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밀라(Casa Mila)
Casa 는 집
Mila 는 사람이름
그러니까 까사밀라는
'밀라씨의 집' 이란 뜻이겠다.
실제로 밀라씨가 가우디에게 부탁해서 지은 아파트 이름이다.
화려함의 극치인 가우디의 작품 '까사바트요' 를 보고 밀라씨가 가우디에게 부탁해서 지었다는 건물.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내 카메라 실력으론
건물 전체를 다 담을 수가 없어 내부관람시 보았던 모형도로 대신한다.
아래 구조물 같은 골조로 만들어져 원형의 건물을 지탱할 수 있다고 한다.
내부 관람을 한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남의 아파트에 들어가 보는 일로 설레였던 거네.
안으로 들어가니 하늘까지 뻥 뚫려있는 공간이 시원하다.
햇살이 골고루 퍼져 밝은 기운이 참 좋다.
전체 가구의 발코니로 빛이 고루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니까 이 까사밀라는 전체가 원형이었던 것이다.
자 이제 옥상으로 올라간다.
관람객들을 위해 입주민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관람로를 정해, 입주민과 다른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이동한다.
그들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처음 안으로 들어가 원형의 공간에 서 있을 때
대부분의 창엔 커튼이 쳐 있어 외부에서 볼 수 없게 했는데
창가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프라이버시가 아닌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듯 하다.
"난 이렇게 너희들이 먼 곳에서 구경 올 정도로 멋진 집에서 살고 있다"
하는 프라이드.
옥상에 올라가선 깜짝 놀랄 만한 광경에 여기가 밀라씨의 아파트라는 걸 잊었었다.
어느 미술관 조각품 전시장을 보고 있는 듯한 착이 인다.
전체적으로 안전망이 쳐 있어 사진에는 아름다운 조각품들이
좀 손해를 보는 것 같긴 한데
안전망이 없는 옥상은 위험천만하다.
가운데가 뻥 뚫려있으니 더더욱.
요 투구를 쓰고 있는 병사얼굴 같은 조형물은
환풍구다.
환풍구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거다.
스타워즈의 감독이 이조형물에 영감을 얻어
영화속 병사들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나의 취향이 아닌 영화,스타워즈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보이는 조형물은 모두 환풍구이거나, 계단실, 기계실이라고 한다.
요 조형물은 계단실인 듯 보이는데
불규칙한 타일을 하나하나 맞추어 놓은 외벽이 참 아름답다.
타일을 잘게 깨뜨려 맞추어주는 기법이라고 하던데
그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 라고 써놓고
검색해보니 <트렌카디스>라고 한다.
이 조형물은
마치 플라맹고를 추며 뱅그르르 도는 여인의 치맛자락 같은 느낌도 준다.
아니면 고개를 내민 달팽이의 뒷태 같기도 하고.
가우디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으니
아마도 여인의 치맛자락은 아닐게다.
아래 사진 옥탑방의 창은
꼭 물고기들이 몰려와 뻐끔뻐끔 거리는 느낌이 든다.
메기라든가, 큰 잉어의 뻐끔거리는 입.
비슷한 것 같지만 어느하나 똑같은 게 없다.
건물이나 조형물을 보면서 상상을 하는 기쁨이 넘친다.
옥상에서 내려다본 내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돌아가며 골고루 비치겠구나
바닥은 요렇게 아름다운 6각형의 타일이다.
무심코 밟고 걸어가는 공간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우면
왠지 발을 살짝살짝 들고 걸어야 할 듯하다.
위 사진들은 옥상 다락방에 차려놓은 모델하우스
100년 전 아이방이나 거실, 주방, 하인방을
박물관처럼 꾸며놓았다.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동반자 왈
"이거 까사미아 매장 같애요."
아하! 까사미아!
신혼즈음 수시로 들락거리며
침구류나 주방용품, 소품 등을 샀던 브랜드.
어쩜 이 까사밀라의 이미지와 이름을 가져온건 아닐까
이 아름다운 건물을 다 보고 나니
갑자기 친근한 기분이 든다.
"나, 밀라씨의 집에 놀러갔었어."
이렇게 말하고 다닐 기세다.
밖에 나와서도 아쉬움에 자꾸만 올려다봤다.
어딜봐도 직선이 없다.
구불구불 물결치듯 리듬감있다.
1층엔 스페인식의 과자점이 있다.
예쁜 곡선의 창이 참 예쁘다.
어허, 까사밀라 건물 밖에도 안에서 보았던 그 타일이다.
건물 밖의 인도까지도 디테일하게 맞추어놓은 걸까.
들어가 다양한 견과류를 넣어 만든 과자를 맛보았다.
종류별로 많이 맛 보았지만
너무 달다.
몇개 사 가려던 마음 포기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날 공항 면세점에서 몇개 사고 말았다.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
까사밀라를 보고
인근거리에 있는 까사바뜨요를 차창밖으로 감상하며
이 거리를 떠난다.
까사바뜨요
이렇게 화려한 건물을 만든 가우디의 상상력에
또 한번 박수를 보낸다.
까사바뜨요 바로 옆에 있는 건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하고 생각하니
어! 포루투에서 본 렐루서점 건물과 흡사하다.
지붕의 모양이나 벽의 타일장식이 많이 닮아있다.
이 이베리아 반도의 거축물은
어찌 이리 아름다울까.
무엇이 이런 상상력을 자극했을까?
요즘엔 자꾸만
'공간에 홀리다'
이 책을 여기저기 넘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상상력이 넘치는 스페인 포루투갈의 건축물에
자꾸만 빠져든다.
아름답다, 멋지다를 떠나
표현하기 어려운 경외감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