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러 마트에 갔다가 잔 고구마를 한 무더기 사와서 찌고, 두 개를
생으로 깎아 베어 먹었어요. 상큼한 녹말이 입에서 부서지는 느낌이
개운합니다. 선친께서도 생고구마를 즐겨 드셨어요. 남초등학교 살
땐 토방 말고 방과 방 사이에 마루 공간(리빙룸)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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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이 들어가지 않아 예풍도 세고 바닥이 시베리아 벌판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곧 발을 딛고 가거나 책을 바닥에 질질 끌고 갔을 것입니다.
아버진 새벽에 그곳에서 생고구마를 종종 드셨는데 가끔 제가 선 잠
깨서 아빠를 부르면 주머니칼로 손질한 생고마를 제 입에 넣어 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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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셨어요. 그날 이후로 아버지의 살가운 모습은 좀처럼 보지 못했어요.
70-80년대는 감자보다 고구마가 더 귀했어요. 생으로 깎아 먹을 수
없는 하지 감자는 반찬으로 종종 먹었는데 대부분은 채를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아 먹었어요. 감자 복음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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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무렵에도 엄마 몰래 설탕 '달고나'를 해먹거나 '감자볶음'을 해
먹었어요.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바람에 컬러가 별로였을
것입니다. 프라이팬도 국자도 까만색으로 변해서 모래로 박박 닦던
재난 극복의 추억이 지금도 기억 납니다. 군대를 제대(23)하고 왕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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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 앞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했어요. 그때 생각이 나서 한동안
상가 1층 군고구마를 매일 사먹었고 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고구마
보다 감자가 더 당기는 것 같아요. 묵은 김치 대신 단골 도시락 반찬
으로 싸갔던 감자볶음을 명 옥-명희가 잘 만들었어요.
2022.3.4.FRI.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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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옥 누나는 동태찌개나 아부라기 요리까지 못 하는 게 없었습니다.
넘버 4, 진호는 어려서 밖으로 싸돌아다니기 바빠, 주방엔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땐 다들 내 그늘에 있었는데 지금은 같이 늙어가고 있어요.
갑자기 생선구이가 생각이 나서 '남도 밥상 집'에 밥먹으러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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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호국사 연못-정희왕후 느티나무-수양대군(세조) 광릉-수목원
테크 길-남도 한상-691호수-욕쟁이 할머니네 집-고모리 저수지500m 전
(찜질방 자리)에 15년 이상을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어줘서. 혼밥처지라 자주 가진 않았지만 이 근처에서 유일한
정통 한식 집(21찬,2만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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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임금님 수랏상' 이후로 가장 버라이어티한 밥상을 받아본 것 같아요.
굴비,묵은지, 굴젓, 풀무치 정도가 제 입에 맞았어요. 특별히 멸치인줄
알고 먹었는데 '풀무치'라고 했어요. 족보가 갈치 새끼라고 합디다.
조만간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갈 생각입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실까요?
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