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봉불사 1인 시위로 다녀간 후 시위로 다시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람 했었다. 불광에 회주, 주지 스님이 새로 오시면서 시위 중단을 요청하셨기에 3주간을 중단하고 법회 정상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다렸었는데, 다시금 1인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들이 많이 가슴 아프다. 그리하여, 40일 만에 봉불사 1인 시위를 위해 구 법회 명등을 비롯한 그 외 4인이 먼 길을 다시 떠났다.
오전 9시에 시위 패널을 챙기고, 동참하는 보살님들이 각각 준비해온 샌드위치와 유부초밥, 찰밥, 반찬과 과일을 싣고 서울을 떠나 괴산 휴게소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잠시 휴식, 그리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칠서 톨게이트를 내려 봉불사에 도착하니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사찰은 여전히 인기척 하나 없이 적막하다. 대웅전에 들러 삼배 올리고 바로 패널을 꺼내 철제 프레임에 부착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후에 관리인 이라는 분이 처음과 달리, 체인 옆으로 주황색 빨래줄을 다시 연결했다.)
시위 팀이 서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패널 세우던 장소에는 절단한 나뭇가지가 잔득 누워있다. 어쩔 수 없이 사찰 입구 체인이 있는 앞으로 나와서 패널을 세워 시작한지 10분 쯤 지나니 어김없이 차량 한 대가 패널 앞으로 멈춰선다. 남자 한 분이 내리시더니, 그 의미는 모르겠으나 주황색 빨래줄로 사찰 출입통제 범위를 넓혀 묶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시고는 평상에 가셔서 저렇게 앉아 계시니 인사라도 할까 하고 설치선을 넘는 순간, " 들어오지 마세요." 어찌나 큰소리로 말씀하시던지 너무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줄을 넘던 발을 얼른 내디뎠다. 아하, 주황색 빨랫줄이 출입통제 선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 왜 불자가 절에 들어갈 수 없을까요?" 되물으니 안된다는 말에 덧붙여, 나는 관리를 하는 사람이라 의무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씀. 그렇다면 저분은 '1인 시위 감시단'인가 봅니다.
나무를 베어서 눕혀놓고, 차량을 주차장을 지나 패널 앞에 주차하고, 줄을 매놓고 출입을 통제하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 감시하고(?), 이 모든 것은, CCTV를 설치하여 확인하고 오시는 것이라는데 과연 어디서 누가 보고 누가 지시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분과 다툼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그대로 시위자 1인만 사찰 앞에 섰고 나머지 인원은 멀리 떨어져 상황만 지켜보았다.
다행히, 화장실은 사용 가능하게 열려있었기에 불편함이 덜했다. 멀리서 보니 앗, 화장실 앞 텃밭에 스님 한 분이 계시네? 무엇인가를 수확하고 계신 듯하다. 가까이 내려가 보니 컨테이너 쪽 계단으로 올라가고 계셨다. 그렇다면 사찰 내에 스님이 계셨던 것일까?
관리인 분이 우리에게 큰 소리 하신 게 미안하셨던지 시위자 뒤쪽 나무그늘로 옮겨 앉으셔서, 명등이 얼른 귤이랑 생수 한 병을 챙겨다 드리니 받으신다. 그 틈에, 저기서 스님을 뵌는데 그 스님은 누군 신지 물으니 봉불사와 상관없는 마산에 계신 스님이시란다. 그리고 우리를 설득하려는 것일까? 여러분들이 여기 이렇게 오셔야 소용없다며, 스님은 서울에서 모두 놓고 내려오셨다는데 왜 이러느냐고 묻는다. 시위하는 우리들이 돈을 받고 이렇게 내려온다는 뉘앙스로 질책하듯 말을 하신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무엇 때문에(?), 사람 고용할 돈이 어디 있어서(?), 시위단을 돈을 주고 고용한답니까?
'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고 하신 무학대사의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는 불광 법회를 계속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비(自費)를 써가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마음인 불광 형제임을 강력히 말씀드렸다. 그래도 계속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대웅전이 대각사로 된 것은 아시는지, 스님 돌아가시면 요사채가 길이 없는 맹지라 팔지도 못해서 이 땅들은 자동적으로 모두 대각사로 간다나? 도대체 누구에게서 어떻게 전해 들으셨던 것일까? 관리인은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피해 평상으로 다시 가셨다.
그러는 사이에도 지킬 것은 지키며 시간 분배하여 계속이어진 '1인 시위'. 다행히 잠깐, 후두득 빗방울 스쳐가고 비는 그쳤다.
우리가 멈추지 않고 이어가니, 관리인 분은 지루하셨던 것일까? 퇴근 시간이었을까? 5시 30분 경에 차를 돌려 내려가신다.
우리는 20분을 더 하다가 퇴근 시간 맞추어 ACE아파트 앞에서 1시간 만 더하기로 하고 봉불사를 내려왔다.
6시에 아파트 앞에 서니 궁굼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서 호소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임을 설명하느라 7시가 넘어서야 예약된 숙소를 향해 따났다.
13일 아침, 호텔에서 간단하게 토스트와 커피, 우유로 조식을 마치고 부지런히 9시 30분경 봉불사로 올라갔다. 대웅전에 들러 일과 정진을 마치고 바라본 경내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대웅전 계단을 내려오는데, 어제 그 관리인 분이 CCTV의 덕택인지 바로 올라오셔서 사찰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나오라고 또 소리치신다. 그렇지, 저분이야말로 돈 받고 하시는 일일 테니, 기도 마쳤으니 머무를 일없어 말없이 통제선 밖으로 나왔다.
관리인 분은 같은 사람들인 것을 확인 하신 탓인지 올라오셨다가 바로 내려가신 후에, 이번엔 보살님과 거사님이 차를
시위자 앞에 세우고 내리셔서 '뭐하는 것이냐'고 한 마디 하시더니 출입통제 체인을 걷어내시고 요사채 앞으로 후진으로 대고 하얀 봉지를 들고 들어가셨다 나오시더니, 거사님은 차를 타기 전, '아줌마 우리 사진 찍지마요.'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차를 돌려 내려가신다.
오늘은 화장실 입구도 출입통제 체인을 쳤다. 그래도 화장실 출입을 막는 이는 없어 다행이었다.
누가 뭐라고 하던지 불광 정상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할 것이다. 어떤 돈 받고 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이렇게 먹거리를 준비하고 이 먼 길을 운전해와서 이렇게 진심으로 할까? 어느 머리에서 나온 추측인지, 가히 그 속내를 익히 알 것 같다. 싸온 것들로 점심을 먹고 서울로 가기 전에 칠서면사무소 앞에서 1시간만 하기로 하고 봉불사를 내려왔다.
풀 정리하시던 아주머니가 우릴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 하신다. 지난 번에 한복 입고 오셨던 분들이시죠? 봉불사 등산 하시던 등산객들은 더울 때는 쉬었다 하라고 염려도 해주시더니, '우리 이 동네 인싸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한바탕 웃고 패널을 세우고 '1인 시위' 시작하니 지나시는 분이 물으신다. 주지스님을 아신다고 하여, 우리의 내용을 정확하게 말씀드리니, 그런 일이? 욕심없이 살것 같던 노 스님이던데? 하신다.
길 떠난 가족을 걱정하는 집에서는, 서울엔 폭우가 내리는데 어떠냐고 여기저기 전화벨이 울려댄다.
그러나 올듯 말듯 함안을 떠나오는 시간까지 잘 참아주었던 날씨에 감사하고, 걱정 끼친 가족에게 감사하고, 염려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함안 주민들께도 감사하고 그렇게 1박 2일 봉불사 '1인 시위'를 마치고 돌아왔다.
첫댓글 보살님 구법회 식구들과
그 먼곳까지 두번이나
다녀오시고 감동입니다.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고 곧 좋은 결실이
있을것입니다.
물이 항상 아래로 흐르듯이
마하반야바라밀 진리는
변할수가 없지요.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