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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메일 첨부파일, 함부로 열지 마라
일본 만화 ‘검은 사기’는 사기꾼 때문에 집안이 무너지게 된 한 소년이 스스로 사기꾼이 돼 오직 사기꾼만을 상대로 사기를 치면서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은 사기 속 사기 피해자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속은 걸 알아차린 자와 모른 채 또 속는 자’가 그것이다. C사에서 일했던 K이사는 전자에 속한다. 사기꾼의 덫에 걸렸지만 무사히 빠져나온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있다.
C사는 눈꽃빙수기 전문 제조회사로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끊임없는 열정으로 제빙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우유눈꽃빙수기는 순간 급냉 방식의 냉각드럼시스템을 통해 웰빙 빙수를 즉석에서 제작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시스템에 활용되는 기술이 다른 회사에서 흉내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C사는 얼음 분말제조장치와 관련한 여러 특허권도 취득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도 C사의 높은 기술력에 주목하며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C사에서 해외 수출 업무를 담당했던 K이사는 잦은 출장을 다니며 항상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사기꾼은 K이사의 바쁜 일상을 파고들었다.
●바이어는 돈을 보냈다는데 입금이 안 돼 = K이사가 사기 사건에 말려든 것은 2016년 9월이었다. 당시 K이사는 말레이시아 바이어와 빙수기 3대를 팔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견적송장(Proforma Invoice)을 발송했다. 며칠 후 K이사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로 일주일간의 출장을 가게 됐다. 출장에서 돌아온 K이사는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아직까지 물건 대금을 보내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고 송금을 재촉하는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해당 바이어에게 뜻밖의 말을 듣는다. 이미 물건 대금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K이사는 물건 대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고 이에 해당 바이어도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K이사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기꾼에 당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K이사가 말레이시아 바이어에게 견적송장을 발송한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꾼 A가 C사의 견적송장을 위조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바이어에게 C사 계좌가 아닌 영국의 한 계좌로 송금을 해 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바이어 측은 판매자와 돈을 받는 사람이 달라서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사기꾼 A는 C사가 한국에서 회계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영국 계좌로 입금 받아야 한다고 말레이시아 바이어를 설득했다. 바이어는 결국 영국에 있는 계좌로 물품 대금을 송금하게 된다. 이후 K이사가 물품 대금 송금을 재촉하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사기꾼이 영국에서 돈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레이시아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
●피해 본 바이어에게 물품대금 할인으로 위로 = 다행히 C사는 대금을 받기 전에는 물품을 보내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에 피해가 없었지만 말레이시아 바이어는 1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보게 됐다. 결국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한국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C사 측은 송금 실수를 한 당사자의 잘못이므로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K이사는 해당 바이어와 재계약을 진행했고 물품 대금을 최대한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위로했다.
K이사는 당시 사기사건을 돌이켜볼 때, 영국의 H사를 도용한 이메일이 사기꾼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K이사는 말레이시아 바이어에게 인보이스를 발송한 시기에 한 무역중개 사이트를 통해 H사의 인콰이어리를 받았다. 해당 이메일에는 첨부파일이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K이사는 무심코 첨부파일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됐고 이때 개인 정보가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계약 변경 등은 반드시 유선·대면 방식으로 진행 = 무역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메일 해킹과 같은 전통적인 수법은 물론 새롭게 진화된 수법도 수없이 많은 수출업체들을 노리고 있다. 무역사기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면상담을 진행하지 않은 업체와의 거래에 각별히 유의하는 것이다. 중대한 계약 변경이 이뤄질 경우 이메일을 통해서만 진행하기보다는 반드시 유선연락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바이어와의 직접 통화해 확인만 해도 이메일 해킹을 통한 사기피해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글로벌 B2B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트레이드코리아’를 이용하는 것도 사기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역협회는 트레이드코리아를 통해 해외 바이어의 인콰이어리가 접수될 경우 그동안 축척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된 바이어만 국내 수출업체와 연결시켜 주고 있다. 트레이드코리아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덤이다.
정리=김영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