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원래 오시장은 진보계 인사라고 할 수 없잖아. 그런 인간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진보를 망신시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안희정, 박원순 등 우리가 대통령감으로 앞날을 기대하고 존경하던 인물들까지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니 어리둥절 했었습니다. 이어서 문화계에서도 진보적 인사들에 대한 미투사건이 계속 일어나자 그저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은 진보를 망신주기 위한 보수가 기획한 음모에 걸려든 사건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임옥상 화백의 성추행 사건이 또 밝혀져서 임화백의 작품이 속속 철거되고 있습니다.
진실 보도를 하고 있다고 믿던 한겨레신문의 석진환 기자가 대장동 의혹의 당사자인 김만배씨에게 9억원의 돈을 받은 것이 밝혀져 실망시키더니, 깊이있는 탐사보도로 신뢰를 쌓았던 뉴스타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던 신학림씨가 김만배씨에게 1억6천만원을 받고 김만배씨와 인터뷰를 한 것이 밝혀져서 윤석열정부에게 언론을 탄압할 빌미를 주고 있습니다. 신학림씨는 자신이 수수한 1억 6천만원이 책값이라고 하는 모양이지만 듣는 사람들이 콧방귀를 뀔 변명입니다.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거짓 인터뷰를 했다는 여당이나 검찰의 주장은 믿지 않지만 그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기자 윤리 규정을 지키지 않은 진보 언론의 빗나간 기자들 때문에 진보언론의 신뢰성은 훼손되었고, 정부 여당의 언론 탄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말았습니다.
진보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이든 진보 언론인들의 금품수수이든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이들이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서 순진해서 그런건지 대담해서 그런 것인지 답답합니다. 성욕을 참기 힘들면 문제가 안되는 방향으로 해결을 하고, 돈을 받았다면 철저하게 은폐라도 하든지, 그럴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말았어야 될텐데 어이가 없습니다.
얼마전에도 민주당 경선에서 돈을 살포한 것이 밝혀지자, 진보스피커들은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상으로 돈을 뿌릴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폭로되지 않았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국힘당이 민주당보다 더 할 것이라는 증거를 보이고 그런 소리를 해야 합니다. 비리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지만, 저질렀어도 증거가 없으면 안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정치적 능력입니다. 도덕적이지 못하면 정치적 능력이라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로남불이라고 할만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