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다른 이유로 불타고 있긴 하지만 가디언 테일즈의 문제는 운영뿐만이 아니다.
게임도 문제가 있다. 간단히 말해 콘솔의 재미는 살렸지만 그걸 모바일 F2P로 풀어내면서 문제가 생겨 버린 경우.
1. 게임플레이는 콘솔 패키지 감성
콘솔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가디언 테일즈의 게임성은 콘솔에선 그리 드물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장 고전 젤다의 전설이 딱 이런 방식이었고, 탑뷰형 스팀게임은 죄다 이런 식이니까.
퍼즐 푸는 방식부터 전투 시스템, 스토리 연출까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것들이 죄다 섞여 있는데...
좋게 말하면 모바일 F2P에서는 굉장히 드문 게임이고, 놀라운 시도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냥 콘솔 모방이란 얘기다.
사실 이건 가테가 좋은 게임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고... 문제는 다음부터다.
2. 밸런스는 철저히 모바일 F2P
모바일 F2P의 밸런스는 간단하다. 네놈의 시간을 갈거나 지갑을 갈면 게임을 할 수 있다.
"즐길 수 있다"가 아니다. "할 수 있다".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모바일에선 갓겜 취급받는 거다.
그리고 가테는, 내 경험상, 월드6부터 딱 이 밸런스가 체감되며,
결정적으로 그 과정을 즐길 수가 없다.
월6~7부터 적정 레벨을 만들려면 커피를 무수히 태워야 하고,
그러고도 태3이나 전무가 없으면, 혹은 무기가 4성이면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높은 스펙을 요구하며,
그러고도 고작 스테이지 한두 개 깨면 또 막힌다. 네놈이 똥손이면 그것도 힘들다. 월7 슬라임은 정말 개XX다.
약 3만원 소과금 기준으로 월7부터는 커피를 1천 단위로 태워야 간신히 한놈 만렙 만드는데
이렇게 만렙을 못해도 대여섯 만들어야 한다. 장비 렙업 진화는 또 다른 얘기다. 이래야 겨우 스테이지 하나 깬다.
참고로 난 아직도 월7 기준 만렙이 없다.
파밍에만 며칠을 쓰고 딱 스테이지 하나 30분 즐기면 끝이다. 30분을 위해 1주일 고행을 견뎌야 한다.
파밍이 쉬우면 말도 안해. 내가 61렙 경험치 던전을 도는데 손플로도 전복이 나는 난이도다.
게다가 파밍은 핵과금도 피할 수가 없다. 물론 과금전사는 전복 없는 낮은 데서 질러대면 가능은 하다. 부럽다.
3. 콘솔 게임성과 모바일 밸런스의 불협화음
진짜 문제는 이 모바일 밸런스가 콘솔 게임성과 만났을 때.
가테의 게임성은 콘솔다워서 좋다고 이미 말했다. 콘솔에서 먹힐 요소는 다 잘 버무려 놨으니.
그런데 아까 말했듯 그놈의 모바일 밸런스 때문에 가테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러니까 이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는 월드 진행을 하려면,
그보다 훠어어어어어얼씬 많은 시간이나 과금을 태워야 한다.
내 경험상 대충... 전체 플탐의 90%가 파밍이고 10%가 월드 진행이 되는 것 같다.
월7이니까 이정도니 더 위로 올라가면 얼마나 더 끔찍할지 상상도 안 간다.
1시간 즐기는데 고작 6분 즐겁고 54분 괴로운 건 과거 고전 RPG에서나 참을 수 있는 밸런스다.
요즘 콘솔게임은 그따위로 만들면 온갖 욕은 다 들어처먹고 스팀에서 압도적 부정적 얻어맞고 잊혀진다.
그뿐이냐. 모바일 밸런스의 문제는 하나 더 있다. 깰 거 다 깨면 할 게 없다.
핵과금러는 나보다 훨씬 편하게 월드를 뚫겠지. 그리고 모든 월드를 다 뚫는 순간,
그들은 즐길 게 없다. 남은 건 무한파밍과 노잼에 밸런스 똥망인 PVP 레이드뿐.
모바일 F2P라서 게임을 계속 해야 뒤처지지 않는다. 스펙은 계속 오른다. 다음 월드 업뎃되면 또 순식간에 깨겠지.
그리고 또 그들은 즐길 게 없을 것이다. 모바일 F2P의 숙명이다.
다시 말해 개발사는, 자기가 의도했든 카카오가 시켰든, 혹은 둘다든...
콘솔 패키지에 어울리는 게임을 모바일 F2P로 내는 잘못을 범했고, 그게 여기저기서 엉키고 부딪쳐서 꼬인다.
다른 모바겜은 모바겜만의 재미가 있어서 "그딴 거 접고 콘솔하지"란 말에 카운터를 칠 수 있다.
근데 가테는 애초에 콘솔의 재미가 메인인 게임이라 저 말을 방어할 수단이 없다.
좋은 게임이 나쁘게 팔려 노답이 됐다.
4. 대충 결론
난 처음에 뭔가 답을 찾았겠지 싶어서, 걱정 반 기대 반에 찍억한 사람이다.
콘솔 패키지를 모바일 F2P로 팔 수 있으면 그것만큼 대단한 성공이 어딨냐. 벤치마킹할 일이다.
월4 즈음, 내 걱정이 기우였기를 바라며, 아직은 게임이 재미있어서, 이 때 처음 과금을 시작했다.
그리고 월6에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고, 월7에서 정확히 "이 게임은 할 게 못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딱 이번 사태가 터짐과 동시에 접었다. 사실 지금 불타고 있는 건 내가 게임을 접은 것과 별 관련이 없다. 우연이다.
밸런스 기획은 이 어려운 걸 결국 못 해냈다. 그들이 잘못한 건 없다.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
그래도 내가 그걸 이해한다고 이 게임을 계속할 이유는 없지. 이 게임은 초반만 갓겜이다. 찍먹만 해라.
어쩌면 각성석 던전 끝내고 보상 받아야 되는데 서버 다운으로 못 받고 횟수만 날아간 게 그리도 서러웠나 보다.
첫댓글 가테 아이템은 가챠로 템 맞추는 게 아니라 던전 돌고 인베이드 하면서 얻은 재료템으로 완성템 만들고 도감 만들고 트레이딩 넣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과금은 코스튬이나 스테이지 해금?(개인적인 의견임) 정도면 좋앗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듬. 리니지 레볼루션이 가챠 시스템으로 진짜 과금 시스템을 괴랄하게 만든 영향이 있긴 한 듯.
템만이 문제가 아님. 스펙 밸런스를 대놓고 모바일 방식으로 박아놔서 콘솔 느낌으로 게임을 즐기는 걸 방해하고 있어서 온갖 짜증으로 이어지는 것. 처음엔 가챠도 안 나오면 말고였는데 이젠 안 나오면 그저 빡침. 그거밖에 쾌감이 없으니까.
완전 공감한다. 게임하면서 계속 뭔가 찜찜했는데, 이거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