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ㅡㅡㅡㅡ 숨이 끊긴 자리, 나아감이 뚝 멈춘 뒤에 오는 적막은 너무 커서 적막강산이 된다. 나아감이 멈춘 자리, 보고 들을 마음조차 멈춘 자리가 적막강산이다. 하지만 적막이 있었던 기억마저 사라지면 모를까, 적막은 텅 빈 것이 아니라 있었던 흔적과 기억이 남는다. 적막의 단면을 잘라보면 매미와 넝쿨과 사랑의 시간들이 단층으로 빼곡하게 살아있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과 움직임이 멈춰진 것 사이를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아감이 뚝 멈춘 자리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살다 만 그 자리, 다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이름 할 뿐, 세상만물이 그렇듯 결코 완전한 존재도 없고, 완벽한 소멸도 없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