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72201032130074006
을사늑약 체결 '중명전'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문화유산국민신탁 '2010년은 새 도약 원년'


▲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보성여관 ▲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이상 옛집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이 일제의 한국강제병합(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8월29일 일반에 공개되는 덕수궁 중명전(사적 제124호) 전시관 개관을 계기로 본격적인 근대문화유산 보존 및 관리활용 사업에 나선다.
김종규 이사장은 “1905년 대한제국을 반식민지 상태로 만든 을사늑약이 체결된 현장이자 1907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한 장소인 덕수궁 중명전 전시관의 관리운영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맡아 본격적인 대국민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국도 지난 6월21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 위치한 덕수궁 중명전으로 이전해 근대문화유산 활성화 사업에 매진할 ‘중명전 또는 정동시대’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광복 후 한때 영친왕 부인인 이방자 여사의 소유에서 개인에게 매각됐던 중명전을 다시 사들여 덕수궁 궁역에 포함시킨 뒤 복원공사를 끝내고 현재 전시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명전은 일반에 개방되더라도 수용인원 규모와 주한미대사관저에 인접한 장소적 특성 등을 감안해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받아 도슨트(안내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 ‘제한 관람방식’으로 공개가 추진된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전시관 운영과 안내해설 프로그램 기획, 도슨트 교육·관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중명전 관리운영과 함께 문화재청이 관리·활용을 위탁했거나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직접 매입 또는 매입 예정인 근대문화재들도 보수공사를 마치는 대로 오는 2011년까지 잇따라 일반에 개방될 예정이다. 울릉도의 대표적 일식가옥인 이영관 가옥(등록문화재 제235호)이 8월 보수공사를 끝내고 시범운영을 거쳐 11월에,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제132호)은 2011년 3월에 각각 일반에 공개된다. 이영관 가옥과 보성여관은 카페와 숙박, 전시관, 지역커뮤니티센터 등으로 활용된다. 또 국민은행의 기부금으로 문화유산국민탁이 직접 매입한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이상 옛집도 지역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오는 2011년 11월 일반에 개방될 예정이다. 올해는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경주의 향토사학자였던 윤경렬 옛집도 국민은행 기부금으로 매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개방해 국립경주박물관과 연계한 어린이 프로그램 운영 및 기념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2006년 제정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에 따라 이듬해 특수법인으로 설립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출범 3주년을 맞은 올해가 본격적으로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다가가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종규(삼성출판박물관장)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이 제2대 이사장에 취임한 뒤 올해 초 3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회원 수도 7월 하순 현재 1400명에 육박하는 등 내·외형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특히 중명전 시대의 개막을 맞아 2011년에 덕수궁 중명전을 거점으로 정동일대에 산재한 박물관과 전시관, 미술관, 근대문화유산 등 역사문화자원을 한데 묶어 국민에게 알리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임산 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국장은 “정동일대 골목문화해설사 운영과 정동스토리텔링 지도 발간, ‘정동지역 근대문화유산 관리자·소유자 모임 결성’ 등을 통한 정동활성화가 2011년에 추진할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근대문화유산 보존활동만 펼치는 것은 아니다. 웅진코웨이의 지원을 받아 5대궁 궁중우물 복원사업 및 ‘직지 대모’ 박병선 박사 기금을 추진 또는 운영하고 있으며 대전·충남지역 보전대상 문화유산 목록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 세계내셔널트러스트협회(INTO)에 가입해 국제교류 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72201032130074004
국민신탁운동이란… '내셔널 트러스트' 英서 시작
문화재·자연 민간주도 보호
‘국민이 믿고 맡긴다’는 뜻의 국민신탁(國民信託)은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189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민간차원의 문화유산 및 자연환경 영구 보전활동’으로 2010년 현재 영국,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일본, 대만, 인도 등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민간주도·민관합작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907년 국민신탁법이 제정된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의 회원은 현재 360만명에 달하며 전국 해안선의 10%에 달하는 1141㎞의 해안선과 62만7000에이커(약 77억 평)의 전원, 약 350채의 역사적 주택, 정원, 고대기념물공원 등을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환경운동의 새로운 대안으로 도입된 뒤 200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창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다. 2006년 특별법으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신탁 운동을 육성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으며 2007년 3월 국민신탁법에 근거해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자연환경국민신탁이 설립됐다. 문화재보호법이 관 주도로 지정 및 등록문화재를 보존·관리하는 법인 반면, 국민신탁법은 민간 주도로 비지정문화재와 미래 문화재가 될 수 있는 잠재적 문화재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난 2002년 시민모금을 통해 매입한 뒤 보수를 거쳐 2004년 개관한 최순우 기념관이 국민신탁 운동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의 자택으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등의 저서를 집필한 장소였던 최순우 옛집은 변경된 소유자가 철거 후 다세대 주택으로 신축할 예정이었으나 시민모금으로 매입해 보존·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지정문화재였던 최순우 옛집은 시민모금으로 매입·관리가 된 뒤 2006년 등록문화재 제268호가 됐다.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72201032130074005
“회원수 10만명 확대 해외문화재도 환수”
“올해 회원 수 목표가 1000명이었는데 벌써 1400명을 육박합니다. 연말까지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회원 수가 2000명 이상, 욕심 같아서는 3000명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당초 목표보다 사회 각계의 호응이 커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제2대 이사장인 김종규(71)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올해 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회원 가입을 권유하느라 바쁘다. 지난 2007년 출범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를 바로 김 회장의 취임 직전 300명도 채 안됐던 회원 수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5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국민신탁(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가장 활발한 영국의 경우 회원 수만 360만명에 달한다.
덕수궁 중명전 2층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실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회원이 많다는 것은 국민신탁 운동의 취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장기적으로 회원을 10만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의 노력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정·관계 인사를 비롯, 언론계·문화계 등 1000명이 넘는 각계 인사들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새로 가입한 회원 중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와 피에르 쿠뢰 국제 앙드레 말로 친선협회장 등과 같은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김 이사장은 “일본은 10만7857점에 달하는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 등이 소장돼 있는 나라”라며 “앞으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추진예정인 해외 문화재 환수 사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이들을 회원으로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 이사장은 지난 2006년 국민신탁법이 제정된 뒤 설립위원장을 맡아 오늘날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산파역을 맡았던 인물이다.
요정이었던 대원각이 길상사로 다시 태어난 과정을 모범적인 사례로 든 김 이사장은 “인생 회향을 앞둔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공동선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문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회원이 돼 진정한 문화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