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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아트프로젝트(1)
이미 한국에선 잘 알려진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 Bill Viola의 Three Woman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조덕현의 발굴 프로젝트
중국 퍼포먼스 예술의 선두주자 장후안 Zhang Huan의 해인사 부다 2011
팔만개의 조약돌에 넘버링을 해서 깔아놓은 일본작가 유 아라키 Yu Araki
이미 녹아 흔적도 찿아볼수 없는 김아타의 얼음불상 프로젝트
그외 20여명의 국제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가야산 아래 해인사 경내에 모여있다.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의 특별행사로서 정식 전시명칭은 해인아트프로젝트.
2011년 11월 6일 까지. 합천 해인사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공통적으로 베어있는 키 워드는 통 通이다.
通, 통한다는 의미는 여러가지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는데 그이름 만큼이나 넓고, 열려있고, 확장적이다.
주최측의 소개에 의하면
즉물적인 通,
즉 천년 대장경판을 지켜준 가야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으로서의 통.
(실제로 가본 장경판전은 벽에 위, 아래로 환기구가 설치되어 바람의 순환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오랜 시간동안 대장경판을 잘 유지, 관리할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소금과 모래등을 이용한 바닥 효과도 있었지만.)
불교사상으로서의 通,
불변하고 고정적인 실체란 없다는 空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통.
공간의 通,
상호 다른 공간의 개념도 서로 어울릴수 있다는 통.(이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와 정신의 교류로 까지 화장된다.)
만물의 通, 사고의 通등
불교사상의 깊이있고 통찰력있는 커다란 우물을 보는듯한 모든것을 아우르려하는듯한 전시개념이었다.
그만큼 작품들은 사유적이고 온화하며 작가의 현실세계보다는 감상자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았다.
불교 문화권과 동떨어진 외국의 작가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작업을 통해 이국적인(또는 이질적인)
동양사상과 불교사상에 접근해 보려는 의도가 좋아 보였고, 불교 문화권의 작가들은 자신의 문화를 이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신선해 보였다.
개인적이고 반사회적이며 전투적인 현대미술에 지쳐가는 사람들이라면
순수한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과 함께 通하며 설치된 작품들을 찿아다니며
감상하다보면 어느덧 절반은 큰스님이 던져준 화두를 찿는 학승같은 느낌을 받을수 있을것 이다.
작품 감상외 가야산의 멋진 단풍과 꿀처럼 달디단 산공기는 커다란 보너스이다.
성보박물관으로부터 시작되는 작품투어는
야와 설치 조각전을 보려하면 결국 해인사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하는
작품 배치를 만들어 놓았다.(마지막은 구광루 국제 회화전)
전시구성은 크게 3분야로 나누어 지는데
만물의 通 - 성보박물관 현대미술전
공간의 通 - 야외 설치 조각전
사고의 通 - 구광루 국제 회화전
성보박물관에서 전시 안내 팜플렛을 챙기지 않으면 야외 설치 조각은 감상하기 힘드니 꼭 챙겨야 한다.
꼼꼼하게 모든 작품들을 보려면 최소한 3시간 정도 소요되고 중간에 해인사 경내도 돌아보려면 최소 4시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해인사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새로 생긴 트레킹 코스인 소리길도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자동차로 해인사 바로 앞까지 올라갈수 있지만 소리길을 포기하는것은 이번 여행의 기쁨을 절반정도는
포기하는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성보박물관
깊은 산속에 이런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는게 솔직히 놀라웠다.
지상 2층에 깊숙한 지하 전시장을 보유했고 생각보다 좋은 시설을 갖추었다.
박물관 답게 습도와 온도 조절이 잘되고 있었고 특히 지하 전시장 일부분은 자연채광이 들어오게 설계되었다.
건물 외부 지붕은 마치 부처님의 두상부분을 보는듯 온화하면서 모던한 인상을 주었다.
임영선 Lim YoungSun
한국(1959)
굳이 이작가의 작품방법에 이름을 붙인다면 테크놀러지 아트정도?
작가와 KAIST의 휴먼 로봇개발팀의 박사와 연구원들의 합작품이다.
(KAIST팀만 14명이나 된다. 엔지니어 1명은 별도)
센서와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이 작품은 지나가는 이에게 반응하며
춤도 추고, 두개의 언어로 말도 한다.
Circle of life(윤회)라는 불교적 제목을 지닌 이작품들은
모두 4개의 축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내용을 보여준다.
1. 겨울(기다림)
2. 봄(반가움)
3.여름(만남)
4.가을(축제)
목제 두상은
어린아이부터 늙은이까지
동양인과 서양인등 여러가지가 혼재해 있다.
정성스럽게 깍아놓은 목제 두상의 여러가지 동작에서
우리는 과거의 또는 미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을까.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다음 세상의 모습도 미리 볼수 있을런지.
장후안 Zhang Huan
중국(1965)
해인사 부다 2011
초대형 부다상 2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좌측의 부다상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머리부분이 떨어져 나가 흙으로 돌아가는 처지이고
우측의 부다상은 방금 공장에서 주조되어 나온듯 아니 사출 성형기에서 막 찍어서 나온듯 반짝빤짝 빛나고 있다.
일부러 공산품임을 표현하려는듯 FRP의 물성을 일부러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절대적 신앙의 상징이었던 하지만 이제는 녹슬고 스러져 훼손된 우상과
공업적이고 상업적인 이미지로 번쩍이는 현대의 일회성적으로까지 보이는 우상은
인간의 관념의 변화와 가치관의 무의미성 그리고 시간의 허무함까지 보여준다.
순수한 종교인으로서 달리 생각하면 이작품은 어쩌면 불경스러워 보일법도 한데
그만큼 현대의 종교는 이러한 다양성과 파격까지도 수용하고 이해해야할 정도로
열려있어야 하는가 보다.
홍범 Buhm Hong
한국(1970)
Unknown-Circlation
매우 촘촘한 작은 물방울같은 점과 가는 선만으로 이루어지는 그의 작품은
이전에도 가끔 보았지만 매우 개인적이고 한편으론 편집증적인 광기가 번득인다.
만다라 꽃같은 형상의 신비로움과 척추에서 뇌로 연결되는 신경계를 그려내는 듯한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를 보는듯 하다.
왕지원 Wang, Zi Won
한국(1980)
전시장을 너무 일찍 찿은탓에 아직 전체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다.
작품우측의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사각의 자연광이 그의 작품을 더욱 신비 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천수관음
전원이 공급되면
무표정한 그의 얼굴뒤로
수많은 팔들이 제각각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표정과 동적인 팔의 움직임은
인간의 본연의 모습은 어떤것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멀쩡한 얼굴을 하고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얼마나 많은 일들을 꾸미고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면서
또 얼마나 많이 아파하면서
살아왔고 또 살아야 하는지
.
파이잘삼라 Faisal Samra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1955)
Arabic_Meat
페미니즘적 성격이 강해 보이는 이작품은 한 아랍계 여성이
고기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천으로 만든 것이다.)를 들고
여러가지의 자세를 취한것을 사진으로 촬영한 것이다.
사진속의 여인은 마치 광고 촬영이라도 하듯 여러 가지 다양한 자세로
카메라를 의식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마치 고기덩어리 광고를 하는듯한 모습이다.
여인과 먹거리에 대한 인류역사에서 제법길고도 긴 슬픈 사실을 광고하듯.
아주 간단한 주최측의 설명에 의하면 이작가는
이미지의 파워 그리고 종교, 소수인종, 정체성등을
작가 자신의 신체를 매체로 직접적이고 대담하게 접근하고 표현하는 작가라고 한다.
소남 돌마 Sonam Dolma
뉴욕/티벳,스위스(1953)
작품의 제목은 Red carpet.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레드카펫에 비유하며
티멧의 종교적 의식에 사용되는 짜짜(소릭히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다는)를
카펫 주변에 둘러 놓았다.
카펫은 현세의 권력, 돈, 전쟁,탐욕을
짜짜는 티벳민족 또는 순수한 개인의 영혼을 대변하는듯 하다.
티벳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녀에게
태생적으로 흘러들어간 불교의 정신은 이렇게
새로운 종교적 예술을 발현시키고 있는듯하다.
위 작품의 제목은 아버지의 죽음이다.
정갈하고 반듯한 한편으로는 아버지 품처럼 듬직하고 강인한 인상의 작품이다.
승복을 접은듯 보이는 사각의 틀안에 연약해 보이는 짜짜들이 안전하게 모셔져 있는듯한 분위기이다.
주최측의 소개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세상에 모든 현상은 환상이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있는 이작품도 환상일까.
우리는 작품의 실체(이상 또는 이데아)를 제대로 본적이 있는가.
자문해 보게 만드는 한줄이었다.
수빙 Xu Bing
중국(1955)
아주 정교한 그의 작업은 마치 팔만대장경의 작업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 하다.
목판위에 뒹구는 누에고치들은 어떤 의미일까.
도구로서의 문자 그리고 그속에 갇히는 지혜를
누에의 우화로 풀어보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최종운 Chong Woon Choi
한국(1975)
수직의바다-블루'라는 그의 경쾌한 작업은
젊은 작가답게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으면서 감각적이다.
가만히 멈춰져있던 그의 푸른색 커튼월같은 형태의 벽은
일정한 시간이 되면 갑자기 명랑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일정한 진동속에 커튼은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 파장은 밀려오는 파도같기도 하고
경망스러운 여인의 엉덩이 움직임 같기도 하고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에 등장하는 춤추는 여배우의 가발같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는 격정과 욕망과 현대인의 경망스러움과함께
긴장감과 신비스러움 그리고 일종의 공포감까지 마구 뒤섞여 있는듯한 느낌이다.
안두진 Ahn Doo-Jin
한국(1975)
이작품을 보면서 나는 언듯 지금 내가 이태원 대안공간 꿀에 와있는듯한 착각이 들었었다.
안두진이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못하는 무식한 나는 문득 이작품에서 최정화 작가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제자리로 돌아오다'라는 이작품은 수많은 기성품들이 나름대로의 질서와 영역을 유지하며 빽빽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다.
설명서에는
'수 만개의 오브제들이 집단적으로 병력화된 설치로서 기념비적인 스펙타클 연출,
성스러움과 공포, 우상파괴의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되어있지만
내생각에는
여전히 최정화작가랑 비슷하네 멀,
태미 킴 Tammy Kim
미국(1982)
야외공간 설치 작업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공들이고 철저히 계산된 깔끔한 퍼포먼스와 나름의 파워가 느껴지는 작품.
거울 피라미드는 각면마다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며 자연과 어우러진다.
윗면에 열린 동그란 구멍으로는 상대면의 진실된 면을 보여주고
감상자들이 다가갈수록 작품은 감상자를 비추어주며
작품과 감상자는 일체가 되어간다.
자연과 감상자를 모두 흡수하는
블랙홀같은 작품,
단풍진 낙엽들이 아직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쪽을 비추는 거울위에 붙어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바람이라는 제2의 작업자가 작품에 약간 손을 본듯하다.
아직 해가 비추지 않은 쪽은 새벽의 이슬이 남아 다른 느낌을 주고있었다.
2부로 이어집니다.
첫댓글 엄격하고 고요함만 허락될 것 같은 공간에서, 새롭게 지금의 작가들과 함께 함을 시도하니, 더욱 의미롭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작품을 만들고 설치하는 분주한 소리가 경내에 퍼져나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고요함 만큼이나 이 새로운 프로젝트가 참 아름답습니다.
가볼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렇게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저도 꼭 가보고 싶어서 밤길을 달려갔어요,,무리한게 잘한짓 같아요,,신선한 기획이었구요,,아직 날짜가 남았으니 무리해보심 어떠실지,,리뷰 2부에는 빌 비올라와 조덕현작가등의 작품사진이 있는데 다음주에나 올릴듯..
이렇게 우미갈 식구들과 공유할수있어 다행입니다.
오.... 상당히 괜찮은 듯.
와, 대단합니다. 직접 가보고 싶지만 갈증을 달래봅니다. 스크랩해도 될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