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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벌
임교순
여기는 원주 치악산 무심정 골입니다.
골짜기를 덮은 다래덩굴 머루덩굴이 얼기설기 덮인 밑에서 물소리가 돌돌 거립니다.
이끼 낀 바위틈에 방갓을 쓴 스님이 웅크리기고 앉아 있는 것 같은 토종벌통이 서 있습니다. 콧구멍처럼 두 개의 구멍이 뚫린 속에서 벌 한 마리가 기어 나와 날개를 짝 펴고,
“아무도 내 허락 없이는 이 벌통을 드나들지 못한다.”하고 뻐겼습니다.
건너편 바위틈에 동자꽃이 발그레 웃는 얼굴로 건너다 봤습니다.
동자꽃은 고개를 갸웃 인사를 했습니다.
“참, 예쁘구나.” 바람은 동자꽃을 확 끌어안았습니다.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오늘은 꼭 산삼꽃을 만나야 해. 할 말이 있거든.”
동자꽃을 쓰다듬고는 획 건너편 산비탈을 치달려 갔습니다.
그 때 벌통 속에서 일벌들이 차례로 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꿀을 많이 따오시오. 절대로 외래종 꽃의 꿀을 가져와서는 안돼요.”
일벌들은 문지기에게 인사하고 총알 같이 날아 숲 속으로 갔습니다.
“요즈음 서양 꽃이 우리 땅에 많이 폈대. 꿀도 많다는데.”
칡꽃에 앉아 꿀을 빨던 유난히 호기심 많은 호벌이가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 소리 말아, 우리 토종벌 나라에서는 절대로 서양 꿀을 빨아서는 안돼.”
대대로 여왕벌에게 충성심이 강했던 충벌이가 쏘아붙였습니다.
칡꽃이 타래로 피어 꽃송이 속에 꿀을 담아놓고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더 이야기도 못하고 벌들은 칡꽃 송이마다 머리를 박고 꿀을 빨았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 고구마 같은 뿌리에 달콤한 가루를 모아놓으면서 긴 줄기를 어느 나무든 감고 오르는 칡덩굴에 핀 꽃은 힘이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토벌이는 칡꽃 꿀을 마음껏 먹었습니다.
날개에 힘이 불끈불끈 솟았습니다.
“충벌아, 사람들은 요즈음 칡뿌리를 캐서 칡차를 만들어 마신대, 몸에 좋다 해서 칡도 남아나지 않는다는데.”
“정말 큰일이야, 토종꿀도 없어서 부르는 게 값이래.”
충벌이는 은근히 토종벌 나라 일이 근심이 되었습니다.
“가자, 우리는 한 가지 꽃 꿀만 모으면 안 돼, 하루에 몇 백가지 꽃의 꿀을 따야 하니까, 이러다간 벌통 안으로 못 들어간다. 어서 가자.”
충벌이는 호벌이를 데리고 또 다른 꽃을 찾아 숲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다람쥐가 바위 끝에 날름 앉아 두 발로 볼떼기를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떨어진 도토리를 굴속에 모아 두었다가 먹고 나온 모양이었습니다.
싸리나무가 자주꽃을 함박 피운 싸리골 비탈로 토벌이와 충벌이가 날아갔습니다.
일벌들도 많이 와 있었습니다.
“야, 여기 꿀 냄새가 진동하는구나.”
일벌들은 배가 말갛게 불러 오르도록 꿀을 빨았습니다.
충벌이와 호벌이는 다른 일벌들이 열심히 꿀을 따는 것을 보고
“우리 일벌들은 모두 토종나라의 국민들이야, 정말 부지런해.”
충벌이는 흐뭇한 얼굴로 싸리 꽃 위에 앉았습니다.
싸리한 꿀 냄새 속에 일벌들의 날개에서 노랫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산에 산에 피는 꽃, 저 혼자 폈지.
산새들도 모르게 저 혼자 폈지.
하늘나라 별들도 찾지 못하게
몰래몰래 핀 것을 우리가 찾았지.
“이렇게 꿀에 취해만 있을 때가 아니지.”
충벌이는 다른 꽃을 찾아 또 날아갔습니다.
도라지꽃이 마치 할머니가 지은 주머니처럼 생긴 꽃봉오리를 받쳐 들고 서있었습니다.
충벌이는 뒤따라 올 호벌이를 생각하면서 얼른 도라지 꽃봉오리에 날아 앉았습니다.
도라지 꽃 봉오리는 갑자기 폭 하고 향기를 터뜨리며 피었습니다.
“아이, 깜짝이야, 꽃 속에 빠졌잖아.”
충벌이는 도라지 꽃 속에 빠진 채로 꿀을 빨았습니다.
“당신처럼 부지런하면 빠져도 꽃 봉우리 속에 빠지는 법이 야요.”
도라지꽃은 충벌의 혀끝에 꿀단지를 잘 대어 주었습니다.
충벌은 행복한 얼굴로 꿀을 빨았습니다.
마치 하늘 한 쪽이 내려앉은 듯 파란 도라지꽃에는 평화로움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충벌아, 어디 있니? 비가 올 것 같다, 빨리 돌아가자.”
바위나리꽃에 앉아 쉬던 호벌의 소리가 도라지 꽃 속에 들려왔습니다.
“그래, 비가 오면 날개가 젖어 돌아갈 수 없지”
충벌이도 도라지 꽃 속에서 기어 나와 호벌이를 따라 벌통 있는 데로 날기 시작했습니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온 산에 산 안개를 피우고 날개가 젖은 벌들은 모두 벌통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벌통지기 땡벌이는 일벌 하나 하나를 맞아,
“수고 했어 ,수고했어, 자 어서 들어 와.”하고 더듬이로 꿀 먹은 배를 건드려 보고는 들여보냈습니다.
벌통 안으로 백 가지 꽃 냄새가 풍겨들고 일벌들의 입에서 꺼내는 맑은 꿀은 벌통마다 가득 채워졌습니다.
숫 벌들은 일벌이 따온 꿀을 빨면서 여왕벌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일벌들은 모두 충성스러워요.
그게 다 여왕님의 은덕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하고 아양스러운 말을 했습니다.
호벌이 듣고 있다가 좀 비위가 거슬렸습니다.
“여왕 마마, 우리나라에서 별로 일하지 않고도 편히 지내는 벌이 있습니다.”
여왕벌은 깜짝 놀라는 기색을 하면서,
“그게 어느 벌이요?”
“여기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어디서 말할 수 있느냐?”
“우리나라 법을 고치기 전에는 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법이 틀린 데가 있단 말이요.”
“예, 그렇습니다.”
호벌이 느닷없이 토종벌 나라의 법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벌통 안은 술렁술렁 의견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숫 벌들의 눈이 일제히 쌩 그래지며,
“호벌은 여왕님의 뜻에 어긋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벌통 나라에 법을 바꾸어 제가 일하지 않으려는 속셈이 있는 말입니다.”
촉이 든 배를 불룩거리며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법을 바꾸어 자기가 편하려고 하다니.”
호벌은 여왕벌의 노여움을 보면서 숫벌들이 일제히 대드는 말에 혼자 대하게 된 몰리는 생각으로 위험을 느꼈습니다.
이 때 충벌이 나서면서 말했습니다.
“아무도 우리 법을 따진 벌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오늘 호벌의 말은 우리 벌통나라가 너무나 평화로워서 남의 처지를 모르고 자기 하는 일만 중요하게 여겨서 한 말입니다. 노여워 마십시오.”
여왕벌은 충벌의 말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니오, 호벌의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오 세상에는 일만 하다가 죽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맨날 먹고 놀다가만 죽는 이도 없진 않아요.
일만 해도 행복을 느끼며 사는 이가 있고 놀기만 해도 매일 괴로운 마음으로 사는 이가 있으니까 행복을 위해서는 일하는 편이 났지요.”
여왕답게 조용히 말을 끝냈습니다.
싸움이 일어날 뻔했던 분위기도 여왕벌의 은근한 말에 조용해지고 꿀통에서 풍겨 나오는 향긋한 꿀 냄새에 모두 취해서 밤을 맞이하였습니다.
깊은 산 속 벌통나라에도 깊은 밤에 빠져 조용했습니다.
가끔 졸고 있는 다람쥐가 기지개를 켜다가 발끝으로 밀어낸 묵은 도토리가 풀잎 위로 굴러 내렸습니다.
나뭇잎 위에 내려앉은 별이 졸다가 새벽이 되니까 하나하나 날아가고 없었습니다. 밤새 꽃봉오리를 만든 꽃가지들은 햇빛이 비치자 활짝 웃으면서 파란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벌통나라에 문지기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고 잠을 깼습니다.
“아! 잘 잤다. 간밤에는 비가 오다가 그쳐 시원해서 문지기도 잊었구나.”
벌통 안에서 일벌들이 일제히 문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꿀을 따오세요. 요즈음 양벌 떼가 우리 산에 꿀 따러 온다는 소식이 있소. 조심들 해요.”
문지기 말에 일벌들은 줄을 서 날아가면서,
“양벌 만나면 죽어도 싸워야지 우리 땅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
하면서 충벌과 호벌은 또 같이 날아갔습니다.
오늘은 피나무 꽃이 많이 핀다는 고둔치 골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멀리 아득하게 바라보이는 원주시내가 꿈속 같이 보였습니다.
“저기는 사람들 나라야, 작년에는 최루탄 소리가 나면서 학생들이 데모를 했다는 거야.”
호벌의 말에 충벌이 놀라면서,
“너는 정말 딴 세상일도 잘 아는구나, 그런 말 우리 일벌들에겐 소문내지 말어, 나만 듣고 만다.”고 했습니다.
“최루탄 냄새는 우리 산 속에도 바람 속에 안겨서 왔단 말이야, 난 코가 네 코랑 달라.”호벌은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달랐습니다.
“그럼 지금은 무슨 냄새가 풍기냐?”
“도시 사람들 불고기 구어 먹는 연기, 자동차에서 타는 기름 냄새, 냇물 썩는 냄새도 풍겨와.” 호벌의 코는 정말로 예민했습니다.
“그 냄새는 맡기도 싫어, 피나무 꽃 꿀 냄새 나는 산으로 빨리 가자.”
호벌과 충벌은 고둔치 잿마루 까지 날아올라갔습니다.
피나무 숲에 하얀 꽃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이 하얗게 빛냈습니다.
“피나무 꽃 꿀은 꿀 중에서도 알아주는 꿀인데 실컷 배가 터지도록 물고 가자.”
호벌의 말에 충벌은 마음이 급했습니다.
피나무 잎에 산안개가 앉았던 흔적이 있었습니다.
안개는 마치 휘장처럼 걷히고 피나무 잎에 햇빛이 내려앉아 반짝거렸습니다.
꽃 속에 머리를 박고 호벌과 충벌은 꿀을 빨아댔습니다.
배가 불룩하여 날개가 무거워졌습니다.
“이제 산삼 꽃을 찾아가야 하는데.”
호벌이 바르르 날개를 떨면서 충벌을 바라봤습니다.
“산삼 꽃이야. 정말 귀한 꽃인데 그걸 어디서 찾냐 ?”
“찾을 수 있어. 내 코가 어떤 코냐, 사람들 세상 냄새도 맡는 내 코가 산삼 냄새야 잘 맞 출 테니까.”
호벌과 충벌은 다시 산 속 깊은 숲을 이리저리 날았습니다.
“산삼꽃은 빨갛단 말이야. 열매도 빨갛고.”
호벌은 바위 벼랑 끝을 날아가며 살폈습니다.
“산삼꽃 꿀만 따면, 우리 여왕님도 벌통나라 온 식구가 만세를 부를 거야.”
호벌이 잔뜩 기대를 하면서 변암 기슭에 바위 이끼가 잔뜩 끼인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저게 무슨 꽃이야? 빨갛게 피었는데.”
충벌의 말에 호벌은 코끝을 널름대더니
“맞다 맞아, 저 것이 산삼 꽃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 꽃 옆에 독사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혀를 널름 널름 산삼 잎을 핥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건 독사, 사람들은 저 놈에게 물리기만 하면 주지, 우리는 괜찮을 거야.”
호벌이 씽 하고 산삼 꽃 위에 날아 앉았습니다.
산삼 대궁이 흔들흔들, 독사가 몸을 비비며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충벌아, 너도 꽃으로 와.”
호벌은 벌써 산삼 꽃에 머리를 박고 꿀을 빨고 있었습니다.
배가 불룩불룩 불어났습니다.
충벌도 같이 꿀을 빨았습니다.
둘이는 정신없이 꿀을 빨다가 숨을 쉬기 위해 입을 쳐들었습니다.
산삼 꽃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산중에 유명하고 귀한 산삼이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소.?”
예쁜 동자 아기로 변한 산삼이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욕심 없는 벌입니다. 토종벌나라에서 왔습니다.
우리 여왕님은 산삼꽃 꿀을 먹어야 토종벌나라의 영원한 왕이 되십니다.”
동자는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호벌과 충벌은 꿀을 뱃속에 담은 뒤에 무거운 몸으로 날았습니다.
벌통나라 문 앞에 왔습니다. 문지기가 반가이 맞으며,
“늦었어요. 막 문을 닫을 시간이었는데 어서 들어가요.
요즈음은 양벌이 다닌다는 소식이 있어 일찍 문을 닫는 거요.”
호벌과 충벌도 좀 겁이 났지만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얼른 벌통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왕님, 오늘은 산삼꽃 꿀을 따왔습니다.”
“오!나의 충성스러운 신하여, 당신들은 지혜로운 일꾼이오.”
충벌은 호벌 때문에 산삼 꽃 꿀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벌통 안에 모든 벌들이 만세를 불렀습니다.
“우리 여왕님 만세, 호벌의 충성심 만세.”
벌통 안은 축제가 벌어 졌습니다.
향긋한 꿀이 갯속에 가득가득 차있고 일벌이나 수벌이나 모두 서로 엉켜서 춤은 추었습니다.
밤새도록 축제가 이루어진 다음날이었습니다.
양벌이 치악산 무심정 골에 왔다는 소문이 들어왔습니다.
“누가 봤느냐 확실하냐?” 서로 야단이었습니다.
호벌은 문지기에게 밖으로 나가겠다면서,
“양벌 놈들이 남에 땅에 함부로 와, 내가 정탐하고 와야지.”
호벌은 핑하니 벌통에서 날아 무심정골 밑으로 날아갔습니다.
자동차 한 대가 연기를 내뿜으면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양벌통이 가득 실려있었습니다.
토종벌을 치는 시인은 움막집에서 나와 올라오는 자동차를 막았습니다.
“여기는 양봉을 놓을 수 없습니다.
내가 여기 토종벌을 치고 있는 곳입니다.”
호벌은 시인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면서 애걸하듯 소리쳤습니다.
“양벌은 외국에서 왔대요.
남의 나라에 함부로 쳐들어온 침입자예요. 쫓아내야 저희가 살아요.”
호벌의 소리를 들었는지 주인아저씨는 길을 막고 서있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이산을 다 샀소.”
양벌통을 싣고 온 주인은 얼굴이 빨개지며 토종벌 주인에게 대어들었습니다.
“이 산에 내가 먼저 토종벌을 치고 있단 말이요.
양벌을 여기 놓으면 내 토종벌은 모두 멸망이요.”
“정말 토종벌 같은 사람이군, 한 두통 토종벌을 치자고 이 많은 밀원을 빗물에 흘려 보낼 셈이요. 답답한 양반아.”
“당신은 꿀만 생각하지 우리의 토종벌 씨가 마르는 건 어떻게 하겠소.”
옥신각신 서로 주장이 틀렸습니다.
“자, 그러지 말고 타협합시다.
내가 꿀 세 통 줄 테니 여기 같이 놉시다.”
“글세 안된 다면 안 되는 거요”
“좋소. 내가 시에 가서 허락을 받아 올 테니 그 때가서 후회는 마시오.”
호벌이 양벌 주인 머리 위를 날다가 목덜미를 쏘았습니다.
호벌은 죽을 각오로 양벌 주인에게 덤볐습니다.
“앗 따가워.”
호벌의 촉이 양벌 주인 목덜미에 박힌 채 떨며 죽어갔습니다.
양벌 주인은 호벌을 떼어내, 땅바닥에 메어쳐 발로 밟아 죽이고 차에 올라 돌아갔습니다.
시인아저씨는 움막집에 들어와 책상머리에 앉았습니다.
토종벌 벌통마다 수런수런 이야기가 분분했습니다.
'아니, 호벌이 양벌 오는 걸 정탐한다고 나갔는데 안 돌아오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충벌은 호벌을 찾아 나섰습니다.
시인 아저씨 웅막집 곁으로 조심스럽게 날아갔습니다.
문구멍으로 들여다보이는 시인 아저씨는 종이 위에 글을 쓰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호벌은 죽지 않고 시인의 눈물 속에서 많은 토종벌떼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윙윙윙 움막 안은 온통 토종벌떼가 뒤웅박처럼 여기 저기 매어 달렸습니다.
시인은 활개를 치고 나와
“토종벌이다. 몰려라 몰려라, 토종벌 몰려라.” 소리소리 질러댔습니다.
치악산 온 산에 꽃들이 꿀 냄새를 품기고, 토종벌은 부지런히 윙윙 날아다녔습니다.
꽃들은 일제히 노래를 불렀습니다.
약력:1971년한국일보신춘문예 동화당선
1983년 강소천아동문학상수상
1990년부터 방울꽃 초등4학년음악교과서에
한국문인협회 문학정보화위원
강원문협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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