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원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포함 기본적인 성향이나 원칙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각 사람마다 원칙이란 게 있기 마련이고 각자 나름의 원칙은 행동으로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나의 엄마가 방을 어질러놓은 걸 보면 항상 신경이 곤두서고 화를 많이 내는 타입이라면 방을 깨끗하게 치우고 어질르지 않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고, 방이 어질러져 있어도 별로 개의치않고 치워주는 엄마스타일이면 아무래도 어질르는데 부담이 없게 됩니다. 이렇게 잘 치워주다가 어떤 날 갑자기 폭발해 스스로 치우지 않음에 크게 노한다면 첫번째 케이스보다는 청소를 덜 하겠지만 분노를 예상해서 조심은 하게 될 것입니다.
근데 아이가 항상 어질러놓는데 이런 행동결과를 무척 싫어하는 엄마가 매번 화를 내고 폭발합니다. 근데 아이는 엄마가 왜 화를 내고 폭발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이겠지요. 엄마라는 사람은 어질러놓은 것 외에 다른 것에 대해서도 늘 화를 내고 폭발하는 유형이라면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하고 성격으로 단정해 버릴겁니다. 어질르는 현상에 대해서만 지속적으로 화를 내는데도 조금도 개선이 안된다면 아이가 무엇에 대해 화를 내는지 알 지 못하는 인지발달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제가 완이나 리틀준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수정이 필요한 행동에 대해서는 일관된 야단치기 반응을 하기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완이에게는 구체적으로 베개나 이불 거실로 끌고 나오는 행동, 과자나 과일 가져다 일부만 먹고 또 새것에 손대는 비체계적 행동이 1차 목표였고, 이 행동들에 대한 꾸준한 야단반응을 보였더니 행동제어 능력이 확실히 생깁니다. 도파민을 매일 먹인 것도 혼내는 행동 주체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해서 (보상작용)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깨달아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옥수수를 너무 좋아해서 찐 옥수수를 3-4개씩 산다음 작게 쪼개주면서 다 먹고난 빈 옥수수대를 가지고 와야 또다시 새것을 주는 것을 훈련시켰더니 제법 따라합니다. 늘 하던대로 눈에 보이기만 하면 먹던 게 있던말던 새 것에 손대는 것은 완이의 고질병이라 꼭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과자를 다 부숴가며 먹던, 너무 많이 흘리던, 지금은 그것까지 혼내기반응을 하지않습니다. 더 시급한 것이 항상 첫번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리틀준이에게 목표행동은 요구사항을 울음이 아닌 행동으로 자기요구를 표시하는 것과 공개적인 고추비비기 행동에의 인식이었는데 후자는 도저히 방법이 먹히질 않습니다. 여러 명이 보는데도 본인이 흥분하면 너무 격하게 하는 그 행동에 일관되게 혐오반응을 보여도 리틀준이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일관되게 혼내는데도 일관되게 해댑니다.
이 싯점에서 하지말아야 하는 행동에 대한 인식이 생기지 않으면 행동수정이란 것이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과거에 행해졌던 이상행동에 대한 처벌로 전기쇼크 방식까지 동원되었던 사실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면서도 효과가 없는지 이유가 다 있습니다.
행동수정에 있어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행동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함을 깊이깊이 느끼게 됩니다. 역시 기본적인 자아개념인 의식세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도파민 스윗치가 제대로 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리틀준이를 돌보면서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오히려 켜지지 말아야 하는 성적리비도 작동이나 본능적으로 끌리는 물의 유혹에 대한 열망 쪽으로 도파민 스윗치가 켜지니 이것도 걱정입니다.
자폐증은 의식의 세계를 찾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의식이란 결국 뇌의 작동인데요, 의식의 첫번째 관문은 두정엽의 핫존 Posterior hot zone입니다. 한마디로 의식이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자신을 인식하는 자아의식과 같은 것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 수 없고 환경에 대한 선별이 전혀 안되는 것은 그저 의식없이 먹고 자고 싸는 본능에 국한된 행동만을 만들어 낼 뿐입니다.
보호자가 끊임없이 보내는 처벌의 신호가 읽히지 않는다면 행동수정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인간적 의식세계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시급할 뿐입니다.
많은 자폐아이들이 이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제가 경험한 것도 여러 차례입니다. 그야말로 어떤 아이들은 엄마 뱃 속에서 태아상태로 더 성장을 해야하는 단계로 보여지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지독한 뇌신경 연결망의 선천적 고장이기에 회복은 불가능하더라도 이를 자극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제대로 해야만 합니다.
행동수정법은 잘 적용하면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진행해 볼 수 있는 좋은 교육법이지만 의식의 세계부터 찾아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치열한 감각개선이 노력만이 그 답이 될 것입니다.
첫댓글 리틀 준이가 공개적 비공개적을 알고 대처가 가능한 자의식이 언젠가는 생기겠지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