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2086호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1942년 경에 이르는 약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사)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말모이 원고’(보물 제2085호)가 출간 직전 최종 정리된 원고여서 깨끗한 상태라면, 이 ‘조선말 사전 원고’ 14책은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집필 ㆍ수정ㆍ교열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되었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 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이를 바탕으로 1957년 ‘큰 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로서 국어 사적 가치가 있지만, 조선어학회 소속 한글학자들 뿐 아니라 전국민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1929년 10월 31일, 이념을 망라해 사회운동가, 종교인, 교육자, 어문학자, 출판인, 자본가 등 108명 이 결성해 사전편찬 사업이 시작되었고, 영친왕(英親王)이 후원금 1천원(현재기준 약 958만원)을 기 부하였으며, 각지의 민초(民草)들이 지역별 사투리와 우리말 자료를 모아 학회로 보내오는 등 계층 과 신분을 뛰어넘어 일제의 우리말 탄압에 맞선 범국민적 움직임이 밑거름이 되었다. ‘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식민지배 상황 속에서 독립을 준비했던 뚜렷한 증거물이자 언어생활의 변 천을 알려주는 생생한 자료로서, 국어의 정립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 여주는 실체이므로 한국문화사와 독립운동사의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대표성ㆍ상징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