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를 왜 入秋라 쓰지 않고 立秋라고 썼을까?
아마도 계절상 여름인 지금 가을을 미리 준비하라는 옛 어른들의 깊은 뜻이 담겨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처럼 가을이 절실한 때가 일찍이 없었습니다. 유독 뜨거웠던 여름인지라 다들 목을 빼고 가을을
고대합니다.
오늘은 가을의 길목인 입추입니다. 그런데 입추의 한자어는 ‘入秋’가 아니라 ‘立秋'입니다. 가을은
저절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성으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 아무 준비
없이 가을을 맞는다면 결실의 계절에 빈손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춘(立春)도 마찬가지로 그건 봄은 그냥 시간이 되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우리 힘으로 일으켜 세워야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들여 얻어 내야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입하 입동도 똑 같은 뜻으로 나의 정성, 우리의 정성으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도 그렇지 않을까요.
소소한 일상에서 누리는 소확행이 요즘 행복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원한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 작은 일상들이 행복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에도 조건이 있어요.
그냥 커피나 수다가 소확행이라면 그 또한 허망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순간이 끝나면 소확행의 즐거움도 사라지기 때문이죠.
행복한 느낌을 지속하고 유지하는 비결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삶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에 감사를 느끼는 것이죠.
내가 에세이 '소확행'을 쓰면서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자신의 내면을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으로
채우라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소확행을 읽고 행복을 영접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立秋처럼 가을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 生에서 몇 번이나 더 가을을 경험하게 될까요?
그런 간절한 심정으로 가을을 영접해야 합니다.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백 번의 계절이 바뀌더라도 그에게 가을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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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는 24절기 중 열세 번째 날로 대서(大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있는 절기.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되며 대개 8월 7~8일 무렵이다.
전통적으로는 이날부터 입동(立冬) 사이를 가을이라고 보았다.
우주의 운행은 한치의 오차도 없기에 이제 머지 않아 가을 풀벌래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저녘이면 뀌뚜라미 소리가 섬돌 밑에서 귀뚜르르 들리겠지요.
열대야로 잠 안오는 여름밤을 보내면서 절묘한 자연의 섭리 앞에서 그져 겸손해 지고, 또 흐르는는
세월 앞에 숙연해 질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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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까지
*여름 :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까지
*가을 :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까지
*겨울 : 입동(立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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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남주, 이 더운 여름 김남주 시인은 일하고 싶어했다.
저 순한 눈망울이 너무 서럽다.
올해는 유난히 덥다.
이런 날씨를 우리말로는 푹푹 찐다. 찌는 더위라고 한다.
이를 증(蒸) 자로 조어를 하면 증하(蒸夏), 열하(熱夏), 탕하(湯夏), 맹하(猛夏)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용례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맹하(孟夏)는 어떤가. 孟夏는 초여름을 뜻한다.
그러므로 양력 7, 8월의 무더위를 성하(盛夏)라고 하는 게 옳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니까.
『예기』 <월령>의 계절 분류에 따르면 음력으로 1월, 2월, 3월을 봄이라 하고 4월, 5월, 6월을 여름이라 한다.
같은 식으로 7월, 8월, 9월은 가을이며 10월, 11월, 12월을 겨울이라 한다.
그렇다면 맹하(孟夏)는 4월에 해당한다. 지금은 음력으로 6월이므로 늦여름 즉 계하(季夏)인 셈이다.
다시 정리하면 4월은 맹하(孟夏), 5월은 중하(仲夏), 6월은 계하가 된다.
가을도 이와 같다. 7월은 맹추, 8월은 중추, 9월은 계추(季秋)가 된다.
허나 가을은 맹추보다 초추(初秋), 계추보다 만추(晩秋)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것으로 孟, 仲, 季로 맏이, 가운데, 끝으로 나눔을 알 수 있다.
사람의 경우에도 형제가 여럿일 때에 맏이를 높이어 백씨, 둘째를 중씨, 세째를 계씨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춘추좌씨전>에서는 맹손씨(孟孫氏), 숙손씨(叔孫氏), 계손씨(系孫氏)라 한다.
이를 삼환(三桓)이라 한다. 仲孫氏라 말이 없으므로 숙손씨와 상보적으로 쓴 것인가. 이는 둘째 아이가 어려서 죽었을 경우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사람이 4사람이면 백, 중, 숙, 계의 순서대로 불렀으며 차이니즈들은 이를 철저히 지켰다.
만약 아들이 5명 이상인 경우는 어떻게 부르겠는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또한 입춘을 왜 入春이라 하지 않고 立春이라 하는가.
봄이 왔다를 來春이라 하므로 봄이 되었다를 入春이라 부르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立春임을 고집스럽게 지킨다.
이 역시 예기 월령에서 입춘을 立春이란 한자로 쓰는 데서 유래한다.
왜 立春인가.
차이나의 황제가 거만하게 봄을 세운다는 뜻을 담고 있다.
봄을 세우다니 지나치지 않는가.
그러나 이들은 立春, 立夏, 立秋, 立冬의 날에 신하들을 거느린 황제가 교외로 나가서 풍악을 울리면서 立春을 선포한다.
立春, 말도 안 되지만 2000여 년 동안 써 내려 왔었다.
덧붙이자면
立春, 立夏, 立秋, 立冬로 나눔은 태음력이 아니라 태양력이다.
1년 365일을 24절기, 즉 24로 나눈 것이다.
전통은 모두 음력, 아니면 양력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우리나라는 태양력에 밝았다.
오늘 2012년 8월 4일은 음력으로 6월 17일이다.
그러므로 아직은 여름인셈이다.
올해의 입추는 8월 7일이며 음력으로 6월 20일이다.
월령의 계절 나누기로는 여름인데 왜 가을이 되었다고 입추(立秋)라고 하는가.
1년 365일을 24개로 나누어 산술적인 평균으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이를 나눌 때 춘분, 하지, 추분, 동지를 먼저 정한다.
이는 정확히 알 수 있으니까. 그 다음에 24절기 중에서 20개가 남는다.
20개를 4로 나누면 5이다.
춘분과 하지 사이에 5개를 등시간 간격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나머지도 이와 같다.
(김남주 생가)
찌는 여름을 증하(蒸夏)라 하지 않고 盛夏라 하는 까닭을 알 것 같다.
그때는 피서라는 걸 몰랐다.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감자를 삶아 먹거나 수박을 깨 먹으면 더없이
좋은 거였다.
많은 이들이 피서를 가는데 나는 낮잠을 무려 5시간이나 쉬지 않고 잤다.
깨어나서는 농사 짓는 들녘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감남주가 호송차에 실리어 떠나가던 호남 평야가 아니면 어떠리, 내 고향 구만들에 성노예로 끌려간
누이들이 징용 간 농부들이 뒤돌아보고 뒤돌아보면서 떠나갔던 구만들에 엎드려 일하고 싶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날,
달아나지 못한 찌는 공기가 들녘에 내려 앉을 때 나는 내 논밭에서 일을 하고 싶다. 훅훅 찌는 공기가 가슴 가득 들어올 때 나는 묵묵히 엎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정지용의 향수가 아니라 김남주의 시 <이 가을에 나는>을 읊조릴 것이다.
그가 꿈꾸던 가을을 위하여 낫질을 하리라.
김남주 생가 !..김남주 생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
50501^34O5r3mxmKc8efCR1t^http://www.youtube.com/watch?v=c5r7KdqH0nQ 50502^34O5r3mxmKc8efCR1t^http://www.youtube.com/watch?v=c5r7KdqH0nQ
김남주 생가 !..김남주 생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
이 가을에 나는 - 김남주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오라에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
또다른 감옥으로 압송되어 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
전주옥일까 대구옥일까
아니면 대전옥일까
나를 태운 압송차가
낯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
들판 가운데를 달린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며
저 만큼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어머니의
밭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는 아버지의
논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나도 여기서 차에서 내려
아이들이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고 있는
저 방죽가로 가고 싶다
가서 나도 그들과 함께 일하고 놀고 싶다
이 허리 이 손목에서 사슬 풀고 오라 풀고
발목이 시도록 들길을 걷고 싶다
가다가 숨이 차면 아픈 다리 쉬었다 가고
가다가 목이 마르면 샘물에 갈증을 적시고
가다가 가다가 배라도 고프면
하늘로 웃자란 하얀 무를 뽑아 먹고
날 저물어 지치면 귀소의 새를 따라
나도 집으로 가고 싶다
나의 집으로
그러나 나를 태운 압송 차는 멈춰 주지를 않는다
강을 건너 내를 끼고 땅거미가 내린 산기슭을 달린다
강 건너 마을에는 저녁밥을 짓고 있는가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이 가을에 나는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