으로 중앙대가 연장전까지 가서 어렵게 승리.
그리고 운명의 3차전....
당시 중앙대의 에이스 김영만.
상대팀의 어떤 집중견제 속에서도 22~25점을 득점하던 사마귀 슈터.
고려대는 언제나 그에게 자신들의 디펜스 스페셜리스트 '이지승'을 붙였다.
물론 김영만은 이지승을 상대로도 자기가 해야될 득점은 다 올렸다.
이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는.
김영만은 이 경기에서 (내기억엔)풀타임을 뛰었다.
이지승도 당연히 같이 코트에 있었다.
김영만은 여전히 유연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이지승의 수비는 좋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하지만 김영만의 슛은 거짓말처럼 모두 림을 외면했다.
이 경기에서 김영만의 슛 중에 림을 통과한 것은,
이지승이 미리 파울로 끊어 노카운트 처리된 3점슛 하나 뿐이었다.
결국 김영만은 그의 대학 시절 마지막 경기에서,
'0'점을 올렸다. 김영만의 굴욕.
그렇게 에이스가 꽁꽁 틀어막힌 경기였지만,
경기는 끝나기 2분여전까지 상당한 박빙이었다..
고려대도 주포인 양희승이 중대의 디펜스 스페셜리스트 구병두에게 막혀 있었다..
하지만 3분여부터 양희승의 3점슛이 불을 뿜는다..
내 기억에 4개인가 5개 연속 성공..
점수차는 순식간에 벌어졌고,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당시 고려대는 표면적인 전력으론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 1순위였기에,
중대로선 어느정도는 패배를 전제하고 벌인 시리즈였다..
다윗과 골리앗에 비교해도 되려나..
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그들이 보여줄수 있는 최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특히 팀의 주포가 수비에 막혀 최악의 경기를 펼치고 있었음에도 매우 좋은 경기를 펼쳤기에,
그날 김영만의 '빵점'은 더욱 아쉬웠다..
2학년 농구대잔치에서 식스맨으로 뛰며 신데렐라로 부각된 3학년 김희선..
4학년으로 팀의 공격을 책임진 주포김영만과 양경민..
대학 내내 부상에 시달렸지만,4학년 한해만은 건강하게 뛰어준 센터 안병익..
뛰어난 수비를 인정받아 1학년으로 당당하게 주전 자리를 꿰찬 구병두..
이 때 1학년에 얼굴만은 서장훈을 이긴다는 박도경도 있었고..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이은호도 있었고..그 시절부터 '이상한 슈터'로 알려진 신종석도 있었고..
바로 전해에 최강 기아를 8강에서 무너뜨린 중대..
졸업반이던 김승기,홍사붕,조동기에 3학년 김영만,양경민,신데렐라 식스맨 2학년 김희선..
이 라인업이 객관적인 전력에선 앞섰을지 몰라도..
팀의 매력을 따진다면 이 때와 그 다음해(조우현이 1학년,이은호가 자리잡기 시작한..)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당시 이지승은 나름 수비전문선수로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특유의 시커먼 흑인같은 외모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경기 시작던 장내 아나운서의 그에 대한 설명이 '코트의 블랙맨'이었고,
본인도 웃고 경기장내 일부 관중의 폭소가 TV너머까지 전해졌으니..
나도 원랜 그냥 그랬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그의 수비는 최고였다..
이런 수비를 본적은 없다..
그것도 당시의 김영만과 같은 수준의 선수를 0점으로 묶는 수비를 본적은 없다..
경기 끝나고 누군가는,
수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의 리듬을 끊는것인데,
이지승은 초반에 기묘하게 김영만의 리듬을 흐틀어 놓았고,
김영만은 그 감각을 찾기 위해 계속 슛을 던지지만 한번 꼬인 리듬과 철거머리 수비속에 계속되는 난사..
실제로 강정수는 그런 김영만을 빼지 않고 계속 뛰게 했다..
에이스에 대한 신뢰..어떻게든 리듬을 찾아라..부상으로 양경민도 정상이 아니라,김영만을 빼면 마땅한 득점원도 없었으니..
하지만 결국 김영만은 이지승의 수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지승이 자신의 선수생활을 추억한다면,
이 경기..그의 최고의 경기는 아니라도,
그래도 손가락에 꼽을 경기가 아닐런지..
..뜬금없이 이런 글이 을라올 이유가 전혀 없는데 써보는 이유는?
네,심심합니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저도 그경기 기억합니다.김영만 무득점경기.... 제가 본 역대 최고의 수비수는 정덕화인데요. 예측수비와 사이드스텝,근성,외곽수비등등 다시 나오기 힘든 수비의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고 이원우선수도 대단한 수비능력이였지만 다소 거칠고 투박한맛이 있었던 반면에 정덕화에게는 좀 더 세련됨이 있었죠. 오픈찬스에서의 3점슛도 정확한 박규현 업그레이드버젼이였던 정덕화.... 이충희를 풀타임으로 붙어 10점으로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정덕화가 유일무이 했습니다. 많은 경기들에서 20득점 이내로 봉쇄했었죠. 이충희를 20득점 안쪽으로 막는다는건 정말 대단한건데...
좀 오바한다면 그시절 마크프라이스나 스탁턴,드렉슬러같은 nba가드들도 수비해낼수 있었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덕화였습니다. 그정도로 대단했던 선수....
이충희하면 정덕화, 정덕화하면 이충희가 떠오르죠...
저도 이글 클릭하기전에 정덕화에 관한 글인지 알았습니다
정덕화씨는 인터뷰에서 [이충희 김현준 막다가 지쳐서 은퇴한다] 라고 농담식으로 얘기했던 기억이 나고, 고 김현준씨는 [정덕화 피하다가 지쳐서 은퇴한다]라고 또 농담식으로 인터뷰 하기도 했죠.
저도 수비하면 기아의 정덕화.....
직접 경기를 보지는 않아서 모릅니다만.. 이충희 킬러는 신동찬 아니었나요? 얼마전 이곳 게시판에 올라온 올드스타 인터뷰 동영상에서 "이충희씨에게 해 줄 말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잘 좀 해보라고 전해주세요"^^; 라고 대답하던 신동찬의 모습을 본 적이 있거든요.
잘읽었습니다. 사실 이지승은 청소년 대표 시절까지만 해도 뛰어난 슛터였죠...고대에 입학 할때도 기대를 많이 받았었는데, 철철 콤비와 양희승이 입단 하면서 수비형 선수로 탈바꿈 하였죠...(박규현도 워낙 쟁쟁한 멤버들 탓에 자연스레 수비형 선수가 된것처럼요...) 한가지 아쉬운건 이지승의 수비는 좋게 말하면 터프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거칠다는 겁니다...개인적으로는 예전 기아 왕조의 숨은 공로자인 이훈재 선수가 최고의 수비수라고 생각 됩니다.
이지승 경복고때 나름 스코어러였습니다. 전희철이 2학년때도 이미 골밑에서 워낙 독보적이였고 우지원 역시 외곽에서 휘젓고 다녔기에 이지승이 다소 가려진맛은 있었지만 오픈찬스에서 상당한 확률을 가졌던 이지승이고 세컨리바운드후에 골밑슛도 많았습니다.말씀하신대로 심하다싶은 파울도 많은 선수구요... 이훈재는 풋워크와 외곽수비에서 대단한 수비수였지만 상대분석력과 예측력... 그니까 섬세한맛에서는 정덕화보다는 다소 밀렸다고 생각하구요. 동시대에 오동근이 강력한 슈터였지만 190을 넘는 장신을 이용해서 수비시에도 범위가 광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유택도 곧잘수비했을정도로 골밑수비도 좋았고 외곽수비도 잘했죠.
개인적으로는 정덕화의 수비와 이훈재의 수비를 비교하자면 전성기 김영만과 추승균에 빗대고 싶네요. 추승균의 찰거머리같은 수비도 대단하지만 김영만의 상대 습성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능력에 좀 더 점수를 주고싶은 마음말입니다. 김영만의 전성기가 너무 짧았다는것에 대해 한없는 아쉬움만이.... 이론대로 따지면 역대최고의 스몰포워드는 단연 전성기 김영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문경은이나 우지원을 전성기 김영만과 스몰포워드라는 포지션론을 두고 동급으로 평가하시는분들 계시는데 3점슈터가 아닌 스몰포워드로는 한수두수 아래라고 생각하구요.바램대로 윤호영이 업그레이드 김영만이 되길 바래야죠. 아~김영만......
김영만은 그야말로 SF의 교과서이자 모든 분야(공격, 수비)에서 특출난 선수였죠. 공격시에도 미들점퍼, 3점슛, 돌파와 어시스트 등등 다방면에서 활약했고요. 99시즌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40점을 넘는 득점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문경은, 우지원이 외곽능력에서 김영만보다 앞선 적은 있었어도, SF로서의 플레이는 정말 한두수 아래였다고 봅니다. 윤호영은 탄력까지 겸비한 선수지만, 아직 김영만 특유의 다양한 공격력과 특화된 수비력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단한 발전속도로 김영만 이상의 패싱게임 이해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윤호영이야말로 2008 드래프티의 리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승이 다리 벌려서 우지원 위험스럽게 넘어 뜨리고, 심판한테 파울 지적받은 영상, 아직도 인터넷 어딘가에 떠다니고 있을겁니다.
아 그장면 기억합니다. 거칠어서 그런것도 있지만 우지원이 대학때부터 이지승수비에는 참 약했던 기억이...
휘문의 박준영과 경복의 이지승 그리고 용산의 김승기는 또래의 농구선수들 사이에서 군기반장이었죠...경복고 선배인 이지승의 수비에 우지원이 말렸던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박준영 이지승이 둘다 진학한 고대는 생각보다 그리 군대식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박준영도 상당히 좋은 사이즈를 가진 괜찮은 포워드였는데, 박훈근과 마찬가지로 전희철의 그늘에 너무 가렸죠.. 하지만 승부욕만큼은 대단했었습니다.. 가끔 코트에 등장해서 고교 1년 후배인 서장훈과 엄청나게 신경전을 벌이더라구요.. 옆에서 현주엽이 웃으면서 말리고.. 뭐 연고대 라이벌전이 항상 그랬지만요..^^
이 경기 라이브로 봤는데 참 어이가 없었죠,,자유투도 실패한걸루 기억..
폭력농구 이지승 덜덜
그때 저도 봤는데.. 김영만 선수.. 뭔가 홀린 선수처럼 철저히 림을 외면했었지요..
무득점으로 막았다니 팀을 위해 잘한 수비 한거겠지만, 거칠게 수비하는걸 잘 하는 수비라고 봐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눈쌀이 찌푸려 지던 선수..
이지승 선수도 잘 했지만... 무엇보다 김영만 선수가 못했다고 보는게 더 나을 듯 하네요~ 전 고대를 응원하고 있었는데 김영만 선수 무득점이라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
이지승 동업자 정신이 전혀 없는선수. 정말 더티한 파울 많이했죠.-_-;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저도 이지승이 아주 뛰어난 수비수라 생각하지는 않아요..매너 안좋고,거친 파울 많이 한것도 알고..어디까지 그 한경기에 국한된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