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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껍질만 벗기거나 한 오리만 덧대면 시가 되는 마음들이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 숨어있다. 정다인 학생의 시는 어디서 배껴온 듯 기성시인의 품보다 더 넓다. 늘 공부도 낫지만 시는 더 낫다. 처음만 어렵지 골똘해지면 별밭 같은 밤하늘이 누구에게나 가슴 가득한 법 가을비 내린 정오쪽으로 어린 새들의 깃이 푸르다. 먼저 나온 시들만 몇 올려보았다...
거울 현새샘
내 앞에서 치장하는 여러 사람들 화장하는 여학생 무리들 보듯 안 보듯 눈치보면서 보고 가는 남학생 옷매무새를 다듬는 아줌마 하루 동안 내가 보는 수많은 각기 다른 사람들 나도 저 소녀처럼 어여쁜 꽃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플라나리아 조에덴 다쳐버린 내 몸에서 꽃이 핀다 나비는 나를 떠나버렸다 바람은 나를 찾을 수 없어 별은 나를 잊을 수 없어 바다를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가슴에서 울리는 파도소리만 함께 할 때 잘해줄걸 나는 후회해 다시 만나면 가슴 깊이 안아줄거야
별 김성국 들판에 노을이 점차 저물어져가고 있다
저녁 녘 들판에 묶여있던 염소가 음메에~ 하고 운다
해지는 언덕에 올라가 바람과 함께 물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새 내 옆에는 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들판에는 갈대가 흔들거린다 내 마음도 흔들거린다
별이 뜬다 어두었던 내 마음도 별들의 속삭임이 비쳐진다
친구들 김성국 수업을 알리는 종이 쳤다 이제부터는 말소리 없는 선생님과의 전쟁
한 친구는 배가 고팠는지 손톱간식을 먹고 한 친구는 선생님이 칠판을 적는 동안 숙여서 몰래 만화책 보고 한 친구는 졸리는지 책 세우고 엎어져 자고 한 친구는 심심했는지 옆 친구를 건들기 시작하고 한 친구는 싹트는 사랑편지를 적고 있다
친구들이 이렇듯 선생님의 어렸을 적 표정을 상상해본다
한 소녀가 창가 맨 뒤쪽에 앉아 있다 한 소년이 손톱을 물어 뜯고 창가의 소녀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바다 박사랑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에 신발을 왜 가지런히 벗어놓고 갈까 영혼 더러 그 신발을 신고 따라오란 말일까 아니면 너와 인연이 다해서 신발을 버리고 가는 것일까 아직도 바다에는 하얀 신발이 있다
봄 정명원
바람이 지나간 강산에 꽃들이 활짝 피었다 온몸이 따스한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 풀밭 꽃밭 위에 처음 보는 풀을 보고 이리저리 굴러보고 있다 바람이 지나간 강산에 어느덧 저녁노을이 떠올랐다 저물녘 봄빛 하늘 내 마음처럼 한줄기 빛이 나지만 곧 져버릴 내 마음처럼 나는 봄빛 하늘을 바라본다
집앞에 핀 들꽃 정명원
쓸쓸한 발걸음 나는 걸어가고 있다 집앞... 다 왔을 즈음 눈에 띄는 들꽃 한 송이 비가 주르륵 내리고 있는 하늘 들꽃 한 송이 왠지 모르게 그리운 새 한 마리 내 앞을 유유히 지나간다 왠지 나를 보고 자꾸만 속삭이는 거 같다
사막 정다인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내 친구는 선인장뿐 무서운 추위와 어둠의 능선마다 붉게 지는 태양 이슬과 바람이 떨어지는 외로움이 빛나던 곳에는 저멀리 저멀리 날아가려던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다
세이브 정다인
오늘도 지각을 면하는 세이브 깝죽대다 홈도 못 찍을뻔한 세이브 시 한편 만들려다 열번 틀려 걸린 세이브 변비에 간신히 탈출한 세이브 모두에게 올 수 있는 공간에 감사하며 나도 세이브
양초 정다인
나의 볼품없는 하얀 몸은 너를 위해 한없이 녹아가고 나의 윤기 없는 머리칼은 너를 위해 한없이 사라지네 이게 나의 슬픈 운명이라면 빨간실 끊어내듯 그러하지 못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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