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무렵 신청해놓은 서울메트로 봉사 활동 인터넷 신청이 드디어 승인되어서...
오늘 열심히 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서울역이 그리 가깝지도 않아 분당선-3호선-9호선-4호선 3번이나 갈아탔지만 말이지요.
(왜 충무로역에서 갈아타지 않냐고 하시면 그건 제 맘이지요 :)
역무실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역무실이 있는 쪽의 개찰구 계단을 올라와서 바로 역무실로 들어가려 했는데...
"응? 안 열리네?"
그 때 역직원 분은 왼쪽 문으로 쓰윽 들어가시더군요. 폐문 갖고 왜 이리 씨름을 했을까요.
뻘쭘하게 저도 머리를 긁으며 들어가봅니다.
왼쪽에 펼쳐지는 가림막 올라간 작업 데스크에 모여 앉아 계신 여러 직원 분들이 보이고,
건너편엔 까만 옷의 공익 2명이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 인터넷에서 봉사 신청했는데요."
"???"
역시나 이런 일이 흔치 않은지 이리저리 찾아보고서야 데이터를 찾으신 듯,
뒤늦게 캐비닛을 열어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십니다.
그것은 바로 노란색 어깨 띠! (뭐라 써 있는지는 그다지 읽어볼 필요도 없는 홍보 문구인 듯 하지요)
"에이... 이거 밖에 없네. 가방 내려놓고 이리와서 둘러 매요."
새로운 복장에 강한 흥미를 느끼며 둘러 맨 다음.
공익은 곧 이어 저를 안내해줍니다. 수수께끼의 방법으로 개찰구를 스윽 통과하는 공익...
따라가니 저도 수수께끼처럼 카드도 찍지 않고 개찰구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응?)
조금 걷다가 멈춘 곳은 1회용 카드 발매,교통카드 통합 충전기였습니다.
거기 서계시는 또 다른 직원 아저씨께 인도되어 간단한 할 일을 설명받고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발매기를 서성이다가 곤란에 처한 듯한 모습이 보이면 얼른 달려가 도와주기.
언뜻 보면 쉬워 보입니다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_-;
노인 분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우대권을 뽑는 것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신분증 사진을 스캐너 면에 올리는 방향으로 올리셔야 하는데 그 반대로 올리거나, 세로로 올리거나.
그 관문이 지나면 500원을 넣어야 하는데, "왜 보증금을 넣느냐" "이게 뭐냐"라는 설명에 납득시키기.
의외로 생떼를 쓰는 노인 분들은 안 계셔서 다행이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역 이름을 못 찾거나, 1회용 교통 카드의 발급 순서를 모르는 경우였습니다.
이 경우는 직접 단계마다 설명을 하면서 직접 눌러주었습니다.
이외의 주요 유형은 이렇습니다.
1. 우대권 대상자가 신분증이 없는 경우
납득이 가도록 열심히 설명시킵니다. 예전과 달리 신분증이 없으면 안 된다. 매표소가 없어졌다.
그러므로 신분증이 없으시면 하는 수 없이 1회용 교통카드를 끊으셔야 합니다. 이렇게 설명합니다.
물론 보증금에 대한 설명도 필수입니다.
2. 역 이름을 누르는데 왜 안 눌리는가
모니터 아래에 살며시 짚고 계신 손을 치우라고 말씀드립니다. 1초 안에 해결.
(은행 모니터에도 쓰이는 비 접촉형 터치 스크린의 한계지요)
3. 카드를 찍었는데 (Err-33이 나면서) 열리지 않는다
"이미 개표된 카드입니다" 메시지가 뜹니다. 교통 카드 이용자면 간단하게 나오는 쪽 개찰구에 찍어주고 다시 들어가는 개찰구에 찍어줍니다. 이 방법은 거기 계신 어떤 노인 도우미 분께서 알려주셨지요.
(상당히 까칠하십니다. 할아버지하고 싸움날뻔도 해서 그거 중재하느라 쩔쩔맸지요)
4. 카드를 찍었는데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라며 나갈 수가 없다.
고민을 엄청나게 했는데 이게 가장 귀찮은 형태입니다. 스스로 터득했습니다만 옆 철문 게이트를 열어드리는 겁니다.
이걸 소리 안 나게 직원들은 여시던데, 저는 HELP버튼 신공을 이용하여 3번의 삽질을 한 끝에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공익 분께 어떡하냐고 물어보니 "그냥 자동 잠김이 작동하지 않게 문을 잡고 있으셈"이라는 방법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진짜 게이트를 스무스하게 통과하는 그 분의 방법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5. (일본인) 명동역을 가고싶다.
1회용 교통카드를 뽑아드리길 한 3번 해드린 것 같은데 모두 명동역이었습니다 -_-; 이 분들은 발매기에서 일본어를 선택했기에 얼른 다가가서 ”日本人ですか。"라고 물어보고 접근하면 꽤 쉽습니다. 신촌역 한 분 계셨습니다만 그 분께 "日本語が上手ですね。"라는 대 칭찬을 받아 황송해 했지요. 영어로 "Shincheon(신천)"역 뽑으려 하시길래 그거 만류하느라 또 쩔쩔... 어쨌거나 노선도를 보여드리며 "여기 계단 내려가셔서 왼쪽 전차를 타셔서 한 정거장 가신 뒤 시청역에서 2호선 外回り(외선 순환) 전철로 네 정거장 가라"고 말씀드리니 이해력이 빠르셔서 금방 수긍하시더군요.
6. (일본인) 사용한 1회용 카드를 올려놓고 충전 버튼을 눌러본다.
"このカードを再び使うことはできません。(이 카드를 두 번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이라고 말씀드리고, 그에 화들짝 놀라서 "진짜요?" (일본어로) 물어보면 1회용 카드의 개념을 설명해주고 환급기로 안내해드린 후 다시 뽑으라고 일본어로 안내해드립니다.
7. (군인) 동서울터미널역을 가고싶다.
왜인지 이 날 군인 10명 중 7명이 동서울터미널역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 역은 2호선 강변역.
강변역의 존재를 노선도를 보여주며 설명해준 다음 발매기에서 골라줍니다.
8. 구 버전 교통카드 충전기에 열심히 지폐를 넣어보지만 깐깐해서 먹질 않는다.
옆의 신형 머신은 교통카드 인식이 안 되고, 구형 머신은 되는데 돈을 좀체 먹질 않는 겁니다.
아무리 다른 지폐를 써도 묵묵부답. 심지어 1만원 한 장은 먹었기에 빼도박도 못한다고 하시길래...
살며시 "취소"를 눌러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9. 기차역과 혼동 혹은 경의선 전철에 대한 난감한 질문.
어느 노인 분께서 분실물을 찾으러 서울역에 오래서 왔는데 어딜 가야하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 직원을 불렀지요. 서울메트로 유실물센터는 시청역이라고 하시더군요. 이상해서 더 물어보니 이 분은 무궁화호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이야기하십니다. 결국 기차 서울역으로 안내해드려야 했지요.
또 경의선 전철로 문산을 가겠다는 군인 분을 안내하려 보니 2시 10분 무렵입니다. 1시간 1대 꼴인 경의선 전철은 떠나간 상황. 3호선 종로3가-대곡 루트를 알려주지만 영 수긍을 않는군요. 그게 여기서 전철 경의선 기다리는 것보단 빠르다니깐 이 양반아.
휴식 시간은 12시 반에 20분간 짧게 가졌습니다.
PDA 내비게이션 찍고 가까운 미니스톱에 달려가서 삼각김밥을 꺼내려 보니 텅 빈 선반.
맛 없는 불고기 버거 1200원 짜리와 모카 우유를 먹으며 허기를 해결했습니다.
활동을 마치고, 다시 한 번 들어가는 개찰구에 찍을까 고민하다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니 찍습니다.
역무실 직원 분들께서 저의 일본어에 감탄하시면서 "어학 연수 갈 것 없어. 여기 이용객들 다수가 일본인이야." 이러시는군요.
가끔 와서 도와달라는 말씀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대답을 해드립니다.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받고 귀가길.
4호선 전철에 앉아 지친 다리를 두드리며 집에 돌아옵니다.
그래도 이 활동 은근히 재미있더군요 ^-^
첫댓글 잠실역에서도 이런 일 매번 일어납니다. 롯데월드 가려는 사람들이 80% 이상이어서 일본 사람들을 비롯하여 중국, 대만, 기타 영어권 외국인들도 많이 오지요. 일본인이 많은 역을 꼽는다면(잠실역 1회권 발매 기준) 경복궁, 동대문 시리즈, 명동, 삼성, 안국, 을지로 시리즈, 종로3가, 회현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나열된 역에서도 생생 어학연수가 가능합니다.
1번 같은경우 얼마전에"우대용발권전용"(T머니 에서 제공한것 이라 알고있음.)이라는 카드가 역으로 보급되어 눈치것 해드리고 있죠.
고등학생이신가요? 일본어 잘하시나보네요. 부럽다.. 6번의 경우, 제 생각으로는 외국인들에게도 T머니 카드를 소개해드리고 T머니 구입 및 충전을 유도하는것도 괜찮을듯 싶네요. 물론 자국으로 돌아가면 이용할 수 없고 또 잔액을 환불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에 다녀온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