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대 신문왕은 681년 즉위하자마자 동해 바닷가에 감은사(感恩寺)를 창건하였다.
*감은사: 경북 월성군 양북면 용당리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 터에 3층석탑이 남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 절의 금당 섬돌 아래 동쪽으로 구멍이 하나 나있다고 한다. 이 구멍은 동해의 용이 된 아버지 문무왕을 절로 들어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무왕을 모신 바위를 대왕암이라 하고 이 절 이름을 감은사라 했으며 용이 나타난 곳을 이견대(利見臺)라 했다고 한다.
이듬해 5월 초하룻날, 해안을 관장하는 관리 파진찬 박숙청이 대궐에 알려왔다.
" 동해 바다 가운데에 조그만 산이 생기더니 물결을 따라 감은사를 왔다갔다 합니다"
왕이 이상해서 천문관 김춘길에게 점을 쳐 보게 하였다.
" 일찍이 김유신 장군께서는 하늘의 서른 세 분 중 한 분으로 세상에 내려와 우리나라의 대신이 되었습니다. 또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바다의 용이 되어 삼한을 보호하고 계십니다.
지금 두 성인께서 나라를 지킬 보배를 내려주시려 하시니 폐하께서 해변으로 나가 보시면 커다란 보물을 얻으실 것입니다"
왕은 그 달 7일 이견대로 나가 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살펴보았다. 거북이의 머리처럼 생긴 그 산 위에는 대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신기하게도 대나무는 낮에는 둘로 떨어져 있다가 밤이 되면 하나로 합해졌다.(전하는 말에는 이 산도 대나무처럼 갈라졌다 합쳤다 했다고 한다)
왕은 일단 그 날 밤을 감은사에서 묵기로 했다. 그런데 이튿날 정오, 갑자기 갈라졌던 대나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천지가 진동하고 비바람이 일며 사방이 캄캄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일 주일이 지나서 16일이 되었을 때에야 날이 개고 물결이 잔잔해졌다. 왕은 배를 타고 바다 가운데의 산으로 갔다. 왕이 산에 도착했을 때 홀연히 용 한 마리가 나타나 검정색 옥띠를 바쳤다.
왕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 이 산과 대나무가 갈라졌다 합쳐졌다 하는데 왜 그런 것인가?"
" 이는 비유하자면 손바닥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대나무도 마주 합쳐져야 소리가 납니다. 이것은 휼륭한 임금께서 소리로 천하를 다스리게 될 좋은 징조입니다. 왕께서는 이 대나무를 가져다가 피리를 만들어 보십시오. 그러면 천하가 화평해질 것입니다.
바다의 큰 용이 되신 왕의 아버님과 다시 하늘의 신이 되신 김유신, 이 두 분 성인이 마음을 합하여 이 보물을 내리시는 것입니다."
왕은 너무나 놀랍고 기뻐서 오색 비단과 금과 옥으로 보답하였다. 왕 일행이 대나무를 베어 나올 때 산과 용은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튿날인 17일, 왕이 지림사 서쪽 냇가에서 잠시 수레를 멈추고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소식을 들은 태자 이공이 대궐에서 달려나와 축하했다. 태자는 옥띠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 이 띠에 달린 장식들은 모두 진짜 용들입니다"
하고 감탄했다.
왕은 의아해서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태자는 옥 장식 한 개를 떼더니 시냇물에 담갔다.그러자 장식은 곧 용으로 변해 하늘로 올라가고 시내는 그대로 못이 되었다. 그래서 이 못을 용연(龍淵)이라고 불렀다.
궁궐로 돌아온 신문왕은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의 천존고(天尊庫)에 간직하였다.
그 후 이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나았다. 또 가뭄에는 비를 내리고 장마가 질 때는 비를 멈추게 하였으며 바람을 가라앉히고 파도를 잠재웠다. 그래서 이름을 ' 거센 물결을 잠재우는 피리', 즉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하고 국보로 삼았다.
효소왕 때 적국의 포로가 되었던 부례랑이 살아 돌아오는 기적이 있어서 다시 이름을 ' 수없이 거센 물결들을 가라앉히는 피리"(만만파파식적: 萬萬派派息笛) 라고 고쳐 붙였다. 이에 대해서는 뒤의 백률사 이야기에 자세히 나온다.
출처: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 일연 씀/ 김혜경 옮김/ 서해문집/2003
첫댓글 좋은 글 올려주셨군요^^ 수고~
아 이 책 저도 있는데.ㅋㅋ잘 읽었습니다.
수없이 거센 물결들을 가라앉히는 피리"(만만파파식적: 萬萬派派息笛) 만파식적보다 귀여운 것 같아요- 만만파파식적^^;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거센 물결을 잠재우는 피리', 즉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하고 국보로 삼았다.' 잘 읽었어요.^^
이거 고등학교 때 국어시간에 들은 것도 같은데...
거센 물결을 잠재운다라, 정말로 신적인 물건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