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재우고 마당에 나왔죠.
돌 지난 이것이 내 품에서 참 잘 잡니다.
이 녀석이 오면 난 꼼짝없이 하루종일 함께 놀아요.
ㅉㅉ...
박새가 좋아하는 인간의 집은 종종 덫이 되기도 하죠.
악의는 없다 하더라도 인간이 맨들어놓은 건물의 곳곳은 위험합니다.
딱새나 박새가 사각 철재 속에서 종종 둥지를 틀어요.
그러면 저런 불상사가 일어나죠.
딱새는 거의 사람 집을 제집처럼 사용하지만 박새는 숲의 나무구멍에서 잘 살고
또 도시의 건물 틈, 바위틈, 지붕 밑, 사람이 지어준 새집 등에서도 알을 낳죠.
며칠 전 발견한 저 새를 위해 준비해 둔 게 있었답니다.
겨울 나뭇꾼이 가져온 긴 막대기하고 새처럼 생긴 나무 동가리하고를
아침부터 깎고 파고 뚫는데 딸이 다가옵니다.
"점심 드시시고 하세요."
"응, 너 카메라 좀 가져온나."
이 박새는 알을 낳기 위해 구멍으로 들었다가 졸지에 갇히고 만 어미새로 보입니다.
곁에 있던 백두선이의 '오리'가 "뭐지?" 하며 구경꾼으로 끼어듭니다.
들꽃연구회 10주년 음악회 때 애쓰고 만들어 온 솟대들이 인자 노티가 납니다.
딸에게 요 솟대 세우기의 의도를 들키고 싶어서 현장에 데려왔죠.
"죽은 새의 부활? 박새의 환생? 이런 거 하고 싶은 제의야..."
딸이 막 웃습니다.
"으응... 정말 멋진 생각이네요. 언제 만들었어요? 호오~~!"
죽은 새를 새로 설치할 솟대의 밑부분에다 묻고
그 곁에 작은 각파이프를 박았죠.
2년 전까지만 하여도 딸이 결혼하고 또 아기를 낳고
그러면 또 어떻게 키울지 참 상상하기 어려웠건만
배가 불러 열 달이 떳떳하더니 건강하고 이쁜 아기를 낳고 아기와 함께 1년 내내
의젓한 것을 오늘날 실감하며 놀라고 행복해 합니다.
겨울 나무숲에서 줏어온 밤나무 뼈대이지만
꼿꼿한 힘이 남다르고 곧아서 불쏘시개로 조금 아까운바 있었던지라
몇 줏어놨는데 이리도 멋진 데 쓰게 되었군요.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쓸모가 있다는 것을 지난 오년에 체득하였으니
이번에도 가차없이 맞아떨어진 셈이지요.
전에 딱새를 구할 때 수통을 절단하다시피 하여 날려보냈던 기쁨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에 숲속에서 갸웃했던 것이
여기에 이르러 결실을 본다 생각하니 이도 여간 아닌 행복입니다.
그니까 머리 따로 몸통 따로 다리 따로의 것을 끼워 연결한 것이 아니고
새다운 모양의 저것을 애틋이 거두었다가 이 봄날에 하늘 높이 세웠으니
울고 불고 했을 죽은 새나 그 가족이라서 어찌 슬프기만 하겠어요.
"그래 잘 가라 그대 잘 가시오" 손이라도 흔들어주고 싶을 것입니다.
지금도 딱새가 내 머리 위 허리 다리 께 어디고 휘릭휘릭 날면서
또 무슨 일통을 저지르나 봅니다.
"부탁이다... 저 무시무시한 쇠파이프 속에다는 제발 품지 말그라이...
내가 쌓아놓은 예쁜 목부작 나무둥치라면 절대 안전하고 또 예쁘니 네 선물로
근처 오데다 걸어줄 수도 있다이...?"
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거실에 들었더니
항, 손주가 어느새 잠을 깨어 걸음마질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주고 간 저 바퀴가 오늘에야 처음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돌 돌 돌 돌 도르르... "달려라 우리 손주 날아라 우리 채연이~~!"
첫댓글 죽은 새의 영혼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위령비가 또 있을지...
손주는 세상에서 젤 이쁘시겠지요 ~^^
두말하면 입아프지요 ㅎㅎ
자기 손주는 눈 큰 강아지와는 달라요. 그 혈육의 배잃이 같은 친연으로 떨어져 있으면 그리워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