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넘는 긴 여름 방학을 마치고 드디어 가천시창작반의 개강일이다.
입추가 지났지만 올여름 무더위는 너무나 심해 아직도 한낮의 기온은 36도이다.
기온은 무척 높지만 오랜만에 보고 싶은 마음에 많이 오실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식 시간에 먹을 감자를 삶고, 합평회에 할 시를 프린트하고, 일찍 나온다고 하는 것이 그만 100m 앞에서 20분마다 다니는 미금역행 마을버스를 놓치고 나니 대략 난감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동천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동천역에서 신분당선을 갈아타고, 미금역에서 분당선으로 다시 갈아타고 가천역에 가려니 첫날부터 지각을 했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6분이 와 계셨고, 잇따라 한 분 두 분 오시더니 모두 12분이 오셨다. 역시 서로 보고 싶은 마음에 기대한 만큼 많이 오셨다. 10시 30분쯤에 교수님께서 오셨다. 오랜만에 다들 반가운 모습이었다.
교수님께서 먼저 이번에 새로 개설하는 시낭송반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고, 시창작반과 어떻게 다른지도 헷갈리지 않게 설명해주셨다.
이어서 방학하는 날 시 비평을 공부했는데, 이번 시간에도 이어서 시 비평을 공부했다. 지난 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한 후 2장의 프린트물로 본 수업을 진행하셨다.
“모든 독자들에게 있어 읽기는 결코 단순히 수동적인 것이 아니며 텍스트의 의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즉 독자는 무방비 상태로 텍스트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파고들어 적극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면서 텍스트를 읽는다. 텍스트를 독자 중심으로 맥락화해서 읽는다 함은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작용에 있어 수용맥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해석은 말해지지 않은 것과 말해진 것 사이에서 이루어지며 텍스트와의 만남은 끊임없는 주관의 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라는 타자를 수용하는 것이다.”
시 비평은 좀 어려운데, 실제 교수님이 쓰신 ‘사이’라는 책을 읽으면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지영호샘의 ‘이총’이란 시집에 실린 시에 대한 문교수님의 비평을 공부하면서 위에 내용을 확인하였다.
문교수님은 지영호샘을 한 마디로 ‘호연지기의 기상을 지닌 진정한 대장부’로 평가하셨다.
지영호샘의 문학세계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민족의식과 의로움
둘째, 삶의 현장과 자연의 순리
셋째, 고양 의식과 아버지
이 세 가지를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사이’책 88~108페이지를 읽어보면 된다. 여기서는 각각의 특징에 해당되는 시를 소개한다.
1. 민족의식과 의로움
이총(耳塚)
귀와 코만 묻힘 무덤
아무도 오는 사람 없이
잡초만 무성하다
초라한 눈물자국에
십이만육천 혼이 잠든 이총
후손은 씨가 말랐나
고국이 멸망했나
영혼을 버렸나
소리없는 외침
하늘만 푸르러라
민족의 거룩한 희생
거지 영혼으로 떠돌고
시리고 차가운 귀와 코
잡초에 맴돌고 있다
역사는 흘러가도
말이 없는 민족의 슬픔
이총에 기댄 채
오늘도 조국을 향해 손짓해 보건만
한줌의 먹구름
눈물만 뿌리고 간다
고국에서 잠들지 못한
귀와 코가 없는 무명 무덤
민족의 혼으로 만든
술 한잔 가득 따르고 싶다
민족의 품속에 잠들지 못한 희생
허공을 떠도는 억울한 영혼
조선인의 원통한 한을
후손이 거두지 못한다면
또 다른 슬픈 역사
이 땅에 멈추지 않으리
2. 삶의 현장과 자연의 순리
막장은 탐험이다
먹물보다 캄캄한 미로
생과 사의 교차점이다
희박한 산소 속에
바다보다 낮은 작업장
지주목에 생명을 매달고
암흑에서 희망을 캐며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공포
가족의 생계를 어깨에 메고
탄폐로 헐떡이며 삽질을 한다
동발이 무너져 황천기로 가는 길목
마지막 소원이 고향의 맑은 공기
단 한 모금 마시는 것인데
그것이 환상이 되는 순간
죽음만이 현실이다
죽음이 단순한 허무일 때
오만한 탐욕 막장은 무너지고
도전은 새로운 막장이 된다
막장은 끝이 아니라
탐험의 시작이다
3. 고향의식과 아버지
아버지
중의적삼에
고무신 한 켤레로
한결같이 사철을 나시고
부족한 듯하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농자천하지대본을 외치시던 아버지
수리 새끼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피라미 마음으로 바다를 그리며
죽척 하나로 하늘 높이를 재고
대저울로 땅의 무게를 달아보며
가는 말에 정을 치라는 아버지 말씀
땅보다 흙을 중히 여기는
조선 아버지의 마음을
이에야 알 것 같다
오늘은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갖기도 어려워서 수업을 마치고 간식 시간을 가졌다. 옥수수, 포도, 감자, 파프리카, 음료수 등을 먹으며 못 다한 얘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먹는 간식이 꿀맛이었다.
점심은 시평의 대상자이신 지영호샘께서 대장부답게 사셨다.
식사 후에 합평회를 하였는데, 오늘은 9명이나 참여해서 아주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채정란샘의 ‘현재 진행형’, 김영주샘의 ‘구름아’와 ‘폭포수’, 그리고 채기병의 ‘추억의 징검다리’와 ‘세대교체’ 작품을 놓고 오늘 배운 시평을 토대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 주는 교수님께서 해외로 가셔서 수업을 못하신다고 하여 합평회 참석하신 분들이 한 주 쉬면 좋겠다고 하여 26일에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첫댓글 무더위 속에서도 출석하신 가천반 학생들, 훌륭하십니다.
수업내용을 잘 정리해주신 채기병 회장님, 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방학 때도 늘 챙겨 수업해 주시는 교수님 덕분입니다.
그칠줄 모르는 불볕더위에도 가천반 문우님들의 열정은 대단히십니다~
합평을 통하여 더욱 성숙해지는 창작의 세계를 실감하는 날이었습니다~♡
더위가 무색해지는 날이었습니다. 합평회에 많이 나오시니까 좋은 말씀이 많이 오갔지요.
멋진 글 부럽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다들 대단한 열정들 이십니다 ^^
감사합니다. 시낭송반도 그렇게 되겠지요.
방학의 공백을 아쉬워 한 듯 반가운 모습들이 건강하셔서 좋았습니다
끝없이 시간함께 해 주시는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후기로 복습의 여유를 챙겨주시는 회장님 고맙습니다
오늘도 간식 변함없이 준비해주신 손길에 넘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총무님께서 잘 하시니까 다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열정 제자들 학구열 노란 폭염 꼬리 살작 감추네요
이열치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