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면... ♡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대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들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의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의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님에게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싶다> 중에서-
♡♡♡
어제부터 시작된
2023년의 구월은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흐르는 강물을 보고
깨우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서로 미워하고 불신했던
지나간 날들의 반목을 머리 긁적이며
반성하는 날들이 되어
이제는 뜨거움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모두가 깨달으며
함께 흘러가길 소원합니다.
오늘 아침 5시반에 증평을 출발해서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해뜨는 집'이라는
장애인 복지시설로 봉사활동을 갑니다
작은 힘이나마
나보다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수 있는것이 있다면,
따듯한 피로 함께 흐른다는것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벅찬 행복을 가슴에 담고
돌아올수 있을 것입니다
2023.9.2.
첫댓글 구월이 왔어요 곧
10월의 마지막밤을 노래하겠지요
항상 앞서 가시는 마야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