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대단하다.
멋지다.
이래서 그 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고 잠을 설쳐가며 경기에 몰입하는가 보다.
이틀전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클레이코트의 절대강자인 흙신, 라파엘 나달과의 준결승이 열렸다.
다섯 번 연속 우승을 노리던 나달은 첫 라운드부터 밀어붙여 조코비치의 기세를 꺾으려 했지만 완벽한 승리는 이니었다. 이후 전세가 뒤바뀌어 2,3,4 세트를 내리 내주고 말았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패배였다.
결승전은 더 재미있었다.
푹 깊은 잠이 들어야할 시간대(10시에서 새벽 2시)에 진행되었지만 도저히 눈을 붙일 수 없었다.
서구 유럽인들이 축구도 좋아하지만 테니스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를 알겠다.
싱겁게 끝날줄 알았던 경기였는데 아니었다.
역시 결승전 다왔다.
신예 치치파스(22, 그리스 5위)의 도전이 무서웠다.
1, 2 세트를 먼저 가져갔으나 3, 4, 5세트를 내리 내주고 말았다.
사실 첫 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에 가기전 조코비치의 서버라 쉽게 이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젊은 치치파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타이브레이크에서 0대 4로 몰아붙이다가 6 : 5 로 조코비치에게 밀렸으나 다시 내리 3점을 따서 세트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뒤이어 2세트도 6 : 2 스코어로 일방적인 승리였다.
나머지 3세트가운데 1세트만 이겨도 우승이었다.
3세트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코비치의 일방적인 승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6 : 3, 6 : 2, 6 : 4
대 역전극이 벌어졌다.
역시 조코비치였다.
1, 2세트에 체력을 비축했다가 광풍처럼 몰아붙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게임이 끝나고 자리에 돌아온 치치파스가 수건을 얼굴에 덮고 오랫동안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러나 살짝, 세대교체의 냄새가 풍겼다.
언젠가 치치파스의 세계가 올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젊고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근 40여년에 걸쳐 테니스와 함께 걸어왔다.
주로 아침테니스를 즐겨왔다. 단식도 하지만 복식게임이 대부분이다.
승패에 관계없이 재미있다.
이기면 행복하고 져도 기쁘다. 그게 테니스이다.
지금까지 즐겨오면서 약간의 부상은 있었지만 라켓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스포츠에 절대 강자는 없다고 한다.
한 때의 전성기를 지나면 곧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남자 테니스계에는 오랫동안 빅3(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가 나누어 4대 메이저대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조코비치가 1승만 더하면 셋 모두 메이저 20승이다.
그동안 프랑스 오픈은 나달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회에서 13번이나 정상을 차지했으니 말그대로 '흙신'이라 할 만하다.
조코비치(34, 세르비아 1위)의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로저 페더러(40, 스위스 8위)는 나이가 많고 라파엘 나달(35, 스페인 3위)도 날카로움이 살짝 무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밤에 잠을 좀 설쳤더니 피곤했나 보다.
낮잠을 좀 자고나니 피곤이 가셨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멋진 경기를 볼 수 있었고 이른 아침에 테니스장에 나가 짧게나마 한 게임을 하고난 후 일하러 갈 수 있었다.
테니스를 좋아하다보니 얘기가 길었다.
남은 나날도 테니스는 꼭 같이 가야할 놀이친구요 취미친구이다.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정을 생각하면은.
라켓을 들고 공을 칠 수 있다면 그게 건강이고 행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건강하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