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1,1-11; 에페 1,17-23; 마르 16,15-20ㄴ
+ 찬미 예수님
지난 주일에 카네이션 달아드리는 사진을 1층 게시판에 전시했는데 혹시 보셨어요? 지난 주일이 연휴여서 가족 여행 가신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요, 주일 8시와 10시 미사에 참례하신 분들께, 중고등부, 청년, 상임위원들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습니다. 이 순간을 홍보분과에서 혼이 담긴 촬영으로 잘 찍어서 밴드에 올려주셨고, 기획분과장님이 게시판에 붙이자는 의견을 주셔서 그렇게 했는데, 인사는 제가 받았습니다.
‘너무 좋다’고, ‘신부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고 제게 인사를 많이 하셨는데, 생각해 보니 저는 한 게 없고요, 카네이션은 해마다 알파문구에서 협찬해 주시는 걸 총무님이 가져오셨고, 아침 일찍부터 학생과 청년들, 상임위원들께서 나와서 꽃을 달아 주셨고, 사진은 홍보분과에서 찍어주셨고, 게시도 상임위에서 하셨는데 인사는 제가 받았네요.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 교우들 얼굴이 게시판에 한가득 있으니까 그게 너무 좋은데요, 예수님이 어디 계시냐고 물으면, 이 성전에서는 감실 안에, 제대 위에 계시지만, 또한 교황님이 말씀하신 첫 번째 성소, 즉 부모님으로서의 성소를 살고 계신 우리 부모님들의 환한 얼굴이 들어 있는, 그 사진들 안에도 계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1독서의 말씀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수난을 받으신 뒤 당신께서 ‘살아 계신 분’이심을 여러 가지 증거로 사도들에게 드러내셨습니다. 사십 일 동안 사도들에게 여러 번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하신 후 그들이 보는 가운데 하늘로 오르십니다.
열왕기(2열왕 2,9-15)에는 예언자 엘리야가 승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제자 엘리사가 스승 엘리야에게 “당신 영을 나누어 받게 해 달라”고 청하자, 엘리야는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그대로 되겠지만, 보지 못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불 병거와 불 말이 나타나고, 엘리야는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갑니다. 엘리사는 그 광경을 보며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라고 외쳤고, 엘리야의 영이 그에게 내립니다. 이제 엘리사는 엘리야가 행했던 것과 같은 기적을 행하게 됩니다.
1독서에서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는 광경을 사도들이 보았다는 것은 이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데요, 이제 사도들도 예수님의 영을 나누어 받고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이어 받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대한 차이가 있는데요, 엘리야의 영은 엘리사에게만 내렸지만, 예수님의 영은 사도들뿐만 아니라 사도들의 말을 듣고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들, 즉 우리에게도 내립니다. 그것이 우리가 다음 주에 기념하게 될 성령강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구름에 싸여 사도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십니다. 이는 모세가 계명을 받기 위해 시나이산에 오를 때 연기와 구름이 산을 덮은 것(탈출 19,16-20; 24,15-18)을 떠오르게 합니다.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계명이라는 선물을 받아서 백성들에게 주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성령이라는 선물을 아버지께 받아 당신 교회에 부어 주십니다(사도 2,33).
예수님께서 올라가시는 동안 사도들이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자,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말합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예수님께서 타볼 산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은 바로 이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그들의 말은 다니엘서의 말씀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다니 7,13-14) 다니엘서의 이 말씀을 우리는 미사 때 주님의 기도를 바친 후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오늘 2독서와 복음은 “예수님께서 …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라고 전합니다.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는다(시편 110)는 것은, 영광과 영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통치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2독서는 또 “하느님께서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셨다”고 말하는데요, 이 ‘만물’에는 ‘죽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며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세상 끝날까지 계신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요? 우리가 세상 끝날까지 있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약속이면서 동시에, 우리도 세상 끝날까지 예수님과 함께 있으리라는 약속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하늘로 오르셨는데, 에페소서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우리를 떠나신 것일까요? 떠나시지 않은 것일까요?
이에 대해, 작년에도 인용해 드린,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의 말씀을 인용해 드리겠습니다. “하느님 계신 곳이 하늘입니다. … 그렇다면 성 아우구스티노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여러 군데에서 하느님을 찾다가 자신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데레사 성녀의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에 우리가 하늘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어디 계실까요? 하늘 저편에 계실까요? 우리는 이 성전 안에 예수님이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성전이 하늘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안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늘입니다. 예수님은 형제자매 안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형제자매가 하늘입니다.
이 성전이 하늘인 이유는, 예수님께서 이 제대 위에 계시기 때문이지만, 여러분 안에 계시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를 나누면서, 또 성체를 영하고 돌아오는 형제자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 얼굴을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그 얼굴이 바로 하늘입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https://youtu.be/4GITEdfDAVE?si=7mjpMHJMfWBRatL1
몬테베르디, 복되신 동정녀의 저녁기도 중 "Dixit Dominus" ( 하느님이 내 주께 이르시기를 “내가 원수들을 네 발판으로 삼기까지, 내 오른편에 앉아 있으라” 하셨도다, 시편 110 )
존 엘리어트가디너 지휘, 잉글리쉬 바로크 솔로이스츠, 몬테베르디 합창단
첫댓글 신부님, 감사합니다. 저희는 신부님에게서 커다란 예수님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