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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스트(Vest), 영국의 웨이스트 코트(Waist Coat), 프랑스의 질레(Gilet)와 우리 한복의 배자(背子)에 있는 공통점은 뭘까요? 답은 우리가 그것을 ‘조끼’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 옷들은 모두 길이가 짧고, 몸에 맞고, 소매가 없는 윗옷입니다.
조끼는 처음에는 군인들이 군복 안에 입는 몸을 보호하는 옷이었는데 지금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평상복으로 변모를 했습니다. 조끼를 한자로 표현하면 동의(胴衣)라 합니다. 동(胴)은 ‘몸통’이란 뜻을 가지는데 동의란 몸통부분에 맞는 옷인 것입니다.
조끼는 신사복을 완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성인 남자들의 보편적인 신사복을 슈트(Suit)라 하는데, 상의와 바지 그리고 조끼로 구성됩니다.
남자들이 조끼를 입은 모습도 멋이 있지만 그러나 조끼는 남자들만의 옷은 아닙니다. 조끼는 남녀가 모두 입을 수 있는 옷이며 남녀가 같이 입어온 옷입니다. 그런 조끼의 성격은 우리 한복의 배자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한복에서 배자란 저고리 위에 덧입는 단추가 없는 조끼 모양의 옷을 말합니다. 마고자와 비슷하지만 소매가 없는 옷입니다. 우리의 조끼인 배자는 조선후기까지 남녀가 같이 입었는데 지금은 여자들의 겨울철 옷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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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물들고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이 되면 저는 조끼를 입는 즐거움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을이 시작되면 서둘러 퀼트 조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옷은 입는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조끼는 가을과 겨울 사이의 옷입니다. 그 때쯤 퀼트 조끼만이 주는 특유한 따듯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퀼트(Quilt)는 라틴어 Culcite, 즉 ‘속을 채운 봉투’에서 유래했습니다. 현대에서는 겉감(Top)과 솜(Batting), 안감(Backing)을 순서대로 누빈다는 뜻인데, 이것은 천을 보강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온의 효과가 있습니다.
1903년 이집트 파라오 조각상에서 옷을 누빈 자국이 엿보이는 퀼트라인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퀼트의 역사가 6천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적 의미의 퀼트는 유럽에서 시작했으나 미국에서 발전을 했습니다. 오늘 날 전 세계 퀼트계의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아메리카 퀼트’의 역사는 1620년 영국으로부터 청교도 102명을 태운 메이플라워호가 65일의 항해 끝에 매사추세츠의 프리모스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생활이 곧 삶과 죽음의 싸움이었던 신세계에서 추위를 막기 위해 자투리 천을 가능한 크게 이어 붙여 이불과 매트, 옷 등 생활필수품을 만들어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필요’가 퀼트라는 예술을 만들었습니다.
옷이 아름다운 것은 생활이면서 예술인 것입니다. 퀼트 조끼를 만들면서 옷의 완성과 동시에 예술적인 성취감을 동시에 느껴봅니다만 저는 퀼트 조끼를 만들면서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퀼트가 완성되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가난이 어머니의 바느질을 완성시켰습니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의 옷을 두툼하게 누비던 어머니의 바느질을 기억합니다. 낮에는 고단한 논일 밭일을 하시고 밤이면 호롱불 아래 바느질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우린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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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비다’라는 동사를 좋아합니다.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지게 박다’라는 뜻이며, 그 말에서 호롱불이 만드는 어머니의 그림자가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가난을 누벼 줄이 죽죽지게 난 그 바느질이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퀼트 조끼를 만드는 일은 자연스런 천의 감촉과 색의 조화,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정교한 바느질로 섬세한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어머니의 바느질을 추억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평생 남루한 인생에 오직 자식사랑을 덧댄 바느질로 이젠 인생의 11월을 맞으신 나이 드신 어머니에게 퀼트 조끼를 입혀 드리고 싶습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시겠지만 어머니란 거룩한 이름 앞에서 세상 그 무엇이 화려하고 빛난다고 말하겠습니까?
곧 먼 북쪽에서는 첫눈이 내릴 것이고 서서히 추워지는 계절입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가장 화려하고 따뜻한 퀼트 조끼를 입혀 드리고 싶은 시간입니다.
준비물 : 각색 쟈가드 원단(겉감용), 얇은 퀼팅솜 90cm, 안감용 원단 90cm, 리본 5m, 단추
《 만드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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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조끼 본을 마련한 다음 적당한 모양으로 선을 긋고 쟈가드 원단으로 오른쪽과 왼쪽 느낌을 살려서 배색한다.(사진1)
② 원단에 모양대로 재단한 다음 순서대로 바느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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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칼라와 퀼팅솜 안감도 모두 바느질하고 옆선과 어깨를 바느질한다.(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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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칼라 겉감과 퀼팅솜을 포개놓고 완성선 따라 시침하고 리본을 셔링 잡아 칼라에 핀 고정하고 그 위에 뒷감을 얹어서 바느질한다.(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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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조끼 몸판도 칼라처럼 겉감과 퀼팅솜을 고정한 후 리본 셔링을 잡아서 완성선 따라 시침 후 바느질한다. 조끼에 리본을 마무리할 때 깔끔하게 한다.(사진4)
⑥ ⑤의 뒤판 겉감 위에 목 중심에 칼라 중심을 맞추어 핀 고정하고 완성선 따라 시침하고 바느질하여 안감 쪽 옆선으로 뒤집는다.
⑦ 뒤집어서 살짝 다림질하고 매무새를 잘 만져서 다듬는다. 뒤집은 곳을 마무리한다.
⑧ 라인을 정하고 퀼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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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앞홀 라인 따라 시침하고 바느질한다. 실은 원단 색깔과 맞춘다.(사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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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단추 구멍을 만들고 단추를 달아 마무리한다.(사진6)
글 최혜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