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 피천득, 「이 순간」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4월 7일(토), 맑음, 오전에는 강풍
▶ 산행인원 : 21명(영희언니, 산아, 스틸영, 버들, 자연, 숙이, 설앵초, 오연한, 드류, 감악산,
대간거사, 사계, 한니발, 산그림애, 신가이버, 해마, 산소리, 하늘재, 가은,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10시간 29분(휴식시간 포함, 중식과 이동시간 52분은 제외 )
▶ 산행거리 : 도상 21.9㎞(1부 13.5㎞, 2부 8.4㎞)
▶ 교 통 편 : 두메 님의 25인승 버스와 스틸영 님의 스타렉스(9인승)에 분승
▶ 시간별 구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름)
23 : 5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4 : 08 ~ 04 : 58 - 천황사 주차장, 산행준비, 산행시작
05 : 57 - 구름다리
07 : 09 - 월출산 천황봉(天皇峰, △809.8m)
08 : 02 - 구정봉(九井峰, 711m), 향로봉(744m)
08 : 30 - ┣자 갈림길 안부, 억새밭, 오른쪽은 도갑사 2.7㎞
09 : 12 - 도갑산(道岬山, 401m)
10 : 50 - 352m봉 지나서 월각산 직전의 안부 가기 전 무덤
11 : 36 - 성전(城田)저수지 둑, 1부 산행종료, 중식, 이동
12 : 28 - 영암군 학산면 학계리(鶴溪里) 토담골, 2부 산행시작
13 : 14 - ╋자 갈림길 안부, 가리재
13 : 52 - 흑석산 데크 전망대
14 : 16 - 흑석산(黑石山, △652.5m)
14 : 52 - 가학산(加鶴山, 573m)
15 : 22 - 안부, ┣자 갈림길, 오른쪽은 흑석산기도원
16 : 19 - 학계제(학산 상수도), 산행종료
23 : 14 - 동서울 도착
1. 천황봉에서 동쪽 조망
▶ 월출산 천황봉(天皇峰, △809.8m)
새벽 04시 08분. 천황사 입구 주차장. 얼핏 하늘 우러렀더니 열이레 둥근 달이 막 천황봉 뒤로
진다. 월광이 배광한 천황봉과 그를 위시하여 좌우대칭으로 기치창검처럼 솟은 뭇 첨봉들의
시커먼 실루엣을 보자 단박에 졸음이 달아난다. 저기를 오르는 것이다. 04시 45분에 기상하
여 05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자고 하나 발싸심하여 뒤척인다.
천황사로 향하는 헤드램프의 행렬이 장관이다. 차량 두 대에 분승한 21명의 불빛이다. 여느
육산처럼 들입다 능선 마루금으로 덤비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기암절벽이 막으려니 아예
다른 맘먹지 않고 얌전히 아스팔트 대로의 이정표 따라간다. 탐방객 숫자 세는 카운터기를 통
과하자 박석 깔린 등로다.
울창한 숲길. 명찰의 나무이름이 더러 생소하다. 말오줌때, 까마귀베개.
Y자 갈림길. 오른쪽은 바람폭포를 경유한다. 천황봉까지 2.0㎞. 왼쪽은 천황봉까지 2.7㎞로
오른쪽 길보다 더 길다. 어둠 속 폭포가 보이려고? 당연히 더 긴 왼쪽으로 간다. 예전에 불난
천황사 절집은 아직 복구하지 않았나 보다. 허름한 몇 채 가건물이 보이고, 개들만이 염불로
열심히 짖어댄다.
길옆의 깨진 범종을 지나고 시누대 숲길이 나온다. 차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철계단 오르고
너덜을 간다. 대슬랩에 철계단을 길게 놓았다. 다시 너덜. 바람 횡행하는 능선으로 다가간다.
구름다리를 건넌다. 강풍에도 미동조차 않는다. 구름다리 제원. 연장 54m, 통과폭 1.0m, 지상
고 120m, 해발 510m, 통과하중 350㎏/㎡. 바닥에는 유리섬유복합소재를 사용하였다는데 깜
깜하여 평지와 진배없다. 아크릴판을 깔았더라면 깊은 골짜기가 다 보여 한층 짜릿하고 그야
말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 텐데 아쉽다.
구름다리 건너고 가파른 철계단 길. 차디찬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대 고개 들어 주위의 경치
를 둘러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06시 11분. 운 좋게 마주친 바위벽에 기대어 일출을 감상한다.
얕은 안부. 사자봉을 넘지 못하여 왼쪽 사면의 너덜로 밧줄 잡고 뚝뚝 떨어졌다가 그만큼 그
렇게 다시 오른다. 건너편 노루재로 뻗은 능선의 673m봉이 단기필마로 솟은 첨봉이다.
천황봉을 1㎞ 남겨두고 한 번 더 암봉을 너덜사면으로 돈다. 천황문으로 들어서자 날선 바람
이 와락 덮친다. 춥다. 길섶에는 서릿발이 대지를 우우 밀어올리고 암벽과 암반 적시던 춘수
는 횡액을 당한 양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윽고 천황봉. 아마 호남 제일의 경점이리라. 이때만
큼은 추운 줄 모르고 사방 둘러본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 영암 26, 1990 재설.
2. 구름다리 직전에서 뒤돌아 봄
3. 바람골 위
4. 일출 주변
5. 일출.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6. 노루재로 뻗은 능선 상의 673m봉
7. 노루재로 뻗은 능선 상의 673m봉
8. 왼쪽은 사자봉
9. 천황봉
10. 가운데는 향로봉
11. 천황봉 주변
12. 천황봉 오르며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13. 바람골
14. 천황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도갑산(道岬山, 401m)
천황봉을 구정봉 쪽으로 내리는 길은 오를 때보다 더한 암릉이지만 발 디딜 데가 빈틈없이 마
련되어 있어 싱겁게 내린다. 급전직하한다. 멀리서는 시시하게 보이던 바위들이 다가가면 딴
판으로 웅장하다. 그 모양들이 실상과 비슷한 돼지바위가 그렇고 남근바위가 그렇고 장군바
위가 그렇다. 바람재 지나 향로봉을 오르다 말고 ├자 갈림길에서 구정봉으로 간다.
음혈(陰穴)이라고도 하는 베틀굴을 들여다보고 완만한 대슬랩을 밧줄잡고 오른다. 배낭 벗어
놓고 바위 넘어 통천문 지나고 암벽 도니 구정봉이다. 구정봉에서 바라보는 천황봉이 팔면관
음상으로 가경이다. 나는 바람이 하도 심하여 구정을 미처 살피지 못했는데 누군가 구정(九
井)이 구정물이더라고 한다.
향로봉을 등로 따라 크게 돌아 넘는다. 뒤돌아보면 향로봉을 장대(將臺)로 한 좌우의 암릉이
천혜의 성곽이다. 헬기장 지나 억새밭 ┼자 갈림길. 오른쪽은 도갑사(2.7㎞)로 간다. 우리는
땅끝기맥 종주꾼들의 산행표지기 쫓아 직진하여 금줄을 넘는다. 걸음마다 경점이던 암릉의
향연은 다 끝났다. 잡목 숲, 명감가시덩굴, 산죽 숲을 뚫는다.
봉봉 오르고 내리는 굴곡이 꽤 심하다. 헤쳐야 하는 나무숲은 주로 그 가지가 철사처럼 억센
소사나무다. 나무숲 두른 공터. 도갑산이다. 산꾼들이 마침 즐겨 쉬어가는 곳이다. 나뭇가지
에 주렁주렁 달아놓은 표지기 수가 32개나 된다. 제법 우뚝한 봉우리 3개 넘어 ┳자 갈림길.
오른쪽은 주지봉(朱芝峰, △490.4m)으로 간다. 주지봉 옆 암봉이 외톨이지만 아주 당당하다.
봄날이다. 현호색이 흔하다. 제비꽃이 대견하다. 보춘란, 진달래도 활짝 피었다. 얼레지는 예
의 환한 얼굴이다. 원로(園路)를 간다. 352m봉 넘고 Y자 분기봉 지나 안부로 떨어지기 전 무
덤이다. 어차피 월각산(月角山, 456m)을 오르기는 틀렸다. 지능선 치고 우르르 쏟아진다. 임
도로 내려선다. 그 옆 계류는 성전저수지의 원수(原水)다.
산기슭에는 진달래, 물가에는 오리나무 꽃이 만발하였다. 호수만한 성전저수지 그 둘레를 절
반 이상 돈다. 40분 가까이나. 저수지 둑 옆 봄볕 따스한 너른 공터. 두메 님이 도시락 싣고 미
리 와 있다. 빙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장터 같다.
15. 천황봉에서
16. 가운데가 향로봉, 그 오른쪽은 구정봉
17. 천황봉에서
18. 천황봉 내리면서
19. 구정봉 옆의 암봉
20. 천황봉
21. 향로봉 왼쪽 암릉
22. 노적봉
23. 주지봉 옆 암봉
24. 보춘란
25. 설앵초 님과 숙이 님(오른쪽)
26. 얼레지
27. 신가이버 님과 스틸영 님
▶ 흑석산(黑石山, △652.5m), 가학산(加鶴山, 573m)
2부 산행 흑석산 들머리로 이동한다. 2번 도로 타고 미암 쪽으로 빠졌다가 학계리로 들어간
다. 학계리석불입상과 현종식가옥은 들여다볼 틈 없이 토담골로 들어간다. 마을 아주머니가
‘글로는 질이 업당께’하고 만류해도 일부는 생사면을 직등하여 보리밭으로 올라서지만 결국
은 임도와 만나고 임도 따라간다.
학계제 위 임도의 팔각정자 있는 ┫자 갈림길. 왼쪽이 가리재로 간다. 임도 옆으로 졸졸 계류
가 흐른다. 소로로 이어지고 게류 밭아 물소리 끊기니 더 덥다. 안부인 가리재는 ┼자 갈림길.
오른쪽은 두억봉(斗億峰, 528m)으로 가고 가리재 넘으면 가학산 자연휴양림이다. 길 좋다. 휴
양림에서 다듬은 길이다. 가파를만하면 밧줄도 매달아놓았다.
오전과는 전혀 다른 날씨다. 땀난다. 변덕일까? 아침나절의 그 찬바람이 그립다. 전망암 들려
두억봉 감상하고 한 피치 오르면 가파름 수그러든 능선 길이다. 전후좌우 조망 좋다. 좌우는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들녘이다. 흑석산의 울퉁불퉁한 남쪽 암사면 바라보며 돌아 오르면 데
크 전망대다.
흑석산 정상이 곧 잡힐 듯하면서도 멀다. 저 앞 봉우리려니 했는데 한참을 더 가야 한다. 마주
오는 등산객들과 수인사 나누느라 입안의 침이 마른다.
흑석산 주봉. 널찍한 공터에 ‘깃대봉’이라고 새긴 정상 표지석이 있다. 오른쪽 휴양림으로 내
리는 길이 지능선마다 안부마다 잘 나 있다. 가래재로 내리면서 바라보는 565m봉이 미끈한
슬랩의 자락을 드리운 암봉으로 날렵하다.
가학산을 최대한 높여놓고 오른다. 쭈욱 내린 추동으로 냅다 오르려고 했지만 첫 암봉을 돌기
도 벅차다. 둘째 암봉을 비껴 왼쪽의 가파른 슬랩을 굵은 밧줄 잡고 오르면 셋째 암봉인 가학
산 정상이다. 퍼져서 물 들이킨다.
가학산 내리는 길이 오를 때보다 더 험하다. 밧줄구간이 다섯 군데나 나온다. 흑석산기도원으
로 내리는 ├자 갈림길 지나고 한 차례 뚝 떨어지면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기도원으로
간다.
우리는 여기서 왼쪽 사면으로 하산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초입의 흐릿한 인적은 우리를 유인하고는 바로 사라진다. 관계하랴. 잡목, 가시덤
불, 산죽 숲 뚫는다. 펑퍼짐한 사면도 잠깐이다. 계곡의 너덜을 건너고 또 건넌다. 그도 막혀
좌우 산비탈을 번갈아 더듬는다. 오지를 간다.
능선으로 다시 오르고 그 줄기 붙들어 계류 합수점에서 소로를 잡는다. 이제 줄달음한다. 가
학제 위는 임도다. 제정사 멀리 보며 임도 따라 내리고 바리케이드 지나면 가학제 상수도 관
리소다. 토담골에서 우리 도착하기 기다리고 있을 두메 님을 부른다.
28. 사계 님과 메아리 님(오른쪽), 흑석산 데크 전망대에서
29. 흑석산 데크 전망대 아래 사면
30. 가래재로 내리면서 바라본 565m봉
31. 흑석산 북사면의 나목
32. 월출산, 산행 마치고 강진으로 가는 차안에서
33. 월출산, 산행 마치고 강진으로 가는 차안에서
첫댓글 1타 2피 가보지 못한 월출산도 가보고촌놈이네
주지봉하고 흑석산 동릉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빠딱 솟은 암봉이
담을 것이 많아 신바람 산행였을것 같슴니다.
위 째님처럼 아직까지도 월출산이 처음인 산님 있다는 것이 신기함다.
개인적으론 27번 사진이 좋아 보입니다... 보리밭의 연인
우리 총대장께서 저를 잡산으로만 인도하시어.. 잡산 경력 9년차입니다.
제가 명산에는 쪼금 약합니다
와우~~~ 언제 봐도 멋진 월출산입니다. 근데 설앵초님 포스가 대단한데요....한번 뵙고 싶습니다.ㅎㅎㅎㅎ
내가 살던 고향인데 맑은 날에는 제주도가 보이는데 아무도 제주도는 못보았을 겁니다 당 진에 사는 남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