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명지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이사장(理事長)으로 7년째 한자교육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문학박사 진태하(陳泰夏) 교수를 만났다. / 편집자 주
◇ 일시 : 2005년 5월 12일 (목) ◇ 장소 : 서울 종로구 관훈동 <모깃불에 달 끄슬릴라>
◇ 약력 : ▷ 1939년 충북 충주 출생 ▷ 1959년 서울문리사범대학 국문학과 졸업 ▷ 1967년 성균관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 1974년 대만 국립대만사범대학교대학원 중국어학 박사 ▷ 중국 국립정치대 부교수, 명지대 인문대 국어국문과 교수 ▷ 현재 한국국어교육학회장,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 겸 상임집행위원장, 월간지 <한글+漢字문화> 편집인 겸 발행인
◇ 저서 : <접미사연구(接尾辭硏究)>, <아 백두산>, <우정의 편지보내기 운동 수상작품 모음집>, <세계가 한(韓) 동네>(전13권), <한자의 핵(核) 300자>, <동방문자(東方文字)뿌리>, <계림유사연구(鷄林遺事硏究)>, <IQ·EQ 도전 한자> 외 다수
尹鎬重 고문(이하 尹鎬重) 대만에서 유학생활과 더불어 많은 강의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서의 활동과 귀국 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陳泰夏 교수(이하 陳泰夏) 1967년에 국립정치대학 초빙교수로 대만에 갔습니다. 동방어문학과에는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러시아 등 여러 조가 있었는데,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문학 강의했습니다. 일종의 교환교수로 가서 한국학을 강의한 것이지요. 그리고 한편으론 국립대만사범대학 중국문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강의는 정치대학에서 했습니다. 1975년까지 대만에 있었으니 8년의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요. 1975년 귀국후 명지대학에서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여 정년퇴직했습니다. 명지대에서 중국문학과를 창설하고 5년간 학과장을 맡았었지요. 그후 다시 국문학과로 돌아갔습니다. 다른 여러 대학에서도 중국문학과 한국어과, 두 분야의 강의활동을 했습니다.
尹鎬重 지금 발간하고 있는 잡지 <한글+漢字문화>를 발간하게 된 동기와 시기가 궁금합니다.
陳泰夏 1963년 한국국어교육학회를 창립했습니다. 발기위원장으로써 서울 13개 대학 대표들을 규합하여 창립한 단체입니다. 회장으로 저의 은사를 모셨고 저는 총무로 활동하면서 운영에 참여했습니다. 그때부터 한글과 더불어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가지고 있었지요.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5년 귀국하면서 다시 총무로 활동하면서부터 였고, 1985년 전 회장님께서 작고하시면서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한글로만 내던 학회지를 국한문 혼용으로 바꿨습니다.
尹鎬重 하나의 잡지를 70호까지 발간하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한글과 더불어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지요.
陳泰夏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어의 바탕이 되는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라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한자를 제대로 공부하고 알아야만 국어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신입생들에게 첫시험으로 본인의 이름, 가족 이름, 출신 중고교, 주소 등을 한자로 쓰게 했습니다. 초기인 1975년 전후에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꽤 잘 썼습니다. 그러나 점차 40명 신입생 중 전부를 제대로 쓰는 학생이 한명도 없게 돼버렸습니다. 따라서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문제점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지요. 또 그 원인은 초등학교에서 한자가 공식적인 교과목으로써 교육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초등학생부터 단계별 한자교육(漢字敎育)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됐습니다. 1998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를 결성하면서 더욱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널리 알리고 힘쓰게 됐습니다.
尹鎬重 한자교육운동을 전개하시면서 어떤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陳泰夏 1998년에 이 운동을 전개할 때만 해도 상당히 회의적이었습니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던 의식 또한 한글전용 쪽으로 훨씬 기울어져 있었지요. 현재까지 거의 7년 동안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상당한 의식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자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의 한자교육은 또 다른 하나의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어, 다시 말해 우리말 더 잘하고 정확히 쓰기 위한 공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한 예로 '뇌졸중(腦卒中)'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뇌졸중'이 정확한 표기인데도 불구하고 주로 병명은 '-증(症)'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뇌졸증'으로 잘못 알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우리말교육을 위해서 한자교육이 필요한 것이지요.
尹鎬重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한자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陳泰夏 초등학교에서는 한자가 공식적인 교과목에는 없으나 자발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자검정시험(漢字檢定試驗)에 응시하는 150만명 중 80∼90만명이 초등학교 학생들입니다. 긍정적인 현상이지요. 그러나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교과목에는 포함돼 있지만, 제2외국어로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한자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현실이다 보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대학 입학후 한자를 읽지 못하거나 신문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尹鎬重 앞으로 한자교육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陳泰夏 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헤 한자공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시 77%가 시험과목에 한자를 포함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비록 정부에서는 한자교육을 등한시하고 있으나 시대의 조류에 따라 일반 시민들이 그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으므로 앞으로 한자교육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尹鎬重 한자는 한족(漢族)이 만든 문자가 아니라 동이족이 만든 문자라고 주장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陳泰夏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한자는 중국에서 차용(借用)한 문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로 암기하는 방법으로 한자를 공부해 왔지요. 그러나 거의 10년 동안 중국에서 문자학을 공부하다 보니, 오히려 중국의 학자들이 쓴 책에는 한자가 북방민족이 만든 문자라고 나와 있습니다. 황하 이북의 북방민족이며 동이족이 만든 문자가 한자라는 것은 중국에서 공인된 학설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한자를 만든 것은 중국의 한족이 아닌, 북방민족, 그중에서도 동이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동이족(東夷族)이란 어떤 민족인가? 먼저 '동이(東夷)'의 '이(夷)'자는 많은 사람들이 '오랑캐 이'로 잘못 알고 있으나, 이는 글자 모양 그대로 '큰활 이'입니다. 따라서 '동이족(東夷族)'은 '동쪽의 오랑캐'가 아니라 '동쪽의 활 잘 쏘는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또 <동이전>은 부여, 고구려, 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따라서 동이족은 우리 민족의 조상들을 일컫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자는 차용 문자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만든 문자라는 점이 젊은이들에게 올바로 이해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尹鎬重 한자검정시험에 연 150만명이 응시할 뿐만 아니라 회사 채용시 한자시험을 본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머지 않아 한자병용(漢字竝用)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陳泰夏 이전 정부에 대해서는 우리 연합회가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1999년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에 김대중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이를 촉구하였습니다. 그후 현정부에 들어서 국어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한글강화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정부에서는 이전 정부의 시책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정책결정의 근본 이유는 위정자들이 주로 한글세대이기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한자연합회에서는 국어기본법에 대해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어교육은 반드시 한글만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며, 국어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글과 더불어 한자교육과 한자병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의 74%가 스스로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한자교육의 개혁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지요. 또 우리나라 전통교육의 바탕이 한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단순히 의미전달을 위한 문자가 아닌, 인간의 인성, 윤리, 도덕까지 모두 포함된 문자가 바로 한자입니다. 따라서 한자교육은 우리 젊은이들의 인성교육(人性敎育)까지 더불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가장 발달한 표음문자인 한글과, 가장 발달한 표의문자인 한문을 함께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아주 우수한 문자 이상국가(理想國家)라 할 수 있습니다.
尹鎬重 아직까지도 학문활동은 물론 한자교육운동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건강비결이 궁금합니다.
陳泰夏 지금 하고 있는 규칙적인 운동은 없습니다. 아마도 학생 시절에 왕복 등굣길을 걸어다닌 것이 현재 건강의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초등학교는 가까이 있었지만 중·고등학교는 왕복 10km를 걸어다녔으니까요. 그렇게 학교가 멀리 있었지만 중·고등학교 6년 모두 개근을 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많이 걸어다니라고 애기하고 싶습니다.
尹鎬重 박사학위 논문이 '계림유사연구(鷄林遺事硏究)'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논문을 포함하여 그간의 저술활동(著述活動)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陳泰夏 <계림유사(鷄林遺事)>지금으로부터 900년전인 1103년에 중국 북송(北宋)의 손목(孫穆)이 우리나라에 사신으로 와서 한자를 가지고 우리나라에 대해 기록한 책입니다. 여기에는 우리 어휘 360개가 실려있는데 이를 연구한 <계림유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지요. 그리고 한자 자원(字源)에 대한 책을 많이 썼는데, 저서(著書)는 총 15권 정도 됩니다. 단행본 외에도 세계 한민족 6,000개 학교에 현상공모하고, 또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4∼5만통씩 편지를 받은 후 총리상, 교육부장관상 등을 시상하고 그 작품들을 엮어서 총 13권의 책을 냈습니다. 또 월간지까지 더하면 기백권은 될 것입니다.
尹鎬重 앞으로도 많은 계획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陳泰夏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자교육운동으로서 대정부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정교육과정으로 단계별 한자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이 우리 연합회의 목적이고 추진방향입니다. 앞으로도 여기에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尹鎬重 추진하시는 한자교육운동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