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명목의 1박2일 등산 계획을 세웠다.
예년에는 매년 지리산 등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이제 서울에서 지리산까지 가는 것이 멀다 싶어서 설악산 등산 계획을 세웠다.
희운각대피소를 예약했으나, 비 소식에 걱정스러워하는 가족들 때문에 취소하고, 대신 조금 멀다 싶어도 지리산 어느 대피소를 예약했다.
당일 오전 약간의 비가 내리는 중에 집을 나섰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렸다. 남부 지방 쪽에도 적지 않은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접한 아내가 지리산 등산을 취소해 달라는 전화였다.
길 위에서 문세진형제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다. 40분을 달리면 될 것같은 거리였으나 선약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길위에서 갈 방향을 잃고 만 것인가.
그래도 문막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게 되었다.
점심 후 강원도 영월로 달려서 어느 길에서 만나는 소나무 동네에 이르렀다.
안티푸라민의 상표의 소나무 그림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 소나무뿐 아니라, 곳곳에 소나무들이 반겨주듯 했다.
이제 어느 골짜기의 이끼계곡으로 접어들었다. 장화를 신고 이리저리 다녔다.
약 3시간 가까이 돌아다닌 셈이다.
하산이랄 것도 없지만 산에서 나와 문경의 어느 목사님에게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전화를 했으나 피할 수 없는 저녁식사 약속이 있다고 한다.
이런....
여전히 길 위에서 동서남북을 겨냥해 본다.
다시 너와 동네로 달렸다.
삼척의 신리 너와 팬션이었다. 물론 멀지 않은 곳에 신라시대 너와 집이 제법 규모를 갖춘 너와집이 있었다.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제법 규모가 작지 않은 너와집이었다.
이제 동해안 바닷가로 달려본다.
427번 지방도에는 안개비까지 내리니 홀로 감상하기엔 너무 아름다웠다.
익어가는 벼는 고개를 숙이고, 도로변에 위치한 예배당도 왠지 아름다운 믿음의 알곡들이 거쳐갔을 것만 같았다.
도로변의 샛강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이제 어디로 달려가나...
삼척항으로 갔다가 묵호항의 곰치국 생각이 났다.
몇차례 가본 생각을 떠올리며 달렸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피숍도 보이고 호텔도 보인다. 발전인지 퇴보인이지 분간키 어려운 안개비 내리는 초저녁은 허기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곰치국 맛은 그대로다. 너무 맛있다. 소위 속이 시원하다.
식당에서 도로로 나서니 여전히 길위에 서 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다시 길위에서 고민했다.
어차피 처음 계획은 설악산이었으니 설악산 방향으로 달려보자.
옥계휴게소?에 들렀으나, 대부분 가게는 불이 꺼지고 영업이 끝난 상태였다. 초저녁 같은데 커피한잔 사먹기 힘든 것 같아서 차에 휴대한 봉지 커피와 종이컵으로 안개비 내리는 동해안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한잔을 마신다.
해발 920미터 한계령 휴게소로 달려가본다. 거기서 먹는 감자 야식을 꿈꾸며 길 위에서 달해본다.
비오는 먼길 달려간 그곳은 이미 불이 꺼지고 영업은 마감되었다.
세수라도 하고 싶은데 이런...
포기하고 집으로 전화후 잠이 들었다.
중간에 한두번 잠이 깬듯 하나.. 10시 지나 잠이 들어서 아주 시끄러워 일어나 보니 아침 8시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다시 길위에서 고민에 들어갔다. 그보다 우선 아침을 먹어야 했다. 다행히 아침에 한계령 휴게소는 손님을 맞이해준다.
아침 후 다시 비오는 길 위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그래도 설악산으로 발을 옮겨본다. 우산을 쓰고 판초우의와 물한병을 준비해서 산으로 오른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길은 약 1km 가 거의 오르막이다.
비는 내리고 우산쓰고 카메라 목에 걸고 산을 오르기란 쉽지 않았다.
탐방객 지원센터의 직원이 반갑게 맞이하며 "어디까지 가세요?' 물어온다. 아마 날 머리 흿긋한 노인으로 보았던 것인가.
'조금 가다가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산으로 올랐다.
조금 더 올라가본다.
그리고 다시 길 위에서 대청봉 쪽으로 옮겨본다.
그런데 너무 많은 비가 내린다.
판초우의에 우산까지 들고 가는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아주 잠깐 저 멀리 귀때기봉과 산 능선이 보였을 뿐 비와 안개비와 운무에 가려진 저 산은 나를 내려가라하네...
그래서 한계령휴게소로 다시 되돌아왔다.
내려오는 길에도 여전히 투구꽃과 초롱꽃들이 즐비한다.
내려와서 돈가스로 점심을 먹었다.
다시 길 위에서 동해안으로 가야하나, 인제 방향으로 가야 하나 다시 길 위에서 질문해 본다.
주성환형제와 통화하여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약속을 하고 인제쪽으로 달여본다.
인제로 내려오는 길도 달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곳곳에 차를 세워 본다.
인제는 친한 친구 찬석이와 나의 친동생이 복무했고, 울산의 가까운 이웃의 아들(동훈)이 군복무했던 곳이다.
'인제(이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라고 노래했다던 그 지역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장교로 복무중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을 때, 병문안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을 다시 감사하다고 전했다.
사실 지난 주 울산에 갔을 때, 이 친구가 부산에서 달려와서 점심을 사주고 간 친구다.
그리고 동생에게도 전화했다. 먼거리에서 복무하느라 수고했고, 효성스러운 동생이 있어서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 그리고 동훈이 아버지와도 통화하여 안부를 전했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소양강을 내려다보며 이런 저런 상념과 감사한 마음을 떠올려보았다.
춘천으로 가는 길에도 휴게소에 들러 인제에서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 받은 내용에 대해 가족 카톡방에 올려서 친구 찬석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춘천에서 성환형제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 위에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돌아올 집과 가족과 공동체가 있음에 ... 걱정스레 전화주신 목사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첫댓글 따뜻한 이야기가 눈가를 적시네요^*^ 1박2일이 왜 그렇게 먼 시간이었는지..... 이젠 혼자 어디 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