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촉발된 세계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난 4월 중순쯤 해제되고 우리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외쳤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걸쳐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있다. 작년 영구적 위기 시대의 도래를 실감했고 올 한해도 전쟁, 금융위기, 기후변화, 전염성 질병 등과 싸우면서 12월의 코끝 시린 하늘을 바라본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해제 되면서 몇 가지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학교 현장을 살펴보면 학교폭력의 증가와 올해 가장 큰 이슈였던 교권침해로 인한 교사의 자살 사건 등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수정 보완해 나가야겠다. 또한, 마약의 만연으로 인하여 교육 현장이 병들어 가는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한 약물의 오남용 사례가 늘어가면서 청소년의 몸과 정신이 흔들리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 심화 되었다.
사회적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의 증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자살 문제는 어린 청소년들과 오피니언 리더들까지 베르테르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학교 현장은 작은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면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필자는 누누이 주장해왔다. 지금은 학생과 교사의 마음 건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마음 건강을 위한 상담과 치료가 평행 되어야 하고, 가정 안에서 부모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올 한해는 여느 해 못지않게 정치의 혼란이 가중되었던 시기였다. 세계정세와 정부의 움직임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고, 국내 각 정당의 정치적 상황은 여야 할 것 없이 밥그릇 싸움으로 시간과 세월 보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같은 정당에서 분당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국민들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낡은 정치를 바꿔 보겠다고 총선 출마를 위한 출판기념회를 하는 신진 정치인들이 안쓰럽게 보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의 시장경제를 혼란하게 하더니, 급기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 발발은 중동의 위기를 다시 한번 불러왔다. 그야말로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디지털 화폐로 인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께서 하신 말씀을 가슴에 새겨본다. “내가 땀 흘려서 번 돈이 아닌 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렇다 내가 땀 흘려서 진심으로 번 돈이 아닌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행복은 어느 분기점을 넘으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몇 년 전 ‘소확행’이라는 소비 트랜드가 유행했다. 그로 인하여 중고거래 사이트가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내 주변의 작은 행복, 혼밥 속에서도 찾는 작은 만족이 필요한 연말이다. 연탄 몇 장, 장작 한 단, 기름 한 말을 준비하면서 따듯한 겨울나기를 준비했던 마음을 기억하자.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나고 나무들 사이로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치 편지처럼 눈이 내릴 것 같아 마냥 하늘을 바라본다.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 준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그와 함께 봄을 맞이하고 싶다. 12월에는 전화 한 통 없이 불쑥 찾아오는 친구와 차 한잔 나누고 싶다. 벽난로에 장작이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면서 한해를 추억하고 싶다. 지나간 시간들과 스쳐지난 인연들을 그리워하면서 조용한 12월을 보내고 싶다. 홀로 있어도 아름다운 12월, 둘이 있으면 더 따듯한 12월, 동전 한 닢 구세군 냄비에 넣어줄 수 있는 마음 흐뭇한 12월이다. 김장김치의 넉넉함과 동치미 국물의 시원함 그리고 붕어빵의 구수함이 아름다운 12월 주변에 희망과 사랑을 나눌꺼리가 무엇이 있을지 잠시 주변을 둘러 보자.
오늘 이 순간에 감사하자. 길거리에 12월의 캐롤송은 울리지 않지만 내 마음속에 캐롤송은 신나게 울려댄다. 나를 기억해주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참 좋은 인연들에 감사하다. 12월 어느 저녁에 반가운 사람에게서 전화 한 통이 올 것 같다. 반갑게 안부 인사를 건네야겠다. 한해 많은 이들에게 웃음의 씨를 뿌렸다. 내년 봄에는 그 씨앗들이 파란 싹으로 자라서 5월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기를 빌어 본다. 질주하는 세월의 찬바람이 삐걱 소리를 내고, 함박눈이 펄펄 내려도 내 가슴에 빨간 장작 불꽃을 피워보련다. 그렇게 12월을 보내고 싶다. 희망 한 다발 안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