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 연서 / 유지호
그때는 몰랐어요, 배꽃이 만발한 길목을 들락날락하며 바람이 보내는 분별없는 희롱에 왜 그렇게 흔들려야 했는지를. 희붐했던 새벽이 지나가고 날마다 뜨거운 햇살의 입자가 심장을 관통하는 몸살을 앓고서야 알았어요. 바람과 햇살의 팽팽한 긴장이 오고가는 교차점에서 왜 그렇게 오래도록 서성였는지를, 비바람에 소란했던 하늘이 조용해지고서야 왜 그렇게 긴긴 밤 잠 못들고 깨어있어야 했는지를, 이제야 알았어요, 고장난 심장처럼 불규칙한 심박수 수직상승하는 계절을 불러놓고 달빛 깊숙이 숨겨두었던 마음을 한 꼭지씩 꺼낼 때마다 하얀 꽃비가 무수히 내려 열병을 앓았어요. 낙화하는 꽃잎의 행간마다 떨리는 길이 펼쳐지면 무르익어가는 과육이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연서, 가슴에 대못처럼 박혀 오감을 마비시켰어요. 순결한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과수원은 지금, 시간을 되새김질하며 성급하기만 한 일상을 인내로 가르치면서 숙성될 때까지 기다려온 과육이 사랑앓이로 뒤척이며 열애의 순도를 한껏 높이고 있어요. 탐스럽게 익은 배 한 입을 베어 물면 온몸으로 번져오는 달콤함으로 사랑을 맺기 위해 꽃잎마다 써내려 간 연서를 정독하며 날마다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어요.
[온양신문]제7회 아산문학상 대상에 소설 ‘변방의 불’
2024년 제7회 아산문학상 및 제2회 아산향토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2월 7일 오후 4시 온양제일호텔 크리스탈홀에서 개최됐다. 아산시 주최, 한국문인협회 아산시지부(지부장 손애정, 이하 아산문협) 주관, (사)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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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해무 / 박철주
[동상] 곡교천 은행꽃 연가 / 강은영
2024년 제7회 아산문학상 및 제2회 아산향토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2월 7일 오후 4시 온양제일호텔 크리스탈홀에서 개최됐다.
아산시 주최, 한국문인협회 아산시지부(지부장 손애정, 이하 아산문협) 주관, (사)한국예총 아산지회(지회장 이동현) 후원으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수상자와 수상자의 가족, 이광복 전 한국문협 이사장, 맹의석 아산시의회 부의장과 아산문협의 주요 임원, 일반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아산문학상'은 전국규모의 창작문예 공모로, 이순신 장군의 위상을 문학적으로 높이고, 문향의 고장 아산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으며, '아산향토문학상'은 아산지역의 숨어있는 문학 인재를 발굴하고, 지역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진행한 상이다.
접수는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였으며, 이번 공모에 아산문학상에는 소설 80편, 수필 216편, 시 705편, 평론 5편 등 총 1천6편이 응모됐고, 아산향토문학상에는 소설 80편, 수필 237편, 시 798편, 평론 5편 등 총 1천120편이 응모됐다.
지역적으로도 서울 168편, 경기 240편, 충남 289편, 충북 59편, 대구 40편 등 전국 각지에서 응모됐으며 심지어 해외에서도 다수 편이 응모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합된 작품은 지난 11월 16~17일 양일간 예심을 거쳐 11월 23~24일 본심으로 입상자를 가려냈다.
본선 심사는 이광복 소설가(한국문인협회 직전 이사장)가 소설 부분을, 평론에는 윤성희 문학평론가, 시에는 김명수 시인((사)한국문인협회 충남지회장), 수필에는 이정우 수필가(천안문학관 관장)가 옥석을 가려냈다.
그 결과 아산문학상 영예의 ▲대상에는 소설부문의 김성준(부산 해운대구) 씨가 ‘변방의 불’로 선정됐고, ▲시 부문에서는 금상에 유지호(경기도 고양) ‘연서’, 은상 박철주(대전 중구) ‘해무’, 동상 강은영(충남 천안) ‘곡교천 은행꽃 연가’가 선정됐다.
또한 ▲수필 부문에서는 금상에 김복애(경기 고양) ‘아버지꽃’, 은상 고옥란(광주 여대길) ‘수막새의 얼굴을 읽다’, 동상 김성자(세종시 새롬남로) ‘간이역’이, ▲소설 부문에는 금상 박철민(경기 고양) ‘분이’, 은상 심수철(대전 동구) ‘데칼고미니 연습’, ▲평론에는 금상 심영의(광주 첨단연신로) ‘영웅과 개별자의 균형으로서의 이순신 표상’, 은상 김기홀(서울 광천구) ‘윤보선 회고록 해체, 구도의 힘과 가려진 업적’이 각각 선정됐다.
아산향토문학상에서는 ▲시 부문에서 김우진(인주면) 씨의 ‘날개에 대하여’가, ▲수필 부문에서는 정은희(모종로) 씨의 ‘연희’가 각각 당선됐다.
각 수상자들에게는 상패의 소정의 상금이 수여됐으며 특히 아산향토문학상 수상자는 아산문협 입회자격이 부여됐다.
이날 손애정 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산문학상을 시행하지 못해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으나 전국 각지에서 1천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돼 한시름 놓았다”면서, “이렇게 접수된 작품을 대상으로 예선과 본선 각 이틀씩 옥석을 가려내느라 적지 않은 힘이 들었지만 우수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어 기뻤다”고 회고했다.
손 지부장은 “다시 한번 귀한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응모자들께 감사드린다. 또 당선뇌신 수상자들께도 진심으로 축하그리며 내년에 실시되는 제8회 아산문학상과 제3회 아산향토문학상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소설 부문 본심 심사를 맡았던 이광복 소설가는 심사평에서 “이번 제7회 아산문학상 전국공모전 본선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7편이었다. 이들 작품은 전반적으로 공들인 혼적이 역력했고, 각기 일장일단이 있어서 입상작을 선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했다”면서, ‘변방의 불’은 이순신 장군의 초기 활약상을 그린 작품으로 문장과 구성과 배경 설정이 뛰어났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단연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분이’는 정신대 할머니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투철한 역사의식이 호감을 주었고 여기자의 활약, 섬세한 문장 등이 눈길을 끌었고, '데칼코마니 연습‘은 서민들의 애환을 잘 그려냈다.”면서 “다만 이외의 작품은 주제와 구성과 문장에 서 다소 처지는 편이었다”고 밝혔다.
이 심사위원은 “최종적으로 ‘변방의 불’, ‘분이’, ‘데칼코마니 연습’을 놓고 저울질을 계속했다. 읽고 또 읽고 십사숙고를 거듭하다가 입상 등위를 결정했다.”면서 “입상하신 분들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며 비록 입상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응모하신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한디”고 말했다.
[출처] 제7회 아산문학상 / 유지호|작성자 ksujin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