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갱이국
임경자
어린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는 냇가나 뒷동산이 전부였다. 그곳에 가면 동네 친구들과 언제고 함께 어울려 뛰놀던 장소다. 뒷동산에 오르면 산나물과 진달래꽃을 꺾어들고 꽃잎을 따먹으며 할미꽃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 냇가로 갈 때는 양재기와 얼기미를 찾아 들고 앞 냇가로 달려갔다. 유리알처럼 물 바닥이 환히 비치는 맑고 깨끗한 냇물에 발을 담그면 왜 그리도 시원하고 신이 나는지 모른다. 붕어, 피라미, 미꾸라지, 모래무지, 꾸구리, 송사리 등 여러 가지 물고기들도 떼 지어 몰려다녔다.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는 잡지 못하여 속상할 때도 많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물고기대신 물풀이 나 있는 곳을 찾아가 징기미와 새우를 얼기미로 훑어 담았다. 얼기미 안에서 팔딱팔딱 뛰는 징기미와 새우를 보면 첨벙거리며 물 만난 고기가 되어 신바람이 난다. 그러다가 돌 위에 듬성듬성 보이는 올갱이를 잡으려고 해 지는 줄 모르고 냇가를 휘젓고 다녔다. 잡아온 징기미와 새우는 끓이면 등이 빨간색을 띠는 징기미와 새우의 구수한 매운탕 맛을 어찌 잊으랴. 올갱이를 삶아 건져 까면서 올갱이 밑 부분을 이로 깬 후 위쪽을 입에 대고 쪽 빨면 올갱이 알이 입속으로 쏙 들어 와 혓바닥 위에 맴도는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그 옛날 이齒 같지 않아 감히 엄두도 못내니 젊은날 그 때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다슬기는 표준말이고 경남에서는 민물고동, 경북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등으로 불린다. 충청지역에서는 올갱이국이 유명하며 괴산에서는 올갱이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올갱이를 잡겠다고 전국 각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곳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 물놀이도 할 겸 첨벙거리며 올갱이 잡는 재미와 몸에 좋기 때문인가 한다.
올갱이는 몸에 열이 많으면 열을 내리고, 통증을 완화시키며 대변과 소변을 잘나가게 한다. 또한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술독을 풀어주기 때문에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 올갱이를 삶으면 푸른빛의 국물이 우러나오는데 이는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동’성분으로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간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대표음식으로 통한다. 안구의 충혈이나 시력감퇴나 스트레스 해소, 결석 예방, 골다공증 예방, 다이어트, 피부의 염증이나 갈증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주의할 점은 폐흡충에 감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날것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
6시 내고향 프로에 올갱이를 잡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그것을 보니 올갱이를 잡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침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친구가 올갱이를 잡으러 가자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냉큼 대답했다.
며칠 후 늦은 밤에 올갱이는 야행성이라서 밤에 많이 나온다며 올갱이가 많다는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차를 타고 가면서 물이 많으면 어떡하나, 물벌레에게 물리면 어쩌나, 모기는 또 없을까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그러다보니 밤길이기도하고 초행길이라 어딘지 분간도 못한 채 어느 냇가에 닿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냇물로 들어서니 물은 발목위에 닿았다. 허리를 구부리고 손전등 불빛에 보이는 올갱이를 보고 순간 깜짝 놀라 감탄사만 연발했다. 상상외로 많이 나와 있는 올갱이를 보고 너무 신기하여 어리둥절했다. 누군가가 올갱이를 쏟아 부어놓은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다. 한손으로 망과 손전등을 잡고 다른 손으로 재빠르게 올갱이를 주워 담았다. 허리도 아프고 장단지가 땡길만도 한데 올갱이 잡는 재미에 아픈 것도 몰랐다. 이렇게 굵직한 올갱이를 밤에 잡아보기는 내 생전 처음이다. 신비로운 마음에 연신 감탄사와 웃음이 나온다. 먹는 맛보다 잡는 맛 또한 일미다.
이튿날 잡아온 올갱이를 된장 풀어 넣고 삶으니 푸르스름한 국물이 우러났다. 삶은 올갱이를 실침으로 뱅글뱅글 돌려가며 깠다. 끝까지 쏙쏙 빠져나온 올갱이 살이 통통하고 실해서 먹음직스럽다. 올갱이 삶은 물에 된장과 고추장 조금 풀고 아욱과 정구지를 넣고 끓이다가 파 마늘 양념을 했다. 그리고는 올갱이를 밀가루에 탱글탱글 묻혀 계란 옷을 입혀 넣고 끓였다. 이 맛은 곧 고향의 맛으로 그 어디에도 견줄 수 없다. 아마도 올갱이국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올갱이국은 무더운 여름에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영양 좋고 맛좋은 올갱이국으로 어머니와 몸보신 제대로 했다.
첫댓글 가을에 더 먹고 싶어지는 올갱이국, 마치 한그릇 뚝딱 먹어 치운것 같은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유리왕자님 감사합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올갱이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간 기름진 명절음식 질리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올갱이국을 끓여 시원하고 칼칼하게 한 그릇 비웠답니다. 유리왕자님께도 한 그릇 드리리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네에 한 그릇 감사히 마음으로 받아 잘 먹었습니다^^
글을 읽다 올갱이국 충청도 괴산 등 너무나 반갑고 정이 넘치는
이름과 지명을 대하고 나니 정말 반갑네요
제 고향이 괴산 칠성이거든요 ㅎㅎㅎ
어릴 때 올갱이 잡던 생각 올갱이국 먹던 생각이 절로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