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노리'의 '너에게로' 뮤직비디오 입니다.
사실 저예산을 넘어선 노예산으로 밴드 내부에서 한 번 어떻게든 만들어보자. 라고 기획이 되었다는데
어찌어찌 저와 연결이 되어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과정의 노하우와 방법을 공유해서 좀 더 많은 밴드가 자체제작 뮤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만 별 내용은 없어용 =ㅁ=
1. 예산을 줄여라!
->처음엔 핸드폰 캠을 이용해서 촬영을 할 예정이었습니다만 맘에 드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
장비대여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저주는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한국 상업영화 현장에서 자는 시간도 안 주고 스텝을 후려치는 이유 중에 하나도
회차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장비대여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촬영일수를 줄이는 것이죠.
당연히 인디제작현장에서도 회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 회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촬영하는데 시간이 오래 드는 아이템을 포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산 정상에서 소리치는 장면과 강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을 찍으려면 단 두 컷을 찍기 위해서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루에 한 컷을 찍을까 말까 하는 상황도 생기지요.
일단 기본아이템을 구체화시키며 장소/인물/소품 따위를 따로 정리합니다.
그 중 장소와 인물에서 '힘들겠는데...' 하는 것들은 과감히 버립니다.
물론 '아 이거 아니면 안 돼! 걍 죽을래!!' 하는 것들은 지켜나갈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흔한 영상물'을 찍지 않는 방법입니다.
-> 그렇게 촬영조건에서의 물리적 시간을 줄였습니다만 밴드가 원한 건 드라마타이즈 형식이었기에
'아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부분이 회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도저히 하루만에 찍을 분량이 아니었죠.
고민하던차에 힘을 줘서 찍어야 하는 장면들, 코러스부분이라던가 좀 멋진 장면들은 장비를 빌려서
제가 촬영하고, 나머지 그냥 무난하게만 찍어도 오케이 떨어질 것 같은 부분들은 따로 분류해서
콘티를 밴드에게 맡기고 촬영을 핸드폰으로 해오도록 부탁했습니다.
저도 처음 시도하는 방법이라 우려가 좀 있었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전문인력이나 장비가 필요한 장면과 다소 쉽게 쳐낼수 있는 장면을 구분해서 제작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시간과 예산에 쫒기는 드라마현장에선 익숙한 광경입니다.
-> 완전히 구분된 두 개의 촬영현장에서 아웃풋간의 격차를 최소화하기위해 콘티를 평소보다 조금 더
자세히 그리고 카메라 무빙, 컷의 종류 따위를 여백에 적어두도록 합니다. 그리고 화면 사이즈를 통일시키고
의상이나 소품에 대해서 체크합니다. 의상은 만약 드라마 타이즈 방식을 따른다면 영상 속 시간이
날짜가 지나며 의상도 교체해야 하므로 콘티를 보며 몇일차인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징을 줘야 하는 소품에 대해서도 따로 언급을 하고 밴드에게 소품 사진을 받으며 체크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건 '피크' 였습니다. 귀여운 캐릭터 피크가 물망에 올랐지만 너무 가벼워 보일까
걱정하는 의견을 받아들여 영상에 등장한 피크가 선택되었습니다.
-> 이제 장소 섭외가 남았습니다 .사실상 평소 제작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말 다행히 밴드가 아는 인맥을 통해서 공연장을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비용지출이 어려운 인디밴드들에게 이런 공연장소의 쉬운 대여는 정말 가뭄 중의 단비같은 지원입니다.
물론 이렇게 조명과 음향이 세팅된 공연장에서의 촬영이 어느정도 안정적인 영상을 뽑아내는데에
훌륭한 여건이 되어주지만 영 상황이 어려울 경우 카메라를 들고 외부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엔 사람의 발길이 드문 넓은 공간, 혹은 옥상 등의 장소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평소 다니면서 넓은 공간에 대해 눈여겨 보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 한 마디 팁을 드리자면 지하철, 한강은 유료촬영장소입니다. 물론 도둑촬영을 하기도 하죠.
-> 편집은 요즘 컴퓨터들이 게임의 발달과 더불어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덕에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습니다.
사용한 툴은 프리미어 온니. 색보정과 간단한 효과들을 사용했습니다.
-> 작업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확실히 촬영할 때 잘 찍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전제작부분에서 더 열심히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거죠. 꼼꼼히 준비하면 촬영시간도 줄이고
편집할 때 사용하기 좋은 그림을 뽑을 수 있습니다. 어떤 그림이 편집하기에 좋은가..라는 것은
경험으로 습득하는 수 밖에 없지만요.
-> 전체 예산은 밝힐 수 없지만 멤버 4명이라고 치면 이 사람들이 술 좀 덜먹으면 찍을 수 있을만큼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행운도 있었지만 감안하더라도 불가한 금액은 아니라는 거죠.
대충 이렇게 해서 뮤직비디오 제작이 끝났습니다.
인디밴드에게 뮤직비디오가 필수인가..? 라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겠습니다만
엄두도 못내는 정도의 레벨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좀 더 많은 밴드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담은 뮤비를 만들어 공개하고 그로 인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날을 기대합니다.
이번에 뮤비 공개와 밴드언급에 동의해준 인디밴드 '노리'의 새 싱글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부디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 바랍니당~
첫댓글 잘 봤습니다~ 한강, 지하철이 유료 촬영장소였군요
네.. 공익을 위한, 혹은 상업성이 없는 촬영에 제한해서 무료개방입니다 :-) 물론 그 전에 공문 보내야하구용
잘 봤습니다.. 아는 인디밴드중에서 뮤직비디오 찍고 싶은 친구들 있으면 루 쿠루쿠루님께 부탁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