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 없는 상처.
'대가를 지불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전에 스승이 한 말씀이다. 스승의 말씀을 깨우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간의 이중적인 내면의 구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주변에서 하는 말이 어쩌면 진리일 수도 있겠다.
길도 없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땀을 흘리며 채취해서 덩쿨 또는 뜻하지 않은 나뭇가지들과 씨름하며 수십 킬로그램을 메고 지고 내려와 얻는 결과물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질병을 고칠 것들이었다. 또 그런 보람으로 힘든 줄도 몰랐다.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적게는 수백 그램, 많게는 수 킬로그램을 주저없이 건네주었다. 그들이 받는 무게는 가벼울 수도 있으나 생물이 수분이 빠져 나가서 마른 건물이 되면 최소 5배에서 최고 20배까지 무게가 줄어든다. 수백 그램은 수 킬로그램일 수도 있고 수 킬로그램은 수십 킬로그램의 생물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능선이 아닌 거의 비탈을 타고 오르며 지고 메고 내려오는 일은 쉽지가 않다. 찔레나 산딸기, 청미래와 같은 덩쿨나무와 싸워야하고 뜻하지 않게 튀어나온 끝이 날카로운 나뭇가지들과 싸우며 하산해야한다. 하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리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르기도 하고 바위를 오르내리고 계곡을 흐리는 내를 건너며 발을 적시기도 한다.
하산하여 목적지에 다다르면 파김치가 되어 나도 모르게 주저앉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채취하는 것들이었다. 풀뿌리(산삼이나 도라지 더덕 등) 몇 개는 배낭에서 가벼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약재는 적게는 수 킬로그램에서 많게는 수백 킬로그램을 채취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힘들게 채취해서 다듬고 말리고 가공해서 기쁨으로 나눔을 하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본연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늘 좋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비아냥과 놀림의 대상이 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멀쩡한 정신을 삐딱한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사기꾼으로 매도당하는 일도 있었다.
지나치게 많이 퍼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하지만 병자의 마음을 조금은 알기에 아낌없이 주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대가가 없는 결과물이었기에 귀하지 않는 하찮음이 되었을까?
답이 없는 침묵은 두 가지다. 쓰지 않았거나 쓰다가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엉뚱한 곳에서 해결했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엉뚱한 곳에는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비싼 값으로 말이다. 비싼 대가를 지불했으니 귀할 것이고 귀하니 성실히 복용했을 것이다. 성실한 복용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 비싼 만큼 약성도 좋으리라 생각하는 믿음도 작용했으리라.
지난 십수 년 동안 무료로 나눔하다보니 지치고 힘든 것은 바로 내 자신의 몫이 되었다. 보람도 없고 무거운 어깨는 더 아래로 쳐질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최소한의 값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없는 결과를 바란다. 가장 기본적인 행위도 하지 않으면서 많은 결과를 원한다. 오로지 돈만을 생각한다.
좋은 결과는 꼭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는 스승의 말씀이 심장을 파고들어 정곡을 찌르는 지난 나날이었다.
무료나눔이라는 거?
앞으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해봐야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하고 가슴 아파야하는 몫은 결국 나 자신의 몫이니..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