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 델 라고(Torre del Lago)에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작곡가 푸치니(Giacomo Puccini)가
30년을 살던 집 "Villa Puccini, 빌라 푸치니"(지금은 푸치니 박물관)이 있고
마사치우콜리(Massaciuccoli) 호수가 있는데 호수 가에 공연 무대가 설치되어
매년 여름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리는 곳입니다.
역시 우리는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보다는 한적한 곳이 더 좋았습니다.
관광객들이 기울어진 탑을 보며 사진을 찍느라 혼잡스러웠던 피사를 떠나
시골길을 마냥 달리니 마음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진의 왼쪽에 보수공사를 하는 집이 빌라 푸치니입니다.
시내를 지나 호수 쪽 끝까지 난 가로수가 아름다운 길을 따라 가니
호수가 보이면서 왼쪽 코너에는 작은 식당과 기념품가게가 있었고
오른쪽 코너에 빌라 푸치니(지금은 푸치니 박물관)이 있고
몇집 건너 호텔 Hotel Butterfly라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호수를 향한 작은 모텔같은 호텔이었지만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상징하는 호텔인 것이 분명했습니다.
3 스타 호텔 "Butterfly"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9월의 초순이기에 여름에 있었을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발의 열기는 사라지고
조용하고 한적한 호숫가에는 몇몇 사람들만이 있는 산책을 하고 있는
아주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예약도 하지 않고 갔기에 호텔에 들어가서 방이 있느냐고 물으니
키가 작은 늙은 주인남자가 무표정하게 있다고 하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나중에 보니 아내도 보이고 딸과 손녀, 사위도 함께 사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호숫가 단 하나 있는 호텔이었습니다.
그러니 뱃장을 부렸는지...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리는 시즌에는
방 구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같았습니다.
푸치니 페스티발의 포스터들과 몇몇 오페라 사진들이 있는 것을 보고
푸치니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더군요.
나중에 7개월쯤 되어보이는 손녀딸을 예쁘다고, 너무 귀엽다고 했더니
그들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오페라 축제가 다 끝나고 조용해진 9월 초,
멀리 미대륙과 대서양을 건너 푸치니를 찾아온 나그네에게
좀 친절하면 어때서...
호텔 바로 앞에 보이는 마사치우콜리 호수
그래도 길 건너 바로 앞에 있는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이층의 방을 주어서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여니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아, 호수...
숙박할 곳을 예약하지도 않고 무작정 운전하여 찾아온 곳인데
이토록 적절한 호텔에 숙박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피곤한 것도 잊어버리고 사진기를 들고 호수로 나갔습니다.
좀 늦은 오후인지라 호숫가 광장에는 인근에 사는 사람들인지
산책을 하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좀 있을 뿐
조용하였습니다.
그리고 광장에는 책에서 본 쟈코모 푸치니의 동상이
호수 왼편에 있는 오페라 공연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푸치니는 골초였다고 하더니 동상도 담배를 물고 있네요.
오페라를 공연하는 호숫가 야외 무대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새 호숫가에 있는 카페가 문을 닫아 버려서
저녁식사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빨리 닫을 줄이야...
할 수 없이 호텔의 매점에서 한 두개의 빵을 사서
간단히 해결할 수 밖에...
호숫가 호텔에서 잠이 잘 올리가 없지요.
새벽을 기다려 동이트는 모습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제 사람들이 앉아 있던 의자도 비어 있고
정박된 배들도 미풍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날이 조금 환해지기 시작하자 인근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물가에 와서 빵 덩어리를 물에 던지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오리들이 달려와서 서로 먹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먹더니 배가 불렀는지 멀리 떼를 지어 가더군요.
조금 있으니 이번에는 날씬한 할머니 한 분이 빵 부스러기를 가져와서
물에 던집니다. 나한테 물을 잘 지켜보라고 하면서
물 속에서 물고기들이 올라와 먹이를 먹는 것을 잘 보라고 해서 보니
정말로 물고기들이 올라와 빵을 잽싸게 물고 다시 들어가더군요.
(오른 쪽 두번째 사진인데 사진에는 물고기가 안보이네요.)
오리나 새, 물고기들이 빵 냄새를 맡고 오는 것인지...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생존의 방법이 있는 것같습니다.
오페라의 나라, 이태리,
어느 도시나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이 있고,
베르디의 뒤를 이어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오페라를 작곡하여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곡가입니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의 유명한 아리아로
<라 보헴>의 "그대의 찬 손", <트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이루고",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나비부인>의 "어떤 개인 날", 등등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들인지,
오페라의 내용은 몰라도 아리아만 들어도 가슴이 절절해지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노래입니다.
(images from internet)
1858년에 집안 대대로 음악에 재능이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쟈코모 푸치니는 1876년에 고향 루카(Lucca)에서 피사까지
18.5마일(30km)를 걸어가서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보고 와서
"그날 내게 음악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고 일기장에 적었다고 합니다.
오폐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1880년에 밀라노 음악원에 들어갔지만
그는 학교에서 말썽을 많이 부려서 자주 야단을 맞는 문제아였고
또한 그는 지독한 골초라서 담배를 사기 위해서 오르가니스트로 일하던
교회의 오르간의 파이프를 빼내어 팔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밀라노에 있던 푸치니는 고향 루카(Lucca)에 계시던 어머니가 위독하여
고향으로 가서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잠간 고향에 머물렀습니다.
이 때 친구의 아내인 엘비라 본투리 게미나니를
사랑하게 되어 임신시키게 되자
친구의 보복이 두려워서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호숫가 마을인 이곳으로 도망쳐서 살게된 것이라고 합니다.
Villa Puccini
그가 태어난 루카(Lucca)에는 그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고
이곳 토레 델 라고(Torre del Lago)에는
그가 30년을 살면서 오페라 <나비부인>, <토스카>, <라 보헴> 등
3대 명작을 작곡했던 집, 빌라 푸치니(Villa Puccini)가 그대로 보존되어
박물관으로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있었습니다.
박물관에는 6명씩만 안내자가 데리고 들어가 돌아보게 하며
사진을 찍지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집안에는 푸치니의 사진, 그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가구들,
오페라 <라 보헴>의 주인공 미미가 죽는 장면을 마치고는
엎드려 울었다는 피아노와 책상,
지독한 골초였던 그가 즐기던 담배의 파이프들,
사냥을 즐겼던 그가 쓰던 총들,
그는 13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자동차들의 사진,
천정의 벽화도 아름다웠고, 푸치니와 아내와 아들의 무덤도 있고...
집은 크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잘 보존되어 있어
당대에도 아주 사치스럽게 산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서
오페라 작곡가들은 수입이 훨씬 좋았던 것같습니다.
푸치니는 이곳에서 30년이나 살면서 많은 오페라를 작곡하며
조용하고 적막한 호수를 사랑했지만
사치스러운 그의 아내 엘비라는 이곳 생활을 견디지 못하였고
더구나 남편에 대한 심한 의부증으로 1909년에는
남편 푸치니와 하녀인 Doria Manfredi와의 관계를 의심하여
맹령히 비난하자 그 하녀는 자살을 하는 소동도 있었고
결국 아내는 하녀의 가족들에게 소송을 당하여
손해배상을 푸치니가 물어주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처럼 조용한 마을인데
하물며 백여년 전의 이곳은 어떠했을까를 상상해 보니
아내가 이곳 생활을 힘들어 했다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줄담배를 즐기던 푸치니는 오페라 <투란도트>를 작곡하다가
목에 이상이 생겨 결국 인후암으로 1924년에 생을 마감해서
오페라 <투란도트>는 미완성이었는데
푸치니의 친구이며 유명한 지휘자 토스카니가 프랑코 알파노에게 부탁하여
오페라의 마지막 부분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미완성이었던 <투란도트>는 알파노가 완성하여
1926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지휘를 하던 토스카니가 지휘를 하다가
"오페라는 여기서 끝납니다. 작곡가가 여기까지 쓰고 사망했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완성된 작품이 연주되었고...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WLaY2VcIEqo
오페라 <나비부인>의 내용은 다 아시지요?
오페라 <나비부인>의 쵸쵸상이
돌아오지 않는 핑커튼을 기다리며 부르는 아리아
"어떤 개인날, Un bel di vedremo"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가 부릅니다.
"그 분은 떠나기 전에 말씀했어요.
오 버터플라이, 귀엽고 자그마한 아가씨
예쁜 저 새가 보금자리를 트는 계절에 돌아오겠소 라고
그분은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울기는 왜 울어, 의심하지 말아야지!
어떤 개인 날, 바다 저 멀리서 연기 피어오르고 배가 나타나요.
희고 큰 배는 항구로 와서 예포를 쏘고...
보이지? 아 그 분이 왔어요.
나는 만나러 가지 않을테야. 언덕에서 기다리는 거예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그런 기다림은 괴롭지가 않아요.
그분은 언덕을 올라오며 뭐라고 말할까?
멀리서부터 "나비야"라고 부를걸!
나는 대답하지 않고 숨을테야
그렇잖으면 반가워서 죽고 말테니까
그러면 그분이 다가와서 나를 부를테지
"오렌지 꽃같은 나의 아가씨"라고.."
사람도 태우지 않은 배가 멀리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푸치니는 호수에 있는 배를 보면서 이 곡을 썼을까...
"어떤 개인 날,
바다 저 멀리서 연기 피어오르고 배가 나타나요.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aNQeKvVPPlc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three tenors가 부릅니다.(1994)
오페라 <토스카> 중에서 "별은 빛나건만..."
스테파노가 부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 feature=player_embedded&v=VnU9oZju76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