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요/ 윤정란
감자를 캐는데 개미가 쏟아졌다
분노한 철거민들 광장에 몰려들듯
집 잃은 작은 목숨이 떼지어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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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윤정란
걸레가 말을 하네
마루 끝에 앉아서
환하게 밝히느라
살과 피 다 닳도록
하늘길 닦아 펼치는
밑바닥 말을 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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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늘 웃으신다/ 강경주
1.
다섯 살배기 손주 놈이 괴로워 죽겠다고
여자친구가 떠났다고 울고불고 야단이다
귀엽다,
너무 귀여워 웃음이 절로 나온다
2.
뭐가 그리 우스운지
부처님은 늘 웃으신다
중생의 짓거리가 그렇게 귀여운가?
내 마음 짙은 그늘을 본 듯 만 듯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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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시간/ 서석조
양산 물금 닭백숙 전문식당 한쪽에
잔인하고 욕 심한 오징어게임 입살인데
또 이쪽 한 군데에는 총선 주자에 입방아다
돌아오는 길머리에 두 아낙이 마주 서서
극렬한 삿대질로 다툼이 심한데도
철 거른 붕어빵 장수 넋을 놓고 보고 있다
부산대 병원 앞을 구급차가 앵앵대자
앞선 차들 길 비켜라 클랙슨이 요란하고
한 청년 조깅을 하다 멈춰 서서 바라본다
집 앞 파지 수집소 휘날리는 먼지 속을
등 굽은 노인 한 분 리어카를 끌고 오자
짐 가득 실은 트럭이 길을 내어 비켜 선다
드디어 집에 도착, 차에서 내리는데
마당에서 놀고 있던 일곱 살 쌍둥이 손자
보고 온 뭇 잔상 흩고 화들짝 안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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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함께 가는 길
경남문학 여름호(147호)/ 경상남도문인협회/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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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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