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정치인, 장관, 기관장들이 한해를 보내면서 그 해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기도 하고 신년사를 통해 새해 화두들을 던집니다. 지난 한해는 우리에게 무엇을 느끼게 했으며,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는 어떤 의미인지? 왜 선정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왜 이런 것을 꼭 한문으로 하여야 할까요? 좀 유식해 보여서일까요?
하도 많은 용두사미를 보아왔기에 이젠 이런 현학적인 멘트가 역겹게 들립니다. 너무 공허하다는 생각입니다. 한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이런 말이 가슴에 와 닿을일이 없습니다.
교수신문에서 '장두노미(藏頭露尾)‘ 를 (2010)년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 FTA협상, 새해 예산안 졸속 통과 등 수많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지요. 그런데 이 사자성어를 원래 아는 사람은 한문학을 전공한 극히 일부분입니다. 이런 말을 던지면 우리 국민이 좋아할까요?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2011년 새해, 우리는 반드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고, 경제도 계속 성장시켜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며 일기가성(一氣呵成)이라 했습니다. 국운융성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선진국의 문턱을 단숨에 넘어가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군요. '일기가성'은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의미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내야 한다는 뜻인데 16세기 중국 명나라 시인이자 문예비평가인 호응린이 시 평론집 중에서 두보의 작품 '등고'를 평하면서 쓴 표현이라고 합니다. 역시 어렵습니다. 그 동안 허둥지둥 되던것 좀 없애고 좀 진지하게, 강단있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식으로 화끈한 정치하겠습니다 - 라고 하세요.
교수신문이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채택한 것은 '民貴君輕'(민귀군경)이라고 합니다. '민귀군경'은 『맹자』 '진심'편에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말이라는데, 어렵습니다. 민귀군경'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관권이 인권 위에 군림하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며, 힘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핍박하는 불행한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새해에는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시행되기를 바란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군요.
박희태 국회의장은 신년화두로 '태화위정 (太和爲政)'을 내세웠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화합하는 정신을 강조했군요. 하도 난리를 떨었으니, 이해가 됩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의장이 국회 폭력의 근원을 제공했다며 "태화위정이 아니라 불화위정이 박 의장에 딱 맞는 말일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의 새해 화두 태화위정(太和爲政)은 국민기만이자 언어도단이다"라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2010년 여야 정치인 모두 패자입니다. 말 실수나 남발하고, 토론은 실종된체 이념대립, 극한투쟁으로 우리 삶의 모습을 피곤하게 했습니다. 국민앞에 잘난체들 좀 하지 마십시오. 당신들 보다 잘난 많은 국민들 쓴웃음 지으며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2인자'로 통하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신년 화두는 '불로무영(不勞無榮)'. 노력 없이는 영광도 없다는 뜻으로, 국민 누구나 활짝 웃고 국민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로무영'의 마음과 낮은 자세로 토끼처럼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라는데, 글쎄요, 말로만 그런다고 되나요. 당신은 그냥 조용히 시키는 일이나 하세요, 작은 잔머리 굴리지마시고. 머리가 썩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 즉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유한이 없다'는 결의로 출전하였는데, "2011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추는 '침과대적(枕戈待敵)'의 자세로 사기충천하고 적을 압도하는 '전투형 부대',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내용의 글입니다만, 무골다운 기개가 충분히 느껴집니다. 그래도 젤 나아 보입니다.
그러면 아래의 사자성어는 무얼까요? 아시는 분께서 연말에 알려준 내용입니다.
첫댓글 새해 최 문호님의 칼날이 빛을 發하군요. 건강도 함께 잘 챙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