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머리가 아프다. 통증과 피로를 견딜 수 없다. 몸이 한없이 나른해져 온다. 어느 순간부터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몸부림쳐도 소용없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들었다. 내 모습이 글로리아로 변했다. 퍽하고 작은 해머가 내리 쳐졌다.
두개골이 주저앉았다. 강력한 끈이 목을 조른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저항이 되지 않는다. 저항을 포기하고 살인자의 얼굴을 봤다. 글로리아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죽을 준비를 마쳤다. 잠시 한많은 세상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글로리아는 잠들었다. 나는 뜬눈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전화가 올 것 같다.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신디는 말없이 울고만 있다.
"거기서 기다려."
신디를 태우고 분노의 엑셀을 밟았다. 공사 예정지는 철제 펜스로 둘러 싸였다.
출입할 곳은 없었다. 펜스 높이도 넘을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펜스 안에 갈대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갈대 사이에 글로리아는 버려져 있었다. 크게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원한을 충만하게 담고 있었다. 내가 본 환영 그대로 두개골 왼쪽이 함몰되어 있다. 목에는 끈을 걸어 당긴 삭흔이 선명했다. 현장 감식을 위해 분주한 경찰들을 한참 한심하게 바라보다 울분을 삼키며 자리를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