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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제테크에 참가한 우석정, 신기철, 조예지(왼쪽부터) 어린이가 김상식 농협 도청지점 과장으로부터 1년간의 수익률과 경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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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만드는 방법도 몰랐었는데 이제는 ‘펀드’, ‘MMF’와 같은 금융 용어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요.” 어릴 때부터 경제 관념을 튼실히 심어주고 훗날 건전한 투자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한 어린이 경제교실이 지난 1년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어린이 재테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고수희(여)·신기철(남·샘머리초 6), 우석정(남·동화초 6), 조예지(여·둔산초6)로 지난 설날 받은 새뱃돈을 종잣돈 삼아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에 가입한 뒤 이들 상품의 분기별 수익률을 통해 경제 흐름과 제반 상황을 익혀왔다. 처음 은행을 찾던 날 통장을 만드는 법을 몰라 곤란을 겪었던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란 키만큼 경제 지식도 한 껏 키웠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이들은 각종 금융 상품에 대해 척척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달라진 모습에 뿌듯해했다. 지난 1년동안 우여곡절을 겪어 온 어린이 경제 교실을 결산한다. ◇어떤 상품이었나=
기철이는 대표적인 어린이 통장인 키다리 예·적금을 선택했다.원금 손실 우려가 없고, 돈을 차곡차곡 모을 수 있어 저축 정신을 기르는데는 최고라는 장점 때문이다. 최초 가입액은 10만원에 매달 5만원씩 넣어왔다.
이 상품은 17세 이하 가입자에게 화상수술, 유괴(납치), 식중독, 소아암, 상해치료 등을 보상하는 ‘키다리상해공제(보험)’를 무료고 가입시켜 혜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키다리 예·적금 가입을 통해 기철이는 우대 금리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은행통장이 모두 같은 줄 알았지만 상품마다 이자율이 다르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입하면 0.2%포인트, 자동이체 신청으로 0.1%포인트 등 가산 금리가 생긴다는 것을 처음으로 안 것이다.
석정이와 예지, 수희는 각각 ‘농협CA 아이사랑 적립 주식투자신탁 1호’와 ‘우리아이 3억 만들기 펀드’, ‘MMF(머니마켓펀드)’에 가입했다.
펀드 투자에 따른 위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만큼 은행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석정이가 가입한 ‘농협CA 아이사랑 적립 주식투자신탁 1호’는 고배당 주식에 신탁 재산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적립형 주식펀드로 최초 가입시 5만원을 낸 뒤 추가로 매달 1만원 이상으로 자유롭게 불입해왔다.
예지가 가입한 ‘우리아이 3억 만들기 펀드’는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예지도 최초 5만원을 불입한 뒤 매달 1만원 이상을 자유롭게 투자해왔다.
이 상품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경제와 펀드를 공부할 수 있도록 했고, 각종 투자 일기와 공부방, 경제교실 등 다양한 읽을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한다.
수희는 5년동안 모았던 용돈 통장을 과감히 깨 최초 가입금액 100만원짜리 MMF를 선택했다. 확실히 투자 요령을 익히고, 내친김에 경제공부까지 하겠다는 요량이었다.
수희가 선택한 ‘CA 개인신종 MMF’는 언제 쓸지 모를 여유 자금을 단기간에 예치 할 수 있는 장점에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살아있는 경제 교육의 기회로=
“미국발 금융위기, 주가 폭락, 사이드 카 발동”, “반토막난 수익률에 펀드 가입자들 절망”
국내 경제에 몰아닥친 각종 악재들이 어린이 재테크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익률 하락으로 실망감을 던져주기도 했지만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살아있는 경제 교육의 장을 제공하기도 해 양면성을 안겼다.
1분기 결산까지 안정적인 적금이나 MMF 상품에 비해 실적 호조를 보이는 펀드 상품들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1분기 결산 이후 ‘우리아이 3억 만들기 펀드’와 ‘농협 CA 아이사랑 적립 투자 신탁’ 등 펀드 상품에 가입했던 예지와 석정이는 각각 70%와 25%의 수익률이 발생했다.
그러나 2분기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1분기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냈던 예지의 ‘우리 아이 3억 만들기 펀드’가 24%의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서는 가 하면 석정이가 가입한 농협 CA 아이사랑 적립 투자신탁 1호 상품은 28%라는 마이너스 수익을 나타냈다.
3분기에 들어서도 펀드 상품들의 수익 하락세는 이어졌다.게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돼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예지는 2분기 마이너스 24%에서 3분기에는 마이너스 35%까지 수익률이 떨어졌고 석정이의 경우 31%의 마이너스 수익으로 원금 손실을 봐야했다.
지난 28일 4분기 결산에서도 예지는 마이너스 25%의 수익률을, 석정이는 마이너스 32% 수익률이라는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김상식 농협 도청지점 과장은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품별 수익률을 통해 경제 상황을 익히는 것이 어린이 경제교실의 가장 큰 목표였던 만큼 미국발 금융위기가 초래한 펀드 수익률 하락과 전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은 아이들에게 글로벌 경제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어린이 경제교육 이후 이렇게 달라졌어요=
어린이 경제 교실에 참가한 아이들은 각각의 이유로 경제 교육이 필요했다.알뜰하고 저축 습관이 잘 들어있던 수희는 오히려 ‘돈을 너무 안 써서 걱정’인 아이였다.
어린이 경제 교실 이후 ‘짠순이’수희는 무작정 모으는 게 아니라 쓰임새 있게 지출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기철이도 수희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부모님이 통장에 용돈을 직접 입금해 주면 돈을 아예 찾아쓰지를 않아 문제라는 지적을 받은 것. 기철이는 구두쇠처럼 그저 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저축을 해야 하는지 목적의식을 부여하는 교육이 진행됐다.
꼼꼼히 용돈을 잘 모으다가도 한 순간에 충동구매를 해버리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던 석정이는 현명한 소비 방식과 절제력을 키워왔다.
예지는 통장을 만들어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경제교실 참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만큼 그동안 적립식 펀드를 통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불입하면서 저축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