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5차, 낙동정맥 8구간
● 산행일시 : 2016년 2월 13일
● 산행코스 : 한티재 ~ 문수봉~ 불랫재~ 421.1봉~운주산~이래재(중탈) 이후는 뒷날 숙제입니다.
봉좌산~도덕산~오룡고개~시티재~어림산~마치재
● 산행거리 : 한티재~이래재(12km)
● 산행시간 : ???(입산 : 02시10분 하산:???)
겨울 가뭄에 벗은가지, 목마름이 눈으로 맡아지는지라
하늘 낮아지고 구름 무거워지는 것을 탓할 일이 아니고 반색하여 반겨야 하는데...
내 앞의 일에 마음이 기우니 온전히 반기지를 못하고
이왕 내릴거면 눈(雪)으로 내려주면 보는 눈(目)도 즐겁지 싶은데...
겨울비 회색으로 내리는 날에 낙동정맥 8구간을 진행코자 길을 나섭니다.
이번구간은 산이름 조차 귀한 낙동정맥 길에 이름을 얻은 산 4개(운주산, 봉좌산, 도덕산, 삼성산)를
스치듯 지나고 어림산을 오르는 구간으로 해발표고차가 300여m~400여m를 오르고내리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산줄기, 그 산줄기 위에서 산객 조각배 처럼 출렁이면서 멀미를 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눈(雪)을 기다리는 마음에 아쉬움으로 내리는 겨울비 그저 아무말 없이 산천초목을 적시니
산객도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젖는 날입니다. 젖자 젖자. 걷자 걷자.
속으로 속으로, 다짐으로 다짐으로 걷고자 합니다.
오늘의 들머리 한티재입니다.
'큰' 것을 일컫는 '한' 그래서 '큰고개' '한티재' 입니다.
어둠 앞이라 이미 어두운데 짙은 안개로 더 어둡습니다. 안개는 불빛으로도 다 밝아지지 않으니..
이름하여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격이요. 못된 처녀 시집가는 날에 등창난 꼴입니다.^^
여러가지로 시원찮습니다만... 장비는 소를 잡을 듯이 챙겼습니다.
노란색 비옷 바지 농삿일 할 때 입는 것인데 오늘 농사(?) 어찌 될지... 걱정입니다.
이때만 해도 한바리 할 각오였습니다만...결과는 부끄러워서 차마 말로 다 못 합니다. 에고 만만찮은기라..^^
(수행중님, 추산대장님, 오스칼혜린님, 유나님, 청봉님, 자유로운세상님, 이글스님, 정다운님)
자세님, 자세 나오십니다.^^ 정맥5차팀의 선두이십니다. 팔 걷어붙이셨습니다.
오늘의 요리 아니라 오늘의 코스 잠시 맛(?)을 봤는데...
맛도 없고 미끄럽기만 합니다.^^ 쪼매 과장하면 일보 전진에 반보 후퇴, 미끄러집니다.
진행속도가 평소에 택도 못 미칩니다. 이렇게 진행하다가는 날 샜다가 날 다시 어두워지겠습니다.
문수봉입니다. 포항시와 영천시 경계를 이루는 시작 봉우리입니다.
불랫재입니다.
포항시 기계면 남계리와 영천시 자양면 도일리를 잇는 고갯길 입니다.
고개 아래 남계리에 불랫골이라는 마을에서 이름이 유래합니다.
불랫골의 유래는 두가지 설이 있는데... '불래佛來' '불래不來' 입니다.
신라때 이곳에 절이 있었는데 부처님이 오신다는 뜻과 이 고개를 넘다가 도둑과 산짐승에게 죽임을 당해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불랫재는 화령현 아래 있는 고개입니다.
화령현은 '불이 내려온다'는 뜻인데... 영천쪽에서 불이 나면 강한 서풍을 타고 잘록한 고개
불랫재를 넘어 포항시의 남계리로 불이 내려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20여년전에 영천호에서 포항제철로 보내는 송수관을 설치하면서 지하수맥이 끊겨서
마을의 샘이 말라서 주민들이 떠났다는 얘기가 전합니다.
421,2봉입니다. 안개가 짙어서 코앞에서 찍는데도 사진이 흐립니다.
안개 다가서는 만큼 물러나니... 잡힐듯 잡히지 않습니다.
길도 안개 속에 묻히니 길을 잃은 듯 하고 산도 그자리를 잃은 듯 합니다.
살다보면 뻔 한 길도 안개에 묻히면 오리무중 헤매이게 되겠구나 안개 짙은 길 위에서
세상일을 잠시 엿봅니다.
안개 걷히면 그 모습, 그 대로, 그 자리에 있을터이니... 너무 헤매이지 말아야겠습니다.
특이하게 세월을 버티고 있는 소나무를 만납니다.
누군가는 '춤추는 소나무'라고 부른다는데... 용이 승천하려고 용트림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는 한자리에 서서 세월을 기다리고, 세상일은 오고가는 바람에게서 듣고...묵묵하게 세월을 이깁니다.
우리네는 무엇으로 세월을 기다리고 이길까? 또 씰데없는 생각이 오고갑니다.
상안국사 갈림길 입니다. '상'이란 '하'를 전제한 말입니다.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던 안국사란 절이 있는데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 되고 현재는
암자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인비리 마을에 있는 '안국사'를 하안국사라 하고, 이곳의 안국사는 상안국사라고 한다고 합니다.
운주산까지 0,2km 남았다는 이정표입니다.
운주산은 낙동정맥 길에서 살짝 비켜 앉아 있습니다. 이번구간의 4개의 산 운주산, 봉좌산, 도덕산, 삼성산
모두 낙동정맥길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운주산 정상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낙동정맥길을, 이리재로 이어가야 하는 지점입니다.
운주산정상 입니다. 낙동정맥 마루금이 한눈에 안긴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어둠 앞이라 아무것도 뵈지 않을 뿐더러 오늘처럼 짙은 안개로 1m 앞도 더듬어 가야 하는 날에는
천하의 조망지도 그저 그림의 떡, 먹을 수 없는 떡입니다. 오히려 간질만 납니다.^^
문뜩 산도 여인과 같아야 한다는 실없는 생각 잠시 합니다. 보여주되 다 보여주지 말고...
다 보여주면 그 산 다 봤다 할 것이고, 영 안 보여주면 그 산 볼거 없더라 할것이고..^^
비 맞으니.. 자꾸 궁시렁궁시렁거립니다.^^
운주산입니다.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남계리에 있는 산입니다.
구름이 모여 사는 곳이라...구름이 기둥을 이룬다는 이름도 있는데 산 이름에 구름이 들어가는 것은
주위 산에 비해서 높고 지형적으로 구름이 많은 곳인가 봅니다.
산세가 험준하여 임진왜란 때는 김백암장군이 이곳에 성을 쌓고 항전했다고 하고
1910년에는 항일의병의 활동의 근거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운주산 정상의 제천단입니다. 최근에 세워진 듯 합니다.
제천단 앞에서 작전회의(?)중입니다. 작전의 주안점은 어찌하면 퍼뜩 날머리에 닿을수 있을까...입니다.
띵가 묵을수 있는 길이 어디 없을까... 잔머리 굴리고 있습니다.^^
이리재로 가는 길에서 만난 돌탑입니다.
돌탑, 이 돌탑에는 또 어떤 염원들이 쌓였을까 조촐하나 흔들림없는 염원인 듯 합니다.
바람앞에 흔들리지 않는 그런 염원 하나쯤은 품고 살아야 할 것인데...
오늘도 염원을 염원합니다.
621.4봉입니다. 이 봉우리에서 해발고도를 300여m까지 내려서야 합니다.
코가 땅에 닿습니다. 내리막길이 오르막길 보다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무릎병이 나면서 알게 됩니다.
급경사 시작도 되기전에 눈으로 보고 이미 주츰거립니다.
돈 10km를 넘어서 부터 시원찮던 무릎에서 소식(?)이 옵니다.
머리 속이 복잡합니다. 겨우 3분의1을 진행했을 뿐인데.. 이 속도로는 팀원들 발목 잡는 꼴이 되겠구나...
잔머리는 굵은 머리 앞에 하수이고, 굵은 머리는 생각없는 머리 앞에 하수이지요.^^
이미 너무 많은 생각을, 계산을 했으니... 이미 일은 끝난 것이겠지요.
이리재를 내려서면서 오늘 산행을 접기로 합니다.
이리재입니다. 이리재의 유래가 안내판에 적혀 있는데...
이리로 갔다고 이리재라는군요.
이 외에도 다른설이 있는데..포항시의 기계면 봉계리의 옛지명이 '이동'이었는데...
이동의 골짜기를 이리골이라 하고 그 고갯마루를 이리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리재, 영천시 임고면 수성리와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를 잇는 921번 지방도로가 지납니다.
이리재에서 내려다본 빠른길, 고속도로입니다.
사람들은 빠른길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빠른 길을 만들고 그 속도 만큼 바삐들 삽니다.
빠른 것이 좋으니 안 좋으니 시시비비 할 것은 못 되고...
빠른 길로 10분이면 가는 길을, 몇시간을 걸어서 가는 사람들 그들이 산꾼입니다.
왜 걸을까? 이 길 위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오늘도 그 답은 찾지를 못하고 산객은 흔들리다 흔들리다 산을 내려 옵니다.
차에 몸을 싣고 시티재로 옵니다.
빠르기는 빠릅니다.^^ 팀원들을 기다리면서 한때의 번영도 북적거림도 더 빠른길,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묻히기 시작하는 시티재에서 잠시 눈을 감습니다.
부끄럽고 속이 상합니다. 보는 사람없으면 무릎 아파서 운다꼬 핑계대고 울고 싶은데...
허벅지 꼬집으면서 참는데... 더 눈물이 나더군요.^^ 왜 눈물이 나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음악을 파는 가게에서 '백세인생'이란 노래를 반복해서 들려주는데... 노랫말이 재미나더군요.
" 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7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간다고 전해라.8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뭐 이런 가사입니다. 5시간 동안 듣다가 문득, 생각이 미치기를...
저 세상에서 데리러 올 나이도 아직은 아닌데... 한번 넘어졌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그라마 어찌 일어나야 할 것인가....
"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난다." 했으니... 걷다가 얻은 병 걷는 걸로 고치리라
희망적인 생각으로, 다소 터무니없이 용감한 생각으로 낙동정맥 8구간 중탈기를 마무리 합니다.
힘주어 많은 말씀을 하시는 것은 아닌데도
하시는 말씀 마다 신뢰가 가는 분이 정명대장님이십니다.^^ 산에 가기 위해서...그리고 j3 클럽 산행에 걸맞는 운동량을 꾸준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