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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낭만·명품·혁명·이성·과학
자본·미식·운동·연대·세계·기억
열두 가지 주제로 읽는 파리의 모든 것
크고 작은 설문조사에서 ‘가고 싶은 여행지 1위’,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1위’로 꼽히는 도시. ‘빛의 도시’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동시에 곳곳에 새겨진 혁명과 자유의 정신을 만날 수 있는 있는 곳.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와 다양한 명품들. 파리에 대한 인상은 이처럼 동경과 기대, 그리고 관광 상품으로 뒤섞여 있다.
파리는 이러한 수식어나 유명한 것들을 나열하지 않아도 충분히 널리 알려진 도시이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사람 중 파리에 발을 딛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고, ‘톨레랑스’와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은 우리의 가치이고 역사인 듯 익숙해진 용어이다. 또한 여행 가이드북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에세이와 사진집, 도시를 통해 사유하고 사색하는 인문학 도서, 그리고 컬러링북까지 파리에 관한 책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될 만큼 다양한 형태로 출간되어 있다. 아직도 파리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을까?
이 책은 십대 시절부터 파리에 거주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국내에서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조홍식 교수가 들려주는 ‘파리 종합 안내서’로, 파리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경험과 꾸준히 파리를 오가며 찾아낸 저자의 노하우가 담긴 파리 여행 팁도 함께 담겨 있다.
역사와 예술, 생활문화와 정치를 망라하여 대표적인 이미지에 가려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은폐되어 있는 파리의 특징들을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다양성이라는 파리의 매력을 새로운 시선으로 소개하고, 파리지앵이 되는 기분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처음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뿐 아니라 다시 파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파리의 열두 풍경’을 만나보자.
낯선 도시의 이방인처럼 그러나 파리지앵처럼 여행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파리 이야기
이 책은 여행이 또 하나의 일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 즉 여행이란 여유로운 마음으로 쉬고 느끼고 발견하고 경험하는 기회이길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단체관광으로 유럽의 여러 도시를 ‘찍는 것’에 만족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사람들은 여행이 단순한 관광 상품의 소비가 아니라 존재적 경험이길 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파리는 최상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
I 예술의 파리_ 파리는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대도시이지만 뉴욕이나 런던, 서울이나 베이징처럼 거대하고 위압적인 형상 대신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도시 전체에 적용된 고도 제한, 여전히 사람들이 생활하는 오래된 건물들과 건물 안팎에 조각된 아름다운 장식들 등 표면적인 것뿐 아니라 도시에 내재된 실험정신은 파리를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또한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참고 예술에 소비하는 파리지앵들은 두터운 관객층을 형성해 오늘날의 ‘공연 천국’ 파리를 완성해냈다.
II 낭만의 파리_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낭만적인 생각과 감정이 생겨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더해 파리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낭만적인 영화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고 실제로 쇼팽과 상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 세기의 사랑의 무대가 되었다. 또한 여름날 센 강변에서 열리는 노상파티와 인공 해변 같은 도심 속 일탈은 파리지앵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III 명품의 파리_ 명품의 중심은 유럽이고 유럽에서도 단연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나라가 명품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의 후광 덕분이라 할 수 있는데, 르네상스 정신이 꽃핀 이탈리아의 바통을 이어받은 프랑스의 수도로서 파리는 독점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또한 파리가 세계 명품의 수도로 군림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예술가들과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부르주아들이 뒤섞여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또한 루이뷔통이 속해 있는 LVMH 그룹이 세계 최대 명품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 로레알 창업자 슈엘레르의 극우 파시스트 과거, 중국 부호들의 파리 명품 쇼핑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IV 혁명의 파리_ 역사 교과서나《레미제라블》 등을 통해 혁명 도시로서의 파리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예술적 가치와 낭만적 분위기를 물씬 품은 에펠탑이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만국박람회를 위해 만들어졌고, 에펠탑이 세워진 샹드마르스 광장이 근대 대중정치 시대를 여는 동맹 축제의 무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1830년의 7월 혁명과 1848년의 민중의 봄, 1871년의 파리 코뮌과 1968년의 5월 혁명 등 1789년의 대혁명 이후에도 파리는 주요 혁명의 무대로서 저항 정신을 드높여왔다. 이러한 저항 정신의 유전자는 파리지앵에게 그대로 이어져와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1,500건의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다양한 어젠다에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확고한 전통이 자리 잡았다.
V 이성의 파리_ 파리의 20개 구는 이름이 없이 숫자로만 불린다. 파리의 대학들과 지하철 노선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영국식 정원과 달리 프랑스의 정원에는 자연스러운 곡선 대신 원과 사각형, 삼각형 등 기하학적 모양으로 꾸며져 있다. 이처럼 낭만은커녕 냉철해 보일 정도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구획과 통제는, 성공의 길이 수학으로 통하는 프랑스의 분위기와 계몽주의 삼총사, 즉 루소와 디드로, 볼테르가 파리에 머물며 발전시킨 이성과 진리의 사상이 융합된 결과일 것이다.
VI 과학의 파리_ 중세부터 엔지니어는 전쟁 수행을 위한 배와 무기, 병력 이동을 위한 도로와 다리 건설의 전문가였고, 프랑스는 국방의 필수 요소인 엔지니어 양성에 전력을 다했다. 조선(造船), 교량, 광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엔지니어 학교들이 18세기 왕권시대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훌륭한 과학기술 교육의 표본이 되어 다른 나라들에도 유수의 공과대학이 설립되는 데 영향을 주었다. 또한 파리에 머물며 식물학을 발전시킨 뷔퐁, 현대 식품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살균 과정을 개발한 파스퇴르, 여성에게 고등교육을 허락하지 않았던 폴란드를 떠나 파리에서 공부 퀴리 부인 등 파리는 각 분야 권위자들이 자신들의 연구를 발전, 확립시킨 도시이다.
VII 자본의 파리_ 근대 자본주의 형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다 쇠락의 길로 접어든 베네치아나 암스테르담, 20세기에 들어서야 중심지로 등장한 뉴욕, 도쿄와 달리, 파리와 런던은 자본주의의 역사와 발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그러나 파리의 다양한 풍경 중 자본과 관련한 부분이 가장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지폐 사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지폐 제도를 처음 대중적으로 사용한 곳이 바로 프랑스다. 세계에서 최초로 백화점이 생긴 곳도 파리인데, 두터운 부르주아 계층이 소비 집단으로 형성된 최초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VIII 미식의 파리_ 자본의 파리는 자연스럽게 미식의 파리를 만들어냈다. 맛있게 먹고 즐기는 것, 즉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게 아니라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식탁에서 격식을 차려 음식을 즐기는 것이 미식 문화이다. 파리의 부르주아가 ‘먹고 마시는 일’을 생존하기 위한 수단에서 인간 문화의 한 부분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단, 한 달 치 용돈을 모아 한 끼 식사에 소비하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기고, 이에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태도와 문화가 미식이다.
IX 운동의 파리_ 그토록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데, 어떻게 파리지앵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사회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남의 눈을 무척 의식하는 파리지앵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 또한 매우 좁은 주거 면적과 생활공간,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를 갖고 다니는 대신 많이 걸어야 하는 환경적인 요인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산책을 중시하는 문화와 공용 자전거 ‘벨립’ 시스템 등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움직임들도 있다. 또한 파리는 전 세계의 축제인 근대 올림픽 부활이 추진되고 IOC 본부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이며, 아테네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운동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도시이다.
X 연대의 파리_ ‘혁명의 파리’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이상을 프랑스 공화국에 심었고, 파리의 공공기관 건물에는 리베르테Libert?(자유), 에갈리테Egalit?(평등), 프라테르니테Fraternit?(박애)가 새겨져 있다. 정치철학의 많은 사상가들이 자유와 평등이 상충하는 개념이라고 분석하지만, 프랑스의 역사에서 자유와 평등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인이 평등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 그것이 박애인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상점 영업시간 제한, 빈곤층을 위한 임대 주택의 예술성과 견고함, 노숙자를 외면하고 무시하기보다 개인의 불행을 사회의 책임으로 보는 의식 등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샤를리 에브도》의 논조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모든 이가 내세운 ‘나는 샤를리다’라는 슬로건에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파리의 연대 의식에 주목하게 되었다.
XI 세계의 파리_ ‘영국은 자신을 위해 런던을 세웠고, 프랑스는 전 세계를 위해 파리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듯이, 영국은 특수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프랑스는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수도 파리에 그대로 적용되어 오래전부터 유대인이 정착해 살아왔고, 19세기부터는 라틴계, 아랍계, 아프리카계 등 많은 외국인이 파리에 유입되어 오늘날의 ‘세계의 파리’를 완성해내었다. 그러나 세계 대도시에 자리 잡아 자신만의 문화로 탈바꿈시키는 ‘차이나타운’은, 파리에서만큼은 파리의 한 동네 같은 분위기를 품고 있다. 다양한 사람이 평등하게 모여 사는 것, 파리의 이상이 발현된 결과이다.
XII 기억의 파리_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된 런던이나 베를린과 달리, 파리는 고대부터 형성되어온 도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파리의 대학촌인 라틴 지구에 가면 로마 시대의 유적을 볼 수 있고, 부르주아 건물들 사이에서 고대의 원형 경기장을 만날 수 있으며, 도시 곳곳에는 그곳의 역사를 설명하는 푯말들이 있다. 또한 역사가 현재를 지배하고 미래를 결정한다는 진리를 너무나 잘 아는 프랑스인답게 프랑스는 모든 자료와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파리에는 프랑스 문화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립박물관이 35개, 파리 시에서 운영하는 17개나 있다. 여기에 민간 박물관까지 더하면 동네마다 박물관이 하나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술, 낭만, 명품, 혁명, 이성, 과학, 자본, 미식, 운동, 연대, 세계, 기억……. 파리는 이처럼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는 동시에 각 풍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도시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여행지가 아닌 제2의 고향처럼 파리를 사랑하는 저자의 시선이 머문 열두 개의 풍경은 그만큼 다양하고 깊이가 있다. 파리의 풍경들은 ‘삶의 기쁨’을 추구하는 파리지앵들의 인생철학이 그대로 녹아들어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발전해온 결과물이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도시, 그곳이 바로 파리이다.
* 책속으로 추가 *
세계에서 최초로 백화점이 생긴 곳도 파리다. 프랭탕과 라파예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화점이다. 우안 오페라극장 부근에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백화점은 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중에게 널리 잘 알려진 듯하다. 하지만 가장 오래되고 전통이 있는 백화점은 좌안에 있는 봉마르셰다. 봉마르셰는 저렴하다는 뜻이다. 전통시장은 싸고 백화점은 비싸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백화점이 만들어진 19세기에는 기존의 부티크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자본의 파리’, 199쪽)
파리는 단연 미식(美食)의 세계 수도다. 물론 런던이나 뉴욕, 도쿄나 상하이, 홍콩 등지에도 다양한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다. 다양성이나 특정 요리에서 파리를 능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식의 문화와 역사라는 측면에서는 파리를 따라갈 도시가 없다. 왜냐하면 미식이라는 문화 자체가 파리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식 레스토랑이 처음 생겨난 곳이 바로 파리다. 레스토랑이라는 말 자체가 프랑스어인데, 그 어원은 ‘다시 힘나게 하다’, ‘재건하다’라는 뜻의 동사 ‘레스토레’다. 폐허가 된 건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레스토레이고 기운이 없는 병자의 몸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레스토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보신(補身)’이다. (‘미식의 파리’, 217쪽)
물론 파리지앵들이 날씬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파리에는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 많다. 매일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와야 한다. 파리지앵은 차 없는 사람이 많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걷는다.
게다가 파리의 문화는 전통적으로 산책을 중시한다.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마냥 걷는 것, 어슬렁거리면서 생각도 하고 구경도 하고 쉬기도 하는 산책이야말로 파리지앵들의 소일거리다. (‘운동의 파리’, 250쪽)
사회가 재산이나 소득에 의해 차별화되고,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동네에 사는 현상은 어디나 비슷하다. 자유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한 이런 현상을 막을 길이 없다. 다만 파리는 정책적으로 주택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 예를 들어 HLM이라는 사회주택제도가 있어 상당히 많은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빈곤층에 임대해준다. HLM이라는 이니셜 자체가 ‘저렴한 임대 주택’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에는 430만 가구가 이런 주택에 살고 있는데, 인구로 따지면 1000만 명 정도에 이른다.
놀라운 사실은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이라고 해서 절대 부실하거나 날림으로 지은 주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해도 최근에 지어진 일부 HLM은 부르주아 건물보다도 훨씬 예술적이고 고급스럽다. 가난하다고 아름다움에 대한 권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철학이다. (‘연대의 파리’, 282쪽)
시위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샤를리 에브도》의 성향이나 논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프랑스 공화국에서 언론의 자유는 핵심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쳐 의사를 표명하는 데 동참한 것이다. 또한 샤를리라는 언론 기관뿐 아니라 ‘나는 유대인이다’, ‘나는 경찰이다’ 등의 슬로건으로 피해자와의 연대 의식을 표현했다.
프랑스는 미국처럼 친(親)이스라엘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권리에 대해 우호적인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테러에서 유대인이 공격의 대상이 된 데 대한 강력한 항의였던 것이다. 프랑스, 특히 파리에서 경찰은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다 목숨을 잃은 경찰에 대해 예외적으로 연대의 마음을 표현했다. (‘연대의 파리’, 292쪽)
같은 북아프리카 출신이라도 배경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유대인은 북아프리카에서 이민해왔지만 마그레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알제리는 식민지가 아니라 프랑스의 직접 통치를 받았고, 프랑스의 일부로 취급했다. 그래서 알제리 출신이지만 독립 당시 프랑스 국적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알제리가 독립전쟁을 치를 때 프랑스 편에 서서 싸웠다. 아르키라고 불리는 특이한 사람들인데 이들 역시 일반 이민자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프랑스 무슬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2012년 현재 80만 명에 달한다. 불행히도 이들 알제리 출신들은 조국을 배반했다는 비난을 받는 한편 프랑스인들로부터는 아랍인이라고 차별받는 이중의 고난을 겪고 있다. (‘세계의 파리’, 315쪽)
파리 곳곳에는 역사를 설명하는 푯말들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파리 시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 박물관이다. 물론 왕실이나 귀족이 등장하는 곳도 많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장소도 많다. 그러나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파리를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나치 독일군의 총을 맞아 죽은 한 레지스탕스의 흔적까지 기억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벽에 총알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 (‘기억의 파리’, 341쪽)
Tip 케 브랑리 박물관 Mus?e du Quai Branly (‘기억의 파리’, 354쪽)
센 강변 에펠탑 부근에 자리한 케 브랑리 박물관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파리의 명소다. 아프리카의 마스크, 오세아니아의 토템, 아메리카의 조각 등 문자가 없는 지역에서도 인류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이 건립될 당시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파리 방문객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틀림없다. 루브르나 오르세에 비해 한적한 분위기에서 관람을 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특별 전시회는 세계 오지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창이다.
Adress 37 Quai Branly 75007
Transport M?tro 9호선 Alma Marceau·RER C Pont de l’Alma
Homepage http://www.quaibranly.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