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지 않는 사람을 만난 날
간만에 거하게 술을 마신 다음 날인 토요일에 일정이 세 개나 있었다.
모닝 커피가 하나요, 북토크 참석이 둘이요, 가볍게 맥주 한 잔이 세 번째였다.
술을 마시든 안마시든 벌떡 일어나 부엌부터 정리한다. 어제 마무리를 집에서 했나보다. 식탁 위엔 숙취음료제와 소주 병 하나와 캔맥주 하나가 보인다. 오래된 친구와의 술자리는 시간을 거슬로 올라가 오래전 날들을 재연시킨다. 아주 오랜만에 모든 걸 놓고 마신 모양이다.
막걸리와 소주를 섞어 마신 거 치곤 괜찮았는데 홈바에 있는 착즙 귤주스를 마신 다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고 누웠더니 천장과 바닥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거 참 큰일났네. 어쩌지?
육지에서 아버지 기일 때문에 내려온 친구와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몇 년 만에 만나는지 모르겠다. 자꾸만 올라오려는 속을 진정시키고 옷을 입고 나간다. 아이들은 엄마가 또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친구가 많다고 나를 추겨 세운다. 육지에서 온 남편은 반대로 아이들과 집돌이가 되어간다.
몇 년만에 만났는데 친구는 반가운 얼굴과 큰 목소리로 많은 얘기를 한다. 집과 가족과 경기도에 대해, 그곳에서의 삶과 이곳에서의 삶에 대해, 엄마의 잔소리와 본인의 잔소리의 닮음에 대해, 친구와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곧 경기도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집에 와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북토크를 가자니 시간이 애매했다. 차를 타려고 하니 이거 잘못하면 면허 취소가 될 것 같다. 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을 살살 꼬셔본다. 오빵~
아이 둘을 두고 남편은 나의 기사가 되어 탑동 이후북스로 나를 데려다줬다. 한 시간 소요라고 하니 타의반 자의반으로 기다려주기로 했다. 거기서 나는 양다솔을 만났다.
양다솔이라고 하면 이슬아 작가의 친구이자 나의 인친이었다. 얼마 전 이슬아 작가의 인스타에서 이슬아 작가와 정의당 정혜영 의원의 뮤비 촬영에서 메이크업을 하는 양다솔을 보았다. 시원한 눈매와 멋스런 눈썹이 매력적이었다.
책표지는 요란한데 두어장 책을 넘기니 지인들의 추천사가 있었다. 그 중 요조의 추천사를 읽고는 그녀를 만나고 싶어졌다.
몇 번이나 나에게 당도했던 문장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내가 선물했던 것이다." 한 친구는 이 문장 아래에 "내가 누구에게 '주는 것'만이 진정 '내 거'"라고 썼다. 이 문장에 따르면 양다솔은 모든 걸 가졌다. 다 주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꼭 맞는 사랑을 주려고 아예 엄마의 엄마가 되어버리니까. 그렇게 친구의 친구가, 적의 적이, 양다솔의 양다솔이 되니까.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p.5
엄마의 엄마, 요조의 요조, 이슬아의 이슬아가 되어준다는 양다솔을 만나고 싶어졌다. 오수경의 오수경, 나의 내가 되어 나를 다독여줄 것 같은 사람이라니.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일이었으므로 나는 토요일이었지만 북토크 예약을 했고, 전날 과음을 했지만 가기로 결심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볼지 기약할 수 없으므로. 나는 그렇게 그곳에 갔고 그녀를 만났다.
5분이나 지각한 나는 맨 뒷 줄에 앉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 그자체였던 그녀는 눈부셨다. 헤어, 피부표현, 코디, 애티튜드, 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역시 그녀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의 매력 터지는 입담에 앞서 그녀의 외모에 넋을 놓았다.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내 스타일이야.
자기 고백과 낭독에 이어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나는 메이크업을 어디서 배웠냐고 사전 질문지에 적었던 질문을 했고 그녀는 열심히 연습한 결과라고 했다. 다른 어떤 이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라고 했는데, 나는 그 질문에 깜짝 놀랐다. 온몸에서 광채가 나는 그녀에게 무엄하게 그런 질문이라니.
질문이 끝나고 사인회와 포토타임이 이어졌다. 그녀는 편지같은 사인을 해주었고 나의 스타일도 아주 좋다고 얘기해줬다. (천사였다.)
그녀와의 만남은 낮잠 같았고 몽롱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 이번 책으로 대박이 날 것이고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다. 너무나 솔직하고 진솔한 그녀의 에세이를 북토크 이후에도 이어 읽으면서 그녀를 오래 생각했고 기억할 것이다. 그녀와의 사진은 개인 소장하려고 하였으나 여기다 공개하는 바이다. 양다솔 작가님을 응원한다.
책소개 : 오수경
<엄청난 하루> 저자, 안덕면 사계리 출신으로 일상과 생각들을 꾸준히 글로 써내려가는 작가다.
OMG ; '오수경 작가가 쓰는 나의 글' 줄여서 '오나의 글(Oh My Gl)을 또 줄여서 'OMG'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