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려만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만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만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이상, 「거울」
(나) 오래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 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 권혁웅, 「파문」
39.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연물의 형상이 변화하는 것에 따른 정서적 추이를 드러내고 있다.
② 자아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현실 사회의 부조리한 국면을 고발하고 있다.
③ 상황에 대한 역설적 인식을 바탕으로 화자의 심리적인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④ 관찰한 시각적 현상을 매개로 대상과 단절된 상황에 대한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⑤ 주체와 대상의 대칭적인 모습을 활용하여 대인 관계의 본질적 속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40.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상의 「거울」에서 화자는 ‘거울’ 밖의 주체와 ‘거울’ ‘속’의 주체가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두 주체를 각각 현실의 자아와 본연의 자아로 본다면, 「거울」 은 두 주체가 서로 단절되어 있다는 분열된 자의식과 이로 인한 슬픔을 표현한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의 삶을 지향하면서도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고뇌한 시인의 생애를 고려한다면, 「거울」 은 시인의 삶을 지향하는 ‘거울’ 밖의 주체가 생계로 고뇌하는 ‘거울’ ‘속’의 주체에 대해 느끼는 자기 연민을 나타낸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① ‘거울’은 본연의 자아를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분열된 자의식을 경험하게 하는 양면성을 지닌 사물이겠군.
② ‘딱한귀’는 분열된 자의식 또는 현실의 생계로 인한 고뇌에 대한 애상감을 반영한 것이겠군.
③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는 가족 부양에 대한 의무감으로 고뇌하는 자아와 대립하고 있는 주체의 모습이겠군.
④ ‘외로된사업’은 본연의 자아가 추구하는 일이거나 가족의 생계를 감당하기 위한 일이겠군.
⑤ ‘진찰’은 자의식이 분열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소통을 시도하는 행동이겠군.
41. (나)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궁금하다면’을 반복하여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② ‘작은 동그라미’를 매개로 하여 ‘행복 안’에 있던 때에 대한 ‘당신’의 회상을 유도하고 있다.
③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는 ‘작은 동그라미’와 달리 ‘그 사람’이 부재하는 상황을 환기하고 있다.
④ 전반부의 ‘바라보라’에 비해 후반부에는 ‘맞춰 보라’로 적극적인 ‘당신’의 행동을 권유하여 그리움의 정서를 고조하고 있다.
⑤ ‘그 사람의 목소리’를 ‘오래된 라디오’에 비유하여 ‘당신’의 의지에 따라 ‘오래전’의 관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