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K2리그의 2006년 K리그 컵대회 출전에 대해 비밀투표를 거쳐 8대7로 부결시켰다. 즉 15명 이사들 중 8명이 반대를 했다는 뜻이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나
이 비밀투표가 이뤄지기 바로 직전 이사회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었다(물론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필자는 현장에서 투표 장면을 직접 봤다). 곽정환 프로축구연맹 회장이 "컵대회를 지난해처럼 K리그 구단만 출전하는데 찬성하는 구단은 손들어달라(즉, K2리그의 컵대회 출전에 반대하는 구단 손들어달라)"고 말했을 때였다. 즉 비밀투표가 아니라 공개투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순간 손을 든 사람은 10명은 족히 됐다. 하나 둘 세려는 순간, 손을 든 이사들은 "이정도 나오는데 굳이 투표를 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들의 눈은 부산쪽으로 집중됐다. 손을 든 부산 이사는 투표전까지만 해도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을 찬성했었기 때문이다. "왜 손을 들었냐"고 묻자, 부산 이사는 "K2리그의 컵대회 출전을 찬성하는 사람이 손드는 것인 줄 잘못 알았다고 얼버무렸다. 순간 누군가가 비공개 투표로 다시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사회내 비공개 투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쪽지를 나눠주고 이사의 비공개 투표가 끝났다. 그리고 투표 결과는 공개투표때
와 똑같이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 반대였다. 그런데 이사들이 서로를 보면서 의아하게 여겼던 점은 바로 8대7의 투표수였다. 손을 드는 공개투표를 할 때만해도 `일방적으로 K2리그의 컵대회 출전불가'쪽으로 나왔던 것이 비공개 투표를 하니까 방빅의 승부로 결정이 난 것이었다.
실무위원회와 이사회는 따로 놀고 있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 며칠전에는 실무위원회를 연다. 이사회는 구단 단장들과 프로축구연맹 고위관계자,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로 구성된 의결기구. 반면 실무위원회는 각구단 사무국장이나 차장급으로 꾸려진 모임이다. 즉 실무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한 뒤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연맹의 의사결정 방식이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이유는 실무위원회와 이사회의 의견이 상당부분 달랐다는 점이다. 실무위원회는 K2리그의 컵대회 출전을 모두 반대했다. 각구단 실무자 입장의 의견이 모두 일치된 것이다. 공개투표를 할 때만해도 이사회 의견도 일방적으로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이사회 결과도 K2리그이 컵대회 출전 불가로 나왔지만 실무위원회 결과와는 달리 팽팽한 표대결이 이뤄졌다.
공개 투표와 비공개 투표, 차이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사회에 참석한 모씨는 공개와 비공개 투표가 달리 나온 것에 대해 "기자들이 보기 때문에 비공개 투표로 돌린 것 같다"며 "공개로 할 경우 언론을 통해서 찬반 의사를 밝힌 사람이 그대로 들어나면서 반대측의 비난에 휘말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팬들도 주목할 부분은 이사회 구성이다. 이사회는 프로구단 13개 구단 단장 또는 사장, 프로축구연맹 2명(곽정환 회장, 김원동 사무총장), 대한축구협회 1명(김호곤 전무) 등 총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울산 현대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인 만큼 협회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 수십억원대의 축구발전기금을 연맹측에 내지 못하고 있으며 연맹의 도움이 절실한 인천·대구·대전 등 시민구단, K리그에 약간은 기형적으로 끼어있는 광주, 곽정환 회장이 구단주인 성남 등도 연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즉 연맹과 협회가 어떤 안건을 밀어붙인다면 대부분의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공개투표와 비공개투표에서 의견을 달리 밝힌 이사들 대부분은 자신의 뜻보다는 정치적으로 표를 던진 셈이다.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이 안건으로 올라온 이유와 과정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안은 협회와 연맹의 합작품이었다. 협회는 정몽준 회장의 지시에 따라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을 연맹에 지시했다. 그리고 협회 말이라면 대부분 껌뻑 죽는 김원동 총장은 언론을 통해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취했다. 이사회전 기자단 브리핑에서 "K리그를 재밌게 만들겠다"고 말한 것이나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2006년을 도약의 해로 만들겠다"는 말을 한 것이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을 위해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였다(나중에 도대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기자로서 너무 궁금하다).
그런데 김총장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쳤다.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에 대해 ▲K리그 구단들의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플랜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한시적이라도 해도 이에 대한 적절한 제도마저 제시하지 못했다. 말그대로 즉흥적으로 하겠다는 뜻이었고 제도나 행정이 아무렇게 되더라도 이사회만 통과되면 된다는 의도였다.
실무위원회가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을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무위원들은 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매일 고민하는 사람들이다(팬들이 아무리 프로축구를 사랑한다고 해도 프로축구로 밥을 먹고 살며 프로축구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구단 관계자보다는 못할 것이다). 이들이 오죽하면 팬들이 좋아하는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을 모두 반대했겠는가. 연맹이 제대로된 준비를 하지 않고 아무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누구의 사주를 받은 듯이 마구 밀어붙치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K2리그를 K리그 컵대회에 출전시키려면 제대로 준비하고 하라
팬들은 K리그 구단이 K2리그 컵대회 출전을 반대하는 것을 "K리그가 K2리그에 패할 경우 챙피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팬은 "K리그 구단이 K2구단로부터 연맹 가입비와 축구발전기금 등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야만 K리그에 K2리그를 끼워주려는 의도"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이게 아니다. 연맹이 즉흥적으로 1회성 대책을 내놓지 말
고 제대로 준비를 한 뒤 해야한다는 것이다. K리그 구단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록부분과 행정부분, 제도부분 등을 완비한 뒤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출전도 이뤄져야만 업다운제를 위한 제대로된 준비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 K리그 상황에서 만일 수원 삼성 등 대기업이 스폰서를 하고 있는 K리그 구단이 K2리그팀에게 자꾸 진다고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우리 모기업은 K리그를 K2리그 수준으로 격하시켜서 운영하라고 지침까지 내릴 것"이라는 게 대부분 구단 관계자들의 솔직한 속내다.
그리고 필자는 팬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특히 열혈팬으로 인정받는 K리그 구단 서포터스에게 더욱 묻고 싶다(따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의견을 듣고 싶다는 뜻이다). 만일 K리그 구단이 K2리그팀과 경기를 한다면 K리그 서포터스로서 얼마나 많이 모여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응원하겠는가. 예를 들어 FC서울 서포터스에게 FC서울-수원 삼성전과 FC서울-K2리그 경기 중 하나를 골라 응원하라고 한다면 어느 경기를 택할 것인가. 아마도 절반 이상이 FC서울-수원 삼성전을 택할 것이다. 서포터스의 뜻이 이러하다면 일반 관중에게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대부분이 FC서울-수원삼성전일 것이다. K2리그의 K리그 컵대회 참여가 관중동원에 도움이 될 거라는 연맹의 논리는 말도 안되는 것이다.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일을 처리해야한다
가까운 일본을 보자. 일본의 프로축구출범은 우리보다 10년이나 늦다. 그러나 일본프로축구에 정통한 국내 관계자들 중 일본프로축구가 우리보다 뒤쳐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프로축구가 제도·행정적인 면에서 우리보다 앞섰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한국프로축구가 출범한 뒤 10년 동안 엄청난 연구를 했다. 우리가 프로축구 출범 초기 10년간 "우리가 일본보다 먼저 출범했다"고 우쭐거리는 동안 일본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프로축구는 93년 출범했다. 우리보다 10년이 늦은 출범이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보다 훨씬 낫다. 스폰서만 바뀔 뿐 시즌 운영하는 방식이 거의 변화가 없다(우리는 전후기리그다, 통합리그다, 플레이오프다 등등 자주 리그 운영 방식이 바뀐다). 또 일본은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소년클럽이 없는 구단은 J리그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우리는 이제서야 구단에 유소년클럽을 두라고 권고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런 것들 말고 일본이 우리보다 잘하는 점은 속상하지만 너무 많다.
얄미운 일본이라도 우리가 배울 것은 배워야한다
우리는 "K리그가 출범한지 24년이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프로축구 관계자
들은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물론 우리보다 출범이 늦기 때문에 창피해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본은 이렇게 말한다. "(100년 구상을 완성하려면) 아직까지 86년이 남았다"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프로축구를 바라보는 한국프로축구와 일본프로축구의 차이인 동시에 프로축구 발전의 막중한 임무를 떠맡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일본프로축구사무국의 수준차다.
그리고 필자는 우리프로축구가 우리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일본에게 배울 것은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은 축구자체가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축구발전을 위해서 특별한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야구가 최고인기 종목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를 이정도 단계까지 발전시켰다. 우리가 배워야하는 것은 (특별히 홍보하지 않아도 축구장이 꽉 차는) 유럽이 아니라 (프로야구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맞서 축구를 키우고 있는) 일본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축구측 관계자들은 "언제 유럽식으로 바뀔려나…" 신세타령하고있고 우리로선 20년후를 봐야할듯...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다 개쓰레기 단체들...
어이가 없는 논리네요.. 그러면 K2팀에게 물어봅시다. K2 vs K2 , K2 vs수원 하나를 골라 응원하라고 한다면 어느 경기를 택할 것인가.
평소에 수원 관중이 많을까요 김포할렐루야 관중이 많을까요
그거야 당연히 수원이 많겠지만 K2팀의 컵대회 참가하면 K2팀 입장에서는 관중이 즐가할텐데요. 상대적으로 관중이 적은팀이라고 팽되서는 안되죠.
김포할렐루야 붙이는 이유는 뭔지.ㅡㅡ;
흠...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근데 출처가 없는게 좀...) 암튼 잘 읽었습니다...
장담컨데... 성남 일화 vs 김포 할렐루야 붙이면 관중수 초 압박을 이루리라 자신합니다.
우리나라 축구 망치는 분들.. 참..
성남VS김포 하면 그 레인저스랑 셀틱이랑 하는 더비같은건가요-ㅁ-;; 예전에 그 더비는 종교 어쩌구 라고 들은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