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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 스크랩 못 위의 잠, <나희덕>
김철환 추천 0 조회 52 11.03.22 11: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못위의 잠>,  나희덕

 

 

 

 

나희덕은 가슴이 따뜻한 시인이다.  시인 중에 가슴이 따뜻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련만, 난 그녀를 가슴이 따뜻한 시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녀의 시에는 어느 시보다도 자연과 소외된 이웃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이 잔잔히 스며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우리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우리의 아버지 얘기다.

 

가족에게 그럴듯한 집 한 채 지어주고 싶지만 여전히 실업의 호두알을 깨지 못하는 아버지,

그래서 위태롭고 차가운 못위에서 겨우겨우 살아야 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가족을 볼 낯이 없다.

창백한 아내의 얼굴과 달빛을,

해맑은 어린 자녀들을,

그래서

달빛이 만들어낸 가난한 그림자들의 끝을 밟으며

쓸쓸한 그림자는 꾸부정하게 따라갈 뿐이다.

 

언제나 그들의 그림자는 동행할 수 있을까?

언제나 두 제비는 날갯죽지에 제 새끼들을 안고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2008. 5. 30/<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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