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세상을 있게 한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그처럼 있게 해주소서 불러 있게 하지 마시고 내가 먼저 찾아가 아이들 앞에 겸허히 서게 해주소서 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을 알게 하소서 위선으로 아름답기보다는 진실로써 추하기를 차라리 바라오며 아이들의 앞에 서는 자 되기보다 아이들의 뒤에 서는 자 되기를 바라나이다 당신에게 바치는 기도보다도 아이들에게 바치는 사랑이 더 크게 해주시고 소리로 요란하지 않고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깨우쳐주소서 당신이 비를 내리는 일처럼 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을 일러주시고 아이들의 이름을 꽃처럼 가꾸는 기쁨을 남 몰래 키워가는 비밀 하나를 끝내 지키도록 해주소서 흙먼지로 돌아가는 날까지 그들을 결코 배반하지 않게 해주시고 그리고 마침내 다시 돌아와 그들 곁에 순한 바람으로 머물게 하소서 저 들판에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우리 또한 착하고 바르게 살고자 할 뿐입니다. 저 들판에 바람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들의 믿음을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90.청풍에 살던나무, 제3문학사
*56~20 충북대 국어교육과 졸업 87.분단시대 동인 등단 89.해직교사 신작시집 ‘몸은 비록 떠나지만’ (실천문학사) 98.‘마침내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될 때까지’(문학동네) 등의 시집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