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표 제공; 소녀생각
# 제 1화
"이번에 이반장이 마약밀수조직 완전 박살을 냈다며?"
"네. 저도 들은 건데 원래 그 사건이 길 반장님네 사건이었다네요. 그런데 몇 개월 동안 수사에 진전이 없자 그게 이반장님한테 넘어갔는데 글쎄!! 이반장님이 그 조직들을 박살을 냈다지 뭐예요. 캬~ 이반장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그것도 여자가 그 어렵다는 경간부 시험도 합격하고, 해결 못한다고 다들 손 떼는 사건도 혼자서 다 해결하고"
서울 강남 경찰서 안 휴게실. 20살 중반의 앳되어 보이는 한 남자와 몇일 감지 않은 듯한 떡진 머리를 벅벅 긁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 주제는 당연히 경찰계의 떠오르는 샛별 이반장과 그런 이 반장을 늘 못살게 구는 길 반장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반장님 소리를 듣는거겠지. 그나저나 자존심 센 길반장 또 난리 났겠구만."
"그렇죠 뭐. 듣자니까 밑에 사람들만 완전 죽을 맛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놈의 성질머리 하고는. 지 능력이 이 반장에 비해 부족한 걸 왜 인정을 못하나 몰라"
"길도혁이가 능력은 개뿔도 없는게 성격도 개같긴 하지"
"그러니ㄲ...?"
그들의 도란도란한 이야기에 끼어드는 저음의 목소리에 두 형사의 얼굴 빛이 새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싸가지가 없는 듯 무신경한 저 특유의 말투... 그들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목소리가 들려온 자신들의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테이블위에 다리를 올린 거만한 자세로 한손으로는 신문을 다른 한손으로는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경찰계의 미친개 길도혁이 있었다. 두 형사의 얼굴로 절망의 빛이 스쳐 지나가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벌어질 미친개 길도혁의 신나는 퍼포먼스가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재수도 없지... 어떻게 여기에 길도혁이 있단 말인가... 도혁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들고 있던 머그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들 이렇게 굳었어? 나 그렇게 속 좁은 인간 아냐~ 살다 보면 맘에 안드는 직장 동료 욕 하기도 하고 그런거 아니겠어? 안그래? 다~ 이해하니까 그렇게 굳지들 말어~ 누가 보면 오해하겠다. 이 길도혁이가 쫀.쫀하고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고 말야. 나같이 이해심 많고 착한 동료도 없는데 말야. 그렇지?"
하지만 도혁의 그런 말을 듣는 두 형사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는 커녕 더욱 창백해 지기 시작했다. 도혁이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에게 저렇게 부드러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 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경찰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냥 지랄이 아닌 대지랄을 부리기 위해 일명 밑밥다지기 라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도혁은 그들의 창백한 얼굴빛이 보이지 않는지 매우 다정한 손길로 이형사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두드리고 휴게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 하지만 한 발자국 채 떼기도 전에 그는 뭔가 잊고 있었던게 기억이 났다는 듯 빙글 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돌아선 그의 얼굴에는 두 형사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내가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말야"
도혁이 손을 까닥거려 그들의 몸을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도록 만들고는 자신의 상체를 숙여 그들의 귓가에 조그마하게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그들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도혁의 얼굴에 비열하다 못해 소름이 끼치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당.분.간.은 비밀로 해줄테니까 걱정 하지 말아. 그럼 난 회의가 있어서 이만 실례"
도혁의 등 뒤, 닫히는 문 사이로 새파랗게 질리다 못해 죽어가는 두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도혁의 얼굴에는 그런 두 남자와는 다른 화사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선배님"
휴게실을 나와 몇 발자국 떼지 않았을 무렵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을 짜증나게 만드는 그 여자의 목소리가 말이다. 늘 그렇듯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도혁의 눈썹이 허공으로 휙하고 치켜 올라갔다.
‘젠장, 아침부터 재수없게. 저건 뭐가 좋다고 저렇게 헤실헤실 쳐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거야’
그는 그녀가 자신을 향해 짓는 해맑은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그녀의 얼굴에 그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해맑은 미소 대신 짜증이 서렸다. 그녀는 도혁이 쥐어박은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문지르며 눈을 치켜 떴다. 늘 화가나면 그렇듯 그녀의 입이 앞으로 튀어 나왔다.
"아야! 선배님 왜 때리십니까?"
"니가 싫어서 때렸다. 왜?"
민정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도혁의 말이 끝나자 마자 민정의 발이 있는 힘껏 도혁의 정강이를 강타했다.
"아악! 야! 너 뭐하는 거야?!"
"저는 맞고는 못사는 성격 이라서요. 길반장님이 쎄게 안 때리셔서 그 정도로 끝난 줄 아십쇼. 만약 더 쎄게 때렸다면..."
민정의 눈이 도혁의 얼굴을 벗어나 아랫쪽으로 내려갔다.
"선배님의 거기를 발로 차버렸을 겁니다"
민정의 말에 도혁의 얼굴빛이 파랗게 변해갔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종종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민정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도혁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역시나 또 당했다. 역시 보통이 아닌 계집애였다, 저 계집애는.
민정은 도혁이 쥐어박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 길도혁 이제 많이 죽었구만. 아직 이 경찰서 안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나한테는 이제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란 말씀이지.'
3년이다. 저 인간과 일한지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 동안 저 인간의 싸가지 없는 발언과 구박에 이미 적응해버린 그녀였다. 3년 전, 연수를 끝내고 처음 발령 받은 곳이 강남 경찰서 강력1반이였다. 강남 경찰서 강력1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국적으로 매우 이름을 떨치는 곳 이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미친개 길도혁의 존재 때문이다. 미친개 길도혁으로 말하자면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싸가지가 없으며 여자라면 일단 괴롭히고 보는 싸이코 같은 남자로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길도혁으로 인해 여자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금단의 구역, 그곳이 바로 강력1반 이였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남 경찰서 뿐만 아니라 경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는 그 미친개가 있는 곳에 여자를 보내다니... 사람들은 이번 인사이동을 결정한 사람이 미쳤거나 길도혁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분명하다며 수근 거렸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저 인간의 직속 부하라며 나타난 어린 나이의 민정을 향해 사람들의 연민과 관심의 눈길이 쏟아진는 것은 당연지사였고 그녀가 울면서 뛰쳐나와 부서를 옮겨 달라 요구하는데 얼마의 기간이 걸릴까란 주제로 내기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그녀는 여자들은 일단 괴롭히고 본다는 저 남자를 상대로 3년이란 시간을 버텼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녀의 입사 후로 도혁 때문에 눈물 쏟는 경찰서 안 여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민정은 경찰서 안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도혁의 적수로 꼽히고 있었다. 민정은 예전과는 달리 악명이 한풀 꺾인, 오늘도 자신의 등 뒤에서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도혁을 상상하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안녕하세요. 딸기공쥬♥입니다^^
얼마전부터 불현듯 떠올라 준비하던 글이였는데 오늘 이렇게 여러분께 보이네요~
혈(血)은 경찰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 일까요??ㅋㅋㅋ
시크릿 가든 보면서 올린다고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ㅜㅜ
시크릿 가든 왜 이리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가요ㅜㅜ
암튼!!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서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이쁘게 봐주세요ㅋㅋ
앞으로 열심히! 성실연재 하겠습니다~~
업쪽 = 혈
첫댓글 혈♥ 재밌네요!!!! 길도혁이라... 완전 매력있는 남자인듯....나쁜남자가 좋거든요ㅋㅋㅋ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재밌어요^^
혈♪ <- 재밋습니다 .... 다음편 기대되네요 ㅋㅋㅋ 이민정<- 친구이름이랑 똑.같.네.요 ^^ 정감이갑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