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교육 지원, 몽골 빈민가에 그리스도 사랑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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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희송 주교가 바양호쇼 쎈뽈유치원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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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희송 주교가 성모진료소에서 김혜경 수녀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손희송(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가 5∼9일 몽골을 방문했다.
손 주교는 6일 가톨릭학원과 울란바토르지목구, 가톨릭학원 산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몽골 국립 제1중앙병원 간 협약식(2016년 6월 12일 자 4면 참조)에 참석한 데 이어 한국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여러 시설을 둘러봤다.
손 주교의 현지 방문 소식과 함께 가톨릭학원의 의료선교와 몽골 교회 현황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협약식을 마친 손 주교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울란바토르 인근 오르비트 지역에 있는 노밍요스초등학교와 고이헌더유치원이다. 3명의 한국 살레시오수녀회 수녀들이 사복 차림으로 반갑게 일행을 맞았다.
사복은 학교에서는 수도복을 입을 수 없다는 몽골 정부 방침 때문이다. 몽골 선교의 어려움이 옷에서부터 와 닿았다.
3층 건물(1938㎡)에 함께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몽골 정부가 제공한 3헥타르(3만㎡) 부지에 2012년 세워졌다. 현재 재학생은 유치원생 135명과 초등학교 1ㆍ2학년 27명. 여느 교회 시설과 다르게 이곳은 수업료를 받는다고 했다.
장계자 교장 수녀는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고 또 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반 학교 절반 수준의 수업료를 받고 있다”면서 “돈 보스코의 예방 교육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은 황량한 공터다. 손 주교 일행과 동행한 울란바토르지목구장 파딜랴 주교는 “가톨릭학원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피스메이커스’의 도움으로 학교를 지을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하고,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이 땅에 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짓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방학 중이라 학생들을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쎈뽈유치원과 성소피아 성당 등 방문
손 주교가 8일 방문한 바양호쇼 쎈뽈유치원은 기자가 15년 전 취재차 다녀갔던 곳이다.
바양호쇼는 산동네와 같은 울란바토르 빈민 지역. 당시 허름했던 유치원 건물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우리나라 어느 유치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예쁜 건물이 일행을 반겼다. 2010년에 신축한 유치원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오화영(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원장 수녀는 “우리 유치원에 입학시키려고 부모가 입학 신청 5일 전부터 줄을 설 만큼 인기”라며 “졸업생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한 후 특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뿌듯해 했다.
파딜랴 주교는 “쎈뽈유치원은 가난한 아이들도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한국 수녀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103명이 무료로 다니는 유치원은 수녀회와 피스메이커스 등 외부 기관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쎈뽈유치원을 둘러본 손 주교는 유치원과 가까운 곳에 있는 성소피아성당과 시내에 있는 항올성모승천성당을 잇따라 방문했다.
두 곳은 대전교구 이준화 신부와 허웅 신부가 각각 사목하는 본당. 3년 전 설립된 성소피아본당은 12월부터 변윤철 신부가 주임을 맡을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15명의 영세자를 냈다. 방과 후 교실도 운영 중이다.
항올성모승천성당은 주교좌성당에 이어 2002년 몽골에서 두 번째로 설립됐다.
몽골 전체 신자(1000여 명)의 40%가 이 본당 소속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몽골 한인 공동체 미사를 봉헌하는 곳도 항올성당이다. 노숙자를 위한 샤워 시설과 탁아소, 청소년 보호 시설 등을 함께 갖췄다.
무료 진료소 성모진료소
손 주교가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주교좌 성베드로바오로대성당 안에 있는 성모진료소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운영과 지원을 맡은 진료소는 몽골의 극빈층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병원으로, 연간 수혜 인원이 1만 명을 웃돈다. 해외에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는 곳은 국내 의료 기관 중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유일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혜경(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수녀는 “몽골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성모진료소 하나밖에 없다”면서 “가난한 환자들이 밝게 웃으며 돌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몽골(울란바토르)=남정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