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승91패 NL 서부 4위) :딱히 눈에 띄는 보강은 없었다. 팀 간판으로 자리잡은 윌 마이어스(사진)에게 6년 8300만 달러짜리 통 큰 계약을 안겨줬다. 요울리스 차신, 클레이튼 리차드, 트레버 케이힐을 똑같은 돈으로 영입(1년 175만). 175만 달러가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는 알 수 없지만 에릭 아이바도 175만 달러를 주고 데려왔다. 13년 전 드래프트에서 뽑지 않은 제러드 위버는 이 네 명하고 대우가 달랐다. 좀더 많은 300만 달러(1년)를 쥐어줬다. 2004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던 샌디에이고는 고교 유격수 맷 부시(현 텍사스)를 뽑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바 있다(2순위 벌랜더, 12순위 위버).
A J 프렐러 단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알아주는 괴짜다. 즉시 전력감을 무더기로 데려왔다가 다시 쏜살같이 팔아넘기면서 '매드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프렐러는 팜을 두텁게 만드는데 단단히 꽂힌 모양. 국제 유망주 시장을 적극적으로 둘러보더니, 작년 12월 룰5 드래프트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프렐러는 3순위 지명권으로 세인트루이스 유격수 알렌 코르도바(21)를 지명했다. 코르도바는 지난해 루키리그에서만 50경기를 뛴 선수(ops .922). 잠재력은 갖췄지만, 룰5 드래프트 규정을 감안하면 무리한 선택이었다(룰5 드래프트로 데려온 선수는 개막전 25인 로스터 보장을 비롯해 시즌 90일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프렐러의 도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르도바보다 먼저 불렸던 우완 미겔 디아스(22)와 포수 루이스 토렌스(21)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디아스와 토렌스 역시 싱글A 경험이 전부였다. 샌디에이고는 결국 이 세 선수를 모두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시키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에 코리 스팬젠버그, 자바리 블래시 같은 선수들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룰5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를 세 명이나 개막전 로스터에 넣은 팀은 1960년대 초반 메츠, 2003년 디트로이트 정도 뿐이었다.
선수 구성부터 변칙적으로 가져간 팀이 뛰어난 성적을 낼 리 없었다. 클레이튼 커쇼를 만난 개막전에서 11점차 대패를 당했다(3-14). 클레이튼 리차드가 다음날 8이닝 무실점으로 뛰어난 피칭을 펼쳤지만, 샌디에이고의 추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5연패를 당한 5월21일에는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로 떨어졌다(15승30패 .333). 시즌 중 5할 승률을 넘어본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그래도 혼자라면 외로울 뻔 했는데, 다행히 옆을 아니 밑을 지켜준 팀이 있었다. [리뷰] 또한 생각보다 선전한 후반기(33승41패) 여기에 홈 승률도 5할을 웃도는 저력을 보여줬다(43승38패 .531) 샌프란시스코와의 최종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했지만, 2년 연속 지구 최하위 수모는 당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호언장담 했던 100패 시즌도 보란듯이 비껴갔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보다 3승을 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할 승률에 10승이 모자랐다. 샌디에이고가 마지막으로 5할을 넘긴 시즌은 여전히 2010년으로 남아있다(90승72패 .556). 포스트시즌 진출도 11년 연속 고배를 마시면서 시애틀(16년) 마이애미(14년) 다음으로 절실해졌다. 또 한 번 루징 시즌에 머물렀지만 구단 운영진은 "가능성을 봤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이에 앤디 그린 감독의 계약을 3년 더 연장해 2021년까지 늘려줬다(통산 139승185패). 론 파울러 회장은 그린에 대해 "우리처럼 어린 선수가 많은 팀에 적격인 감독이다. 야구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Good : 선발진 '175만 원투펀치'는 놀라운 활약을 했다. 개막 첫 등판에서 다저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리차드는 올해 샌디에이고 두 번의 완투승을 모두 책임졌다. 5월22일 애리조나전 9이닝 1실점에 이어 8월17일 필라델피아전은 3피안타 완봉승(1볼넷)을 해냈다. 샌디에이고 선발이 한시즌 두 차례 완투승을 거둔 것은 2014년 앤드류 캐시너 이후 처음이다. 8월28일 마이애미전에서는 시즌 첫 홈런(통산 2호)도 작렬. 부상에 허덕인 2013-16년 도합 162.2이닝만을 던졌는데, 올해는 팀 내 가장 많은 197.1이닝을 소화했다(8승15패 4.79). 승리 기여도 2.3은 팀 최고 기록으로, 리그 최다패와 최다 피안타(240)는 꾸준한 등판에서 얻은 훈장과 같았다. 샌디에이고는 리차드의 공로를 인정해 일찌감치 2년 600만 달러 계약을 선물했다.
승리 기여도가 리차드와 같은 차신은 표면적으로 더 뛰어났다(13승10패 3.89). 홈과 원정 성적 차이가 어마어마 했는데, 다행히 펫코파크 에이스였다(9승3패 1.79). 홈 평균자책점 1.79는 메이저리그 1위로, 펫코파크가 개장한 2004년 이래 한시즌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15선발). 반면 원정에서는 4승7패 6.53으로 고전했다. 그런데 크게 무너진 세 경기(3.1이닝 9실점, 6.0이닝 7실점, 0.2이닝 7실점)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4.50까지 낮아졌다. 차신은 올해 자신있는 구종을 더 던지고, 자신없는 구종은 과감히 뒤로 뺐다. 작년부터 피안타율 .325로 타자들이 손쉽게 때려내고 있는 포심 비중을 줄이고(26.6→14.6%) 싱커(39.8%)와 슬라이더(33.2%)를 전면에 내세웠다. 데뷔 후 처음으로 1000구를 넘게 던진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선발 4위(.145) 구종가치 5위(21.7)에 오르는 위력을 보여줬다. 시즌 후 FA로 풀린 차신은 샌디에이고와 재결합 가능성이 높다. 한편 또 다른 175만 달러 멤버인 케이힐은 어김없이 아픔을 호소했다(어깨). 그러나 11경기 4승3패 3.69를 기록한 뒤 브랜든 마우어, 라이언 벅터와 함께 캔자스시티로 이적했다.
놀랍게도 올해 샌디에이고는 차신보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낮은 투수가 두 명 더 있다(100타수).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디넬슨 라멧이 둘 중 한 명이다. 라멧은 90마일 중반의 포심, 80마일 중반대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 안착에 성공했다(7승8패 4.57). 라멧의 슬라이더 피안타율 .139는 맥스 슈어저(.123)에 이은 선발 2위. 라멧은 이 슬라이더로 많은 삼진을 잡았는데(114.1이닝 139K) 9이닝 탈삼진 10.94개는 100이닝 이상 던진 신인 중 으뜸이었다.
또 한 명의 슬라이더 장인은 불펜에서 나왔다. 크렉 스탬멘(60경기 3.14) 커비 예이츠(61경기 3.72)와 함께 불펜을 이끈 브래드 핸드(사진)다(72경기 2.16). 핸드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104로 오직 앤드류 밀러(.094)만이 핸드 아래에 있었다. 올해 기록한 조정 평균자책점은 무려 192. 참고로 2006년 샌디에이고에서 세이브 1위(46)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트레버 호프먼의 조정 평균자책점이 190이었다. 당초 샌디에이고는 핸드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 좌완 불펜이 필요한 팀들의 구애를 받았지만, 샌디에이고는 보내지 않고 마무리를 맡겼다.
샌디에이고가 선택한 마이어스는 어땠을까. 강속구 대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95마일 이상 .173) 타율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243 .328 .464). 대신 2012년 체이스 헤들리 이후 샌디에이고 첫 30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도루도 20개를 추가하면서 팀 역대 세 번째 30홈런 20도루 시즌을 만들었다(1996년 스티브 핀리, 2001년 라이언 클레스코). 4월11일 콜로라도전에서는 올시즌 첫 번째 히트포더사이클도 달성했다(팀 역대 두 번째). 하지만 마이어스는 전반적으로 모든 수치가 떨어졌다(fwar 3.9→0.9). 샌디에이고는 마이어스보다 승리 기여도가 더 높은 야수가 네 명이나 나왔다. 이가운데 호세 피렐라의 깜짝 활약이 돋보였으며(.288 .347 .490) 크렉 킴브럴의 유산 마뉴엘 마곳도 두 자릿수 홈런(13)과 도루(17)를 기록했다(.263 .313 .409). 유망주 시절부터 수비 평가가 좋았던 마곳은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좋은 디펜시브런세이브(DRS +8)를 적립했다. 헌터 렌프로는 트리플A를 다녀온 후 마지막 11경기를 6홈런, 장타율 .707로 마쳤다. 렌프로가 친 26홈런은 샌디에이고 신인 최다기록이다(1969년 네이트 콜버트 24홈런).
Bad : 지난해 샌디에이고의 득실차는 -84였다. 필라델피아(-186) 신시내티/애리조나(이상 -138) 애틀랜타(-130) 같은 팀들보다는 나은 수준. 그러나 올해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나쁜 -212에 그쳤다. 점수를 많이 뺏긴 것도 문제였지만, 점수를 지독하게 뽑지 못한 것이 답답했다. 604득점은 메이저리그 최소 득점. 팀 타율(.234) 출루율(.299)은 ML 30위, ops(.692) 조정득점창조력(84)은 ML 29위였다. 득점권에서 가장 못 친 내셔널리그 팀도 샌디에이고였다(.230). 타격 코치 앨런 진터는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경질됐고, 지난 10월말 맷 스테어스를 새로운 타격코치로 임명했다. 스테어스는 펫코파크 시대가 열린 이래 벌써 9번째 타격코치다.
제러드 위버는 돌아오지 않는 편이 좋을 뻔 했다. 이미 지난해 회복 불능 상태(12승12패 5.06)였던 위버는 첫 내셔널리그 팀 이적을 앞두고 자신감을 보였다(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것에 대해 "트라웃에게 조언을 구하겠다"고). 하지만 별볼일 없는 타격(10타수무안타 6삼진) 더 별볼일 없는 성적(5패 7.44)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위버를 믿었던 론 파울러 회장은 "우리가 그에게 1,2선발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젊은 선발진을 이끌고 갈 베테랑 역할을 원했는데, 그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했다"고 실망했다(파울러는 지난해 제임스 실즈가 시애틀전에서 2.2이닝 10실점 난조를 보인 직후에도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며칠 후 실즈를 트레이드 시켰다).
불펜에도 위버가 있었다. 애초에 마무리감이 아니었던 마우어(20세이브 5.72)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마우어의 자리를 물려받을 줄 알았던 카터 캡스(11경기 6.57)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미존 수술로 2016년을 통째로 날린 캡스는 8월초에 복귀. 첫 등판부터 0.2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더니 5경기 4.2이닝 8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6경기는 7.2이닝 1실점으로 나아지는 듯 싶었는데, 혈전 문제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부상은 흉곽출구증후군 야기해 오프시즌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캡스는 평균 98.8마일의 불같은 강속구가 사라졌으며(93.2마일) 특유의 '플라잉 딜리버리'도 이동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핑 딜리버리'로 바뀌었다.
샌디에이고 투수진은 리그에서 세 번째로 땅볼 비중이 높았다(47.5%). 홈런의 시대에서 더 불안해진 뜬공 비중은 억제를 잘했다(33.3%). 변수는 샌디에이고 수비진이 이 피칭 전략에 적합하지 않은 것. 내야진 런세이브가 도합 -24에 불과했다. 특히 스팬젠버그의 3루 수비는 공포에 가까웠다(DRS -14).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한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수비 효율(.683)도 리그 평균(.686)보다 떨어졌고, 실책은 밀워키(115개) 다음으로 많이 저질렀다(113개).
전망 : 분명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은 선수, 또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도 나왔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8)가 싱글A를 지배했다(.281 .390 .520 21홈런 29도루). 이미 아버지보다 더 큰 타티스 주니어(191cm)는 재능도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소문. 내년 시즌 끝나기 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전력으로 최대 격전지가 된 NL 서부지구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리빌딩의 중심이 마이어스 뿐이라는 것도 미덥지 못하다. 모 기자는 다저스 코디 벨린저(21) 코리 시거(23)가 샌디에이고 유망주 마곳(22) 오스틴 헤지스(24) 렌프로(25)보다 어리다는 팩트 폭력을 가했다.
역시 필요한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23)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오타니는 샌디에이고의 도약을 도울 수 있는 선수다. 샌디에이고 역시 노모 히데오와 사이토 다카시를 고문으로 데려오는 등 오타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샌디에이고와 오타니의 소속 팀 니폰햄 파이터스도 제휴를 맺은 각별한 관계다). 문제는 나머지 29팀도 오타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 게다가 샌디에이고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 위반으로 보너스 30만 달러를 넘길 수 없다(텍사스가 가장 많은 353만5000달러를 줄 수 있고, 양키스가 350만 달러를 쓸 수 있다). 샌디에이고로선 다른 측면에서 오타니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타니의 타자 출장을 보장해주는 것인데, 지금까지 행보만 보면 불가능한 결정은 아니다. 다만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팀이 됐을 때 팀 분위기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야수 fwar 순위
2.1 - 호세 피렐라
1.9 - 마뉴엘 마곳
1.1 - 코리 스팬젠버그
1.1 - 얀거비스 솔라테
0.9 - 윌 마이어스
0.8 - 카를로스 아수아헤
0.6 - 오스틴 헤지스
투수 fwar 순위
2.3 - 요울리스 차신
2.3 - 클레이튼 리차드
1.7 - 브래드 핸드
1.6 - 루이스 퍼도모
1.3 - 트레버 케이힐
1.3 - 디넬슨 라멧
0.7 - 브랜든 마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