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억하는 최고의 식사는 무엇인가. ‘맛있다’와 ‘맛없다’의 판단은 다르더라도 아마 그에 대한 기준은 모두 같을 것이다. 바로 엄마의 손맛, 자신도 모르게 베여 있는 고향의 향기. 지금 당장 당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당신의 소중한 이들을 웃게 하는 음식을 떠올려보자. 세 살부터 여든까지 얼큰한 힘이 되고 든든한 약이 되어 줄 거제 8味. 첫술부터 마지막 한 점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맛깔스러운 ‘평생 식단’을 살짝 공개한다.
뭐든 입으로 가져가 야금야금 씹기 좋아하고 뒤뚱뒤뚱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는 세 살. 입맛은 이때부터 길들여야 한다. 너무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상식. 이제 막 돋아난 여린 치아에 부담 없고, 달지 않으면 고개를 획 돌려버리는 못된 입맛을 길들여 줄 음식을 찾고 있다면 거제 어죽이 정답이다.
민물고기를 사용하는 내륙지방과 달리 기름기와 비린내가 적고 담백한 생선을 통째로 삶아 만드는 거제 어죽은 생선의 내장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통째로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도 만점! 향긋한 바다 향기가 천연 조미료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러 반찬 따로 필요 없이 어죽 한 그릇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최고의 영양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책상 앞에 앉아 졸린 눈을 비비며 공부하고, 오늘도 꾸벅꾸벅 총천연색 꿈을 꾸는 열일곱. 그들에게 바다가 만든 자양강장제, 멍게비빔밥을 선물하자. 상큼한 향과 쌉싸래한 향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은 멍게는 해산물로는 드물게 바나듐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신진대사와 심혈관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한, 체력보강과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겐 안성맞춤!
잘게 다진 멍게에 김가루, 참기름, 통깨를 듬뿍 넣어 비빈 멍게비빔밥 한 그릇을 먹으며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멋진 어른을 꿈꾸는 오늘. 내일은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애인 없이는 살아도 거울 없이는 못 살아!’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은 꽃다운 스물다섯 아가씨에게 추천하고 싶은 거제 별미. 입에 살살 녹으면서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 없는 볼락구이를 소개한다. 다른 어류와 달리 지방질이 거의 없고 단백질이 풍부한 볼락은 전형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생선으로 입맛 잃은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생선은 특히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볼락은 회보다 구이로 먹어야 최상의 고소함을 맛볼 수 있다. 내장을 제거하고, 칼집을 적당히 낸 뒤 소금으로 간을 하면서 숯불에 구우면 볼락구이 완성!
잘 구워진 볼락은 뽀얀 속살부터 쫄깃한 껍질까지 하나도 놓칠 수 없다. 먹어도 살찔 염려 없어서 먹는다면 거짓말! 꼬리부터 머리까지 맛있어서 먹는다.
하는 일마다 뒷북, 모든 걸 쏟아 열심히 해도 결과는 평균 이하.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 앞에 술잔만 채우고 있는 서른넷. 그 답답하고 쓰린 속을 달래줄 도다리쑥국 한 그릇을 권한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화려한 봄 같은 삼십 대. 하지만 지긋지긋한 황사와 퍽퍽한 건조함에 목이 타는 삼십 대에게 육지의 대표적인 봄철 음식 쑥과 바다의 대표적인 봄철 생선 도다리를 만나게 하자. 도다리에는 콜라겐과 타우린이 많아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고 쑥에는 건조한 피부, 호흡기 질환에 좋은 비타민A와 비타민C가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
부드러운 도다리 살과 구수한 된장 국물, 향긋한 쑥까지. 봄의 대표선수들의 에너지를 받고 넘어진 자리에서 그대로 다시 한 번 일어서자.
돌아보면 아득하고 앞을 봐도 까마득한 마흔여섯의 나이. 인생에서 맞이하는 네 번째 고개가 왜 이리 높은지 자꾸만 숨이 찬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꾸 지난날을 그리워하며 돌아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거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 하지만 어떤 조미료도 요리 솜씨도 필요 없는 음식. 자연이 만든 그대로를 담은 싱싱한 회로 젊음을 충전하자. 거제는 계절별로 제철 생선이 뚜렷한데 2~3월에는 도다리, 4~5월은 삼치와 농어, 6~7월은 숭어와 장어, 9월은 뭐니뭐니해도 전어, 10월은 은갈치, 11~12월은 대구와 물메기가 유명하다.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번지는 행복한 추억처럼 입안에 넣자마자 너털웃음이 터지는 쫄깃함! 사계절 언제든 찾아도 제철 생선들이 팔딱거리며 반겨주는 거제에서 네 번째 청춘을 맞이하자.
이름 석 자보다 ‘아빠’, ‘엄마’라고 불린 세월이 더 길어진 쉰세 살. 아이들 뒷바라지하랴, 가족들 챙기랴 쉼 없이 달려온 당신. 얼굴의 주름과 희끗희끗해진 머리칼을 쓸며 지난 세월을 실감하는 당신을 위해 거제의 명품 ‘대구’를 선물하고 싶다.
DHA 함유량이 많아 시력과 피부에 좋고 감기, 노화방지에도 도움을 주는 대구. 그중에서도 전국 생산량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거제 대구는 바다의 귀족이라 불릴 만큼 그 맛이 뛰어나다.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담백한 맛은 대구탕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예전에는 몸이 허약한 이들의 몸보신 요리로도 알려질 만큼 영양가가 높다.
20년 전만큼 힘이 넘치진 않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지혜와 덕이 넘치는 당신. 여전히 젊은 그대와 함께 대구탕 한 그릇을 비우고 싶다.
열정적인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가수처럼 한껏 기운이 빠진 예순여섯의 당신. 마음은 이팔청춘이지만 몸은 삐걱삐걱 조금씩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다. 힘이 없어서 웃을 수 없는 건지 웃을 일이 없어서 힘이 없는 건지 헷갈릴 때 웃음과 힘을 동시에 되찾아 줄 굴구이를 먹어보자.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을 가진 굴은 청정 거제가 자랑하는 특산물 중 하나이다. 로마 황제들이 힘의 원천이라 불렀을 만큼 스테미너에 좋고 여자들의 피부에도 좋다. 특히 거제에서는 제철인 겨울이면 싸고 질 좋은 굴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굴 마니아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숯불이나 석쇠에 구워 익혀 먹으면 향긋한 맛과 질감이 더욱 풍부해진다.
축 처진 뒷모습은 이제 그만! 통통하게 살 오른 굴구이를 듬뿍 먹고 다음 무대를 준비하자. 당신의 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약 인생의 어느 한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20~30대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이 튀어나왔지만, 어느 순간 선뜻 결정할 수가 없다. 그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하나 버릴 수 없고 어느 하나 바꾸고 싶지 않기 때문 아닐까.
지난 한평생을 돌아보며 정리가 필요한 일흔여덟, 백발의 인생 선배에게 당신의 인생만큼 훌륭한 물메기탕을 차려드리고 싶다.
흐물흐물한 살이 입안에서 퍼지며 시원한 맛을 내는 물메기탕으로 만난 물메기는 더 이상 못생긴 생선이 아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못났지만, 또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고 한데 끓이니 이렇게 멋진 요리가 되는 물메기. 맑은 국물(지리)과 함께 보들보들한 메기살을 후루룩 마시면 어떤 만찬도 부럽지 않다. 특히 거제에서는 물메기탕에 떡을 넣어 먹기도 하는데 담백하면서 쫄깃한 맛까지 더해져 한 번 맛보면 잊기 어렵다.