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매상을 죽치고 있어서 그런지 난리 브루스를 쳐보지만 역전이
쉽지가 않습니다. 광화문 응원을 다녀오면 나을 것 같은데 갈 수도 없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사진을 찍다가 식물원 앞에 멈춰 섰습니다.
키우기 쉬운 줄 알고 들여놓은 다육이&선인장을 2년 째 키우고 있어요.
-
화분을 50개 정도 샀는데 15개를 죽이고서야 다육이가 물을 생각보다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남은 35개를 아예 족 욕 물가로 하우스를
옮겨 줬더니 이놈들이 새싹을 내면서 씩씩해졌어요. 광합성시간이
모자랄까봐 이틀 전부터 난로를 피우며 지극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한국vs우루과이 전을 보기 위한 모든 준비
(치맥, 복장, 대형TV)를 끝마치고 당구대 위로 올라갔어요. 전반 15분 쯤
해서 전화가 왔어요. 에스더입니다. 강아지가 축구 경기를 안 보고 웬
전화질일까요? 2가지 질문을 했어요, 1. 신입과의 대화(타협인가, 꼰대인가)
-
2. 엄마와의 대화(전세 자금이 안전한가?) 100분가량의 토론을 하면서
에스더가 건전하고 당당하게 자라주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급기야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단답형의 정답이 없다는 전제하에 1번
질문은 '진보가 기득권을 잡으면 보수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본인
-
(에스더)이 과거에는 질문하는 후배였다는 것을 간과하지 마시라. 꼰대라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건 아직은 진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빠가 선배로써
충고합니다. 나를 반대하는(추앙하지 않는) 세력을 제거하지 말고 반면교사
로 삼으시라.
-
진보란 타인의 개혁을 말하기 전에 내 생각(집념)을 바꾸고 타협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 입니다. 아빠는 이것을 '합리적인 사고' 말합니다.
-
'시지포스 신화'에서 '시지포스'는 신의 명령을 어긴 죄의 대가로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끌어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되었대요. 산꼭대기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산 아래로 떨어지는 바위를 지켜보면서 그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하지만 '카뮈'는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산 아래로 내려가는 그의 모습에서
다른 것을 봅니다.
-
그것은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의식하는 자의 위대함입니다. 시지포스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합니다. 그의 힘은 결과에 대한 희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인생의 부조리를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은 부질없는 희망을 거부하지만, 이
-
거부와 반항을 통해서 자신이 처해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행복에 도달합니다. 이삭은 행복합니다. 부조리를 끌어안되, 부질없는 희망을
거부하고 반항하는 자의 행복입니다. 이런 사람을 세상은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결국 브엘세바의 이삭에게 아비멜렉이 찾아와 화친을 청합니다.
-
겉으로는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그렇다고 진 것도 아니고 빼앗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이 채워지는 이삭을 보면서 그 배후에 계신 하나님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 나는 왜 손해 보고는 못살까요?
-
2번 질문의 답은 이미 그대가 잘 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효'는 참고만
하시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앞줄에서 번쩍번쩍 빛나게 사는 공주가 2.3
차 산업 시대를 살았던 부모의 생각에 발목 잡혀서야 되겠습니까? 예주를
그 후배처럼 키우시라. 그동안 아비의 빈자리를 언니인 네가 채워줘서
고맙구나. 여기까지. 이제 에스더 안(IN) 패밀리의 부성은 버리시라.
-
후배처럼 대하고 미술인의 파트너십을 권고드리며 다음 주제인 '햄릿'으로
갑니다. 똑똑한 딸내미를 둬서 밤새 햄릿을 읽고 또 읽었어요. 복잡해 보이
지만 개인적으론 '올림푸스 왕'보다 더 간단한 내용이었어요. 내가 읽은
바로는 두괄식 소설로 1장만 읽으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
햄릿이 선왕(유령)을 만나면서 스토리가 시작되지요. 아버지가 죽자, 작은
아빠가 왕이 되고 어머니와 결혼합니다. 이 짓을 패륜으로 본 햄릿이 복수의
칼을 갈고 끝내 복수에 성공하면서 비극적인 끝맺음을 하는 내용입니다.
공주가 아비 꿈을 꾼 것은 졸업 전(햄릿)때문에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
햄릿이 열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선왕의 억울함(효)차원인가, 내 밥그릇을
뺏긴 때문인가? 성경에 계대제도(형사치수 제)라는 풍습이 있는데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거두는 내용입니다. 룻기 서를 보면 모압 여인 룻이
보아스 라는 남자의 눈에 띄어 팔자를 고치는 내용이 있어요. 이 틀을 세익
스피어가 가져온 것인데 왜 햄릿은 복수에 인생을 걸었을까?
-
아버지를 보고 햄릿이 열 받는 건 지 마음이니까 알고 싶지도 않고, '가족의
해체'와 관련 부모가 자식에게 유익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죽었으면 그만이지 괜히 유령으로 나타나서 아들을 '치정에 의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자식의 인생을 망쳤냐는 말입니다.
-
'괴물(클로디어스)을 죽이려다 괴물이 된 사나이(햄릿)' 로 카피를 뜬 공주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니 아직도 공주가 팔팔한 청춘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치관은 변해요. 설사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아비의 복수를 때문에
몬스터가 되는 건 효자도 의리도 아니라고 봅니다. 햄릿은 지성의 사고에서
-
졌어요. 아비는 공주들이 '지식의 사유'에서 절대 강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빠가 공부에 목숨을 거는 이유입니다. 14세기에 불어 닥친 미 증류의
‘흑사병’ 대하여 속수무책인 절대봉건주의와 신의 무능함에 대한 항의를
복수(당위성)의 연극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
중세의 기사 패러디 '돈티호테'를 세익스피어 작품보다 더 상위 수준으로 평가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대미술과와 연출의 경계가 어딘가요? 무대
미술은 세트로 '괴물을 죽이려다 괴물이 된 사나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2022.11.24.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