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여름이었던가.. 양평으로 들어서는 길에 누군가가 그런다.
저기 저 보이는 산이 참 아담하면서도 예쁜 산이라고...
그래서 언젠가 꼭 가고 싶은 산 중의 하나가 되었던 예봉산..
여름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난 겨울에 행운처럼 그 산을 오른다...
9시 30분 즈음해서.. 회기역에 도착하니, 친숙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휴버트님..
태백산 갈 때 뵈었던, 진지하면서도 개구장이 같은 모습 그대로다.
아, 태백산 다녀온 지 일주일 밖에 안 되었구나..
가는 내내 쏟아지던 눈... 하얀 눈꽃.. 하얀 설경속에 잠긴 사람들.. 마치 한 달이나 된 것처럼 참 그립네...
사람은 기억을 부르고, 기억은 그리움을 부르고.. 그리움은 다시 만남을 부르고...
올겨울 내내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휴버트님.. 그리고 <또박이 산악회> 언니들 오빠들과의 두번째 만남..
봄햇살처럼 참 포근하다..
계속된 오르막을 오르는데.. 조금 가파르기도 하고, 쌓인 눈이 많이 녹아 거칠고 미끄러웠다.
그냥 천천히 오르라는 후미대장님 자작나무님을 뒤로하고 꼴찌에서 쉬엄쉬엄 가는 데도 혼자만의 낯설음 때문이었을까..
휴... 오르는 내내 침묵하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자꾸 머릿속을 파고드는 생각.. 또 생각... 어서 정상에나 올랐으면 하는 생각...
와...... 그런데 이 무슨 커다란 선물일까...
예봉산 하산길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온통 새하얀 눈 투성인 것이다.
올 겨울 내린 눈이 예봉산 능선 마디마디를 새하얗게 휘덮고 또 휘덮고 또 휘덮고...
멀리 보이는 산 능선들도 모두 하얀 눈 속에 잠겨 있고, 내려가는 길 모두 소복소복 눈 속에 잠겨 있다.
포근한 바람에 비지땀을 송송 흘리며, 올라올 땐 속으로 내내 김 빠져 했었는데,
햇살이 비껴드는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서면 말 그대로 겨울은 마치 한폭의 하얀 수채화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내려가는 길은 나뿐만 아니라 뚜벅이 언니들 오빠들 모두들 신이 났다.
코스를 바꿔서 만나지 못한다는 견우봉 직녀봉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듯..
쉬지 않고 눈 속에서 미끄러지고, 구르고, 넘어지고, 버둥거리며 예봉산을 통째로 접수한 것 같다.
난 쌓인 눈을 두 발로 툭툭 차며 혼자서 신이 났다..
아, 그리고 어느 순간 등장한 노란 루덜프사슴코 한 마리.
바로 뭇사람들의 선망의 눈길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그날 최고의 인기를 누린 눈썰매다.
그날의 싼타(?)는 솔나무님이셨다.
먼저 미끄르르하게 쭉 이어지는 눈길을 솔나무님이 쌩하고 내려가면,
벼르고 벼르던 다음 대기자가 바턴을 이어받아 마음껏 화려한 쇼를 선보이는 것이다.
정말 보기만 해도 몰입 그 자체가 되는 즐거운 쇼였다.. ㅎㅎ
내려가다보면 저만치 가는 앞사람 발끝에 닿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를 아슬아슬하게 비끼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잔돌에 엉덩이를 스치기도 했지만, 체면이고, 나이고 그게 다 무슨 상관일까... ㅎㅎ
예봉산 산자락에서... 그저 우리들은 어른이 된 아이였을 뿐...
그날 눈썰매 최고의 주인공은...
눈썰매 옆에서 1m만 떨어져도 심히 불안해했던 이쁜 아지님.. ^^
그리고 우울한 기분을 눈썰매로 모두 날려버렸다는 이쁜 햇살님... ^^
그리고 또 그외 또박이 언니들 오빠들.. 그리고 나.. 이렇게 모두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
.
.
예봉산 안내해주신.. 휴버트님.. 감사드려요..
예봉산은 태백산에 이은 정말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
회원들 챙기시는 거나 이것저것 챙기시는 것 모두 매너짱에 마음 넉넉하시더군여..
그리고 조용조용한 성격이신 줄 알았는데 뒷풀이에서 내내 언중유골 강한 펀치를 날리시던 자작나무님..
후미보시느라 애쓰셨고 덕분에 즐거운 산행했습니다.. ^^
예봉산을 내려온 후 가진 장어구이집 뒷풀이 또한 참 즐거웠습니다..
비록 다 타버린 장어구이를 내와 회원들, 특히 매력덩어리 우리 안나님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지만,
그래도 써비스가 푸짐했으니.. 만족해야죠..
참, 그날 뒤풀이 주인공은... 음... 바로 미스티님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ㅎㅎ
" 내가 정말 독특해요? 나한테 제발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내가 정말 그래요? "
그러면서도 계속 독특한 제스쳐를 취하시는 걸 마다하지 않던 미스티언니.. 아, 정말 한 독특 하셨네요... ㅎㅎㅎ
그 외 1년만에 오랫만에 나오셨다는 푸근한 성격의 청개구리 언니.. 이제 어서 겨울잠에서 깨어나시구여,,
산행 내내 겁 많은 모습 그대로 마음도 여리신 것 같던 새우깡언니..
그리고 이름 그대로 한 끌림 하시는 것 같던 끌림언니.. 모두들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참, 운전하신다고 술 한 모금 못마시고 안양까지 수원까지 일부러 바래다주신.. 산이 좋아님.. 넘 감사했구여..
꾸벅... 모두들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
아, 뒷풀이에서 못다한 노래는 다음 기회를 부탁하며... ^^;;
첫댓글 아... 내가 눈썰매에서 1m만 떨어져도 불안해했던가...??? 후기 잘 읽고가요~ ㅎㅎ~ ^^
아지님.. 1등 축하드려요... ^^ 제가 좀 착각을... 눈썰매에서 2m만 떨어져도 불안해했던가...??? ^^;;
항상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센스~ 고마웠어요... 후기 고맙습니다... 담에도 재밋는 산행 함께해요
함께 웃어주는 센스~ 고마웠어요... ^^ 이쁜 안나님~ 다음에 또 뵈어요..
그날 잘 들어갔져?? 산에 자주 나오구여, 후기 잘 읽구 가여 ^^
햇살님.. 그날 너무 편하게 들어갔습니다.. 만나뵈 반가웠어요.. ^^
후기 잘읽고 갑니다. 후기만 읽지말고 다음에는 산행에서 뵙겟습니다.
넵. 다음에 꼭 뵙시다요...
겨울산의 매력에 푹 빠지셨네요. ^^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진정한 산이라 하면.. 사실 하얀 겨울산이죠.. 수수꽃다리님.. 댓글 감사드려요.. ^^
기억은 소금없이도 간간하다...태백산행의 여운이 채가시기도전에 예봉산에서 또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드셨군요.^^*
^^ 기억은 설탕없이도 달디 달다... 태백산도 예봉산도 모두 멋졌네요.. 이루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
글쏨씨가 장난아니넹^^.. 담에도 부탁해^^
허거거걱... 또 요? ^^'''
겨울산에 여름꽃.. 애썼네..
자작나무님.. 꼴찌 챙기시느라 애쓰셨어요.. ㅎㅎ
뚜벅이~아니죠! 또박이~맞습니다~ㅎㅎ 글 잘쓰시네요^^
ㅎㅎㅎ 이런이런... 뽀야님.. 콕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저 지금봤어요...멋진 후기입니다...만...아시죠? ^^;;
아, 미스티 언니.. 저를 용서하셈.. 하지만 뒷풀이 주인공은 역시나 애교쟁이 '그대'였음을 다시 고백합니다.. ㅎㅎ
켁~~~!! 뭔쟁이요? ^^;;; 저 그날 " 혀딻은 " 소리도 안한거 같은데...^^;; 다시 한번 비수를 날리시고...앗~싸!!! ^^
멋지다 ! 글이라는것이 이렇게도 영화가 되는구나.. 담에 꼭 가보고 싶네여.. 그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